[시스템변화]사회혁신의 미래는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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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 시스템변화
사회혁신의 미래는
협력이다

2025-3

CYNTHIA RAYNER · SOPHIA OTOO · FRANÇOIS BONNICI



Summary. 세계는 경제·기술·지정학·환경·사회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어떤 조직도 이러한 변화를 홀로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복합적 도전은 협력적 사회혁신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





안데스 산맥의 빙하에서 시작되는 광대한 물길은 에콰도르와 페루를 거쳐 아마존강으로 흐르며 아마존 지역의 주요 수원이 된다. 이 상류 유역은 8,6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며, 전 세계의 기후와 강우 패턴을 조절하는 '살아 있는 숲selvas vivientes'에 영양을 공급한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30여 개 선주민 공동체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70만 명이 넘는 선주민들이 이 지역에 살며 1만 년 이상 이 땅을 지키고 보살펴 왔다.


1970년대, 이 지역의 선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침범해오는 수탈적 산업에 맞서 영토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을 결성했다. 기업과 정부는 분할통치 전략을 통해 이러한 협력을 약화시키고, 공동체 간의 갈등을 조장하며 사업을 강행했다. 2000년대 초, 사라야쿠의 키추아족 주민들이 에콰도르 정부를 상대로 승소한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키추아족 선주민들은 에콰도르 정부가 아르헨티나 석유회사와 석유 시추권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선주민 사전 협의 절차를 누락했다는 점을 들어 승소했다. 하지만 경제적 혜택과 일자리, 인프라 개발 약속에 설득된 다른 선주민 공동체들은 오히려 이들의 입장에 반대했다.


2017년, 환경 파괴가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자 선주민 활동가들은 각개전투 대신 협력적 대응을 택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적 전통, 열망을 지닌 여러 공동체가 고유한 삶의 방식을 지속하겠다는 공동의 비전 아래, 하나로 뭉쳐 정렬alignment을 이뤄야만 했다.


아마존 성 수원 연합을 이끄는 우윤카르 도밍고 페아스 남픽치카이는 이렇게 회고한다. "선주민 조직과 공동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따로따로 노력해서는 핵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분열이 일어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단결해야 했습니다. 권력 다툼이 있을 때마다 저는 그곳에 가서 당사자들을 따로 만나 이유를 파악했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결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마드리드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여러 아마존 선주민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비전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30개 선주민 공동체의 대표들은 3년 반 동안 협의를 거듭하며, 모든 공동체, 조직, 동맹의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지역의 통합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에는 이 이니셔티브의 파트너와 기술팀 그리고 지역단체들이 참여하는 10차례의 워크숍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연합은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 활동을 저지하고, 수탈적 경제 개발 방식에 대한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9가지 변화모델을 담은 생태권역 종합 계획bioregional plan을 발표했다.


이 변화모델은 선주민 청년을 위한 지속가능성 관련 일자리 창출 같은 즉각적인 목표부터 기후 투자자 및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재생경제로의 전환 같은 장기적 목표까지를 포괄한다. ASHA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선주민 주도 환경보호 연합으로 성장했으며, 여러 정책·법적 성과도 이미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자발적 고립을 택한 페루 주민들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법안을 저지한 글로벌 청원, 에콰도르 야수니 국립공원에서의 석유 시추 중단을 둘러싼 역사적인 국민투표를 지지한 옹호 활동이 있다. ASHA의 협력적 비전 덕분에 선주민 공동체는 기업과 정치적 이해관계의 표적이 되는 데서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ASHA의 사례가 보여주듯, 개별 조직이 단독적으로 활동해서는 급속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기술적, 지정학적, 환경적, 사회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해법은 여러 부문과 학문 분야, 공동체 사이의 접점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것이 효과를 거두고 지속되려면 문제와 가장 밀접한 사람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사람과 조직, 부문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들은 프로그램 단위의 단절적 개입이나 단기성 프로젝트 보조금, 성과 중심 임팩트 측정처럼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우리는 ASHA를 포함해 우리가 협력적 사회혁신collective social innovation이라 부르는 활동, 즉 개별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시스템적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조직이 협력을 시도한 사례들을 연구해 왔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협력적인 사회혁신가들이 조직화를 실행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대규모의 변화를 추진하는 구조, 변화모델, 활동과 이 모든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인프라가 포함된다. 우리는 독자들이 우리의 분석으로부터 얻은 통찰과 교훈을 각 영역에서 컬렉티브 액션을 시도하는 데 적용해보길 바란다.



협력적 접근의 힘

협력적 접근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컬렉티브 액션은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공동체 기반의 의례에서부터 공동체의 상호부조 노력, 억압적인 정권을 전복한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협력의 과정은 역사를 통틀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왔다. 공동체는 오랫동안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고, 회복탄력성을 키워왔다.


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인구가 많고 다원적이다. 동시에 심화되는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 한편, 새로운 기술은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낼 플랫폼을 약속하지만, 개인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증폭시키고, 사람들이 가진 정보와 경험을 고립된 틀 속에 가두고 있다.


레오 파트너스의 이사이자 <적과의 협력: 동의하지도, 좋아하지도, 믿지도 않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Collaborating with the Enemy: How to Work with People You Don't Agree with or Like or Trust>의 저자인 아담 카헤인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차이를 넘어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협력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시기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한 블록 떨어진 곳이든 지구 반대편이든 조직, 부문, 배경이 서로 다른 타인unlike others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를 옳고 그름, 선과 악, 친구와 적으로 쉽게 구분하려는 우리의 경향성 때문에 협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소셜섹터의 리더와 학자들은 시민사회, 정부, 기업이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실제 현장에서 관찰되는 변화에 발맞춰, SSIR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여러 차례 다뤄졌다. 2011년 존 카니아와 마크 크레이머는 그들의 널리 알려진 아티클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에서 다양한 부문 간 협력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한나 마이어와 토마스 게겐후버는 아티클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Open Social Innovation'에서 이 개념을 한층 발전시키며, 과정과 임팩트 모두에서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사회혁신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영웅적인 개인이 사회변화의 단일한 주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이다. 이제 컬렉티브 액션에 기반한 사회혁신을 실험해야 한다." 사회혁신 분야에서 협력적 접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가리키는 용어도 다양해졌다. '시스템 오케스트레이션systems orchestration', '필드 캐털라이징field catalyzing', '공동 주체형 전략collectively owned strategies' 등 새로운 용어들이 그 예이다.


이렇듯 심층적인 관심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혁신가들이 자신의 활동을 구조화하고 조직하는 데 활용하는 수많은 전략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중심의 활동에 비해 알려진 바가 훨씬 적고, 그러한 전략의 임팩트와 효과성 역시 대부분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글의 공저자인 신시아 레이너와 프랑수아 보니치는 그들의 저서 <사회변화를 위한 시스템 접근The Systems Work of Social Change>을 통해 시스템적 접근을 위해 필요한 원칙과 실천 사례를 연구해 정리했다. 협력적 접근을 위해 구조와 논리를 구체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들은 이 책에 대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작업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한 슈왑 재단 이사회는, 협력적 활동을 핵심 기능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조직화해 온 혁신가들에게 수여하는 협력적 사회혁신가상Collective Social Innovators award을 2022년에 제정했다. 우리는 협력적 사회혁신가collective social innovators란 개별 조직의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간의 협력 구조를 주도·조율·촉진하는 범부문 리더로 정의한다. 특히 이들은 프로그램을 단순히 확장하는 방식이 아닌 대규모 시스템 변화에 적합한 고유의 접근법을 활용한다.


책이 출간되고 상이 제정된 이후, 우리는 각기 다른 집합적 접근의 폭넓은 유형을 살펴보았고, 혁신가들이 만들어낸 방법론과 결과에 깊이 매료되었다. 우리는 협력적 사회혁신이 단순한 프레임워크나 체크리스트, 공식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협력적 사회혁신은 오히려 지역, 문화, 이슈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협력적 사회혁신은 사회의 응집력을 강화하고 혁신가, 자금 제공자, 기업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이 실용적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주체들의 대규모 협력이 이루어지면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구축하고, 증거 기반 실천을 공유하며, 효과적이면서도 재정적으로 실현가능한 정책을 개발 및 실행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접근에서 얻은 교훈을 '협력이 우리의 미래다The Future Is Collective'라는 제목의 새 보고서에 담았다. 이 보고서에는 2024년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슈왑 재단의 컬렉티브 액션 회의Collective Action Convening를 통해 선정된 약 40개 단체의 공통된 통찰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협력적 사회혁신 사례 연구 10건을 준비하며 진행한 17건의 심층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이 보고서는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이 만들어내는 가치와 임팩트, 컬렉티브 구조와 변화모델, 활동을 소개한다. 또한 협력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관계자들이 협력적 사회혁신에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 아이디어들을 제시한다.


이슈와 지역, 심지어 혁신가들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한 조직들이 각기 매우 다른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넓은 관점에서 그들의 활동을 살펴보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과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것은 그들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혁신가들은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한 뒤, 접근 방식과 해법을 개발해 나간다. 우리도 그들의 방식을 따라, 그들이 기반으로 삼는 가치의 공유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



협력적 가치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다른 사회혁신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조직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다만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점, 해결책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운영 가치를 지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사회혁신가와 차이를 갖는다. 우리가 검토한 사례들에서, 이 가치들은 빈곤, 기후변화, 교육 등 대규모의 복합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혁신가들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일 프로그램이나 조직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러한 운영 가치는 과정과 결과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혁신가들이 이러한 가치를 특정 지역이나 이슈에 적용하면, 문제에 대한 직접 경험을 가진 당사자들을 포함해 다양한 목소리가 해결책을 공동창출하는 과정에 반영된다. 이렇듯 대표성과 참여에 중점을 두는 것은 원칙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결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때, 해결책은 보다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에서는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운영 가치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이 가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ASHA 사례로 돌아가보자.


1.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해결책을 공동으로 창출한다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그들을 참여시킨다. 이들은 공동체, NGO, 기업, 정부를 한자리에 모아 협업 과정을 발전시킴으로써 보다 실용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한다. ASHA는 수탈적 산업의 압력 속에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지역에 대한 공유된 비전을 바탕으로 선주민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ASHA는 단순히 '반대자'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태관광의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수립하고 더욱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개발하는 등 민간 부문 관계자 및 정책입안자들과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구조적 변화를 위한 장기적 협력 기반을 만들며, 단발적 갈등 대응에 그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2. 단기적 처방이 아닌 야심차고 시스템적인 임팩트를 추구한다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면서도 공동의 목적에 집중함으로써 대규모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추구한다. 이들은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데 집중하는 대신 깊이 있는 경청과 유의미한 협의를 중시한다. 그리고 관료주의적 문화가 아닌 임팩트가 행동을 촉진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ASHA는 생태권역 종합 계획 수립을 위해 3년 반 가까이 협의를 진행하며, 경제, 환경, 지역계획 분야의 국제 전문가들뿐 아니라 20여 개의 선주민 공동체와 논의를 가졌다. ASHA는 선주민 공동체가 정의로운 미래로 전환하면서도 고유한 삶의 방식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열망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은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했지만, 문제의 표면적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야심차면서도 실행가능한 계획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3.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비해 유연성을 유지하고 실패로부터 배운다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적응력과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의 전략 역시 고정된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경험과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변화에 열려 있는 이들은 전개되는 상황에 맞춰 접근 방식을 조정한다. 이러한 유연성은 창의성을 북돋우며, 공동체가 공동의 목적 안에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ASAH 사례에서 선주민 공동체들은 이제 생태권역 종합 계획을 중심으로 결속해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발굴, 파트너십, 재원 확보에 함께 나서고 있다. 동시에 각 공동체는 자신들의 맥락에 맞는 다양한 접근을 개발해 실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해결책을 고도화하고, 예상치 못한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다.


4. 문제 당사자들의 주도권을 회복시킨다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사회문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한다. 최근 ASHA는 선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에콰도르에 선주민들이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이전까지 AHSA는 에콰도르 기반 NGO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었다). 또한 이같은 전환을 지원하고, 다른 이니셔티브나 단체에서 선주민들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아마존 리빙스쿨을 설립해 청년 리더들에게 리더십과 거버넌스, 법적 권리를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주체성과 존엄성, 회복탄력성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더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개발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5.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서 존중과 균형을 실현한다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인간의 웰빙이 사회와 환경 모두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이들은 기술적 처방에 의존하기보다 공동체를 강화하고 자연 자원을 보호하는 총체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ASHA의 리더들은 선주민 공동체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논의에 중요한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협력적 웰빙'을 뜻하는 아마존의 부엔 비비르buen vivir 철학을 중심에 두고,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의 융합을 장려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태계를 항구적으로 보호하고, 재생경제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컬렉티브 구조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이러한 가치에 따라 기존 조직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한다. 우리는 이러한 조직 방식을 컬렉티브 구조collective architectures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다른 이니셔티브나 프로젝트, 조직들이 스스로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광범위한 구성원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활동을 연계함으로써 그들의 기여와 전문성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현장 전문성과 지역의 필요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맵바이오마스MapBiomas는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열대 국가들의 토지 이용과 지표면이 무엇으로 덮여 있는지를 뜻하는 토지 피복land cover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개방형 협력 네트워크이다. 맵바이오마스는 2015년부터 14개국, 100개 이상의 지역조직을 연결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지난 40년 간의 토지 이용 변화를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수준의 정밀도와 신속성, 품질로 지도화할 수 있게 되었다. 맵바이오마스의 모든 데이터와 코드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정부와 금융기관, 농업기업, NGO 등 연간 60만 명 이상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맵바이오마스는 법인이 아니며, 단 한 명의 직원도 두고 있지 않다. 이 이니셔티브는 각기 다른 기관에 속해 있으면서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된 500명 이상의 공동제작자들로 운영되고 있고, 이들은 맵바이오마스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맵바이오마스의 설립자 타소 아제베도는 말한다. "이 개방형 협력 구조 안에서 일해본 각국 각지의 사람들은 다른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맵바이오마스에서 경험한 논리와 학습 경험을 활용해 지역이 가진 필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연구한 사례들은 각기 다른 사회문제를 다루고, 다양한 주체를 모으며, 일부는 법인의 형태로 일부는 법인이 아닌 형태로 운영되지만, 컬렉티브 구조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 구조들은 수십만 명, 때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대표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층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컬렉티브 구조는 세 개의 각기 다른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 실행 층위action layer는 현장에서 주체들과 직접 소통하며 활동을 수행하는 풀뿌리단체들로 구성된다. 둘째, 네트워크 층위network layer는 일종의 연결조직connective tissue으로, 서로 다른 지역의 집단들을 연결해 응집력과 공동의 목적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지원 층위supporting layer는 자원을 관리하고, 활동을 조율하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연속성을 보장한다. 이 세 층위가 함께 작동하며 역동적이면서도 확장가능한 컬렉티브 액션 시스템을 이룬다.


20개 이상의 이니셔티브가 속한 맵바이오마스의 실행 층위는 14개 열대 국가 및 지역을 포함한 20개의 지리 영역과 화재, 수자원, 토양, 토지 피복 등 주제 영역으로 조직화되었다. 맵바이오마스는 중앙에서 지도를 제작하지 않고, 지역 단위와 주제별 이니셔티브가 지역의 요구에 맞춘 지도를 제작한다. 새로운 지역에서 맵바이오마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는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그 지역의 핵심 주체들을 지원하는데, 여기에는 학계부터 기술 스타트업, 시민사회 조직까지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포함된다. 이니셔티브가 출범하면, 그 지역의 참여 조직들은 맵바이오마스의 구성원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지역 단위들은 네트워크 층위를 이루는데, 현재는 100개 이상의 조직이 이 층위에 속해 공동으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맵바이오마스의 방법론을 발전시키고 적용하며, 각 지역과 주제 영역에서 토지 이용 지도가 성공적으로 제작되도록 지원한다. 맵바이오마스의 모든 공동제작자는 지도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동일한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사용한다. 이 네트워크는 맵바이오마스의 지원 층위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지원 층위는 네 명으로 구성된 조정팀과 세 개의 재정 후원기관 그리고 플랫폼의 기술 인프라를 담당하는 중앙의 공동제작자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맵바이오마스의 사례가 보여주듯, 컬렉티브 구조는 세 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째는 대표성으로, 여러 부문의 이해관계자를 포함하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광범위한 대상들이 활동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학습이다. 개인과 조직은 이 구조로 연결되어 다른 이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확인하며, 자신의 활동을 뒷받침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을 찾는다. 셋째는 협업이다. 컬렉티브 구조를 통해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단독으로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고, 도달하기 어려운 성과를 가능하게 할 파트너를 만나 협업할 수 있다.



협력적 변화모델

우리가 연구한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이해관계자들과 컬렉티브 액션에 대한 이해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변화모델을 취했다. 그들의 여정 하나하나가 고유하고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지만, 다양한 주체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한 시도들에는 공통된 패턴이 존재한다. 모든 이니셔티브는 협력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에 기반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협력적 변화모델collective pathways이라 부르는 이 요소들은 큰 비전과 지침이 되는 원칙, 일련의 방법론과 실천 사례들이다. 이 요소들은 구체적인 목표, 의제, 동기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도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며, 집단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이해관계가 겹치거나 갈라지는 지점을 파악하고, 이를 미래에 대한 더 큰 비전으로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이 작업의 첫걸음이다. 이 과정에서는 여러 집단이 반복적으로 모여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심도 있는 대화가 요구되곤 한다. ASHA가 수년간 아마존 상류 지역의 30개 선주민 민족을 모아 미래 비전을 함께 논의한 것은 이러한 접근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협력체가 대표하는 집단, 조직, 사람들이 기여하는 참여적 방식으로 비전이 발전하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타협과 상호존중을 중시하며, 궁극적으로 특정 맥락에 맞게 조정가능한 큰 비전을 도출해낸다. 전략적 비전은 구체적 실행 계획이라기보다 집단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북극성의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진행하는 방식은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과정이 실행 단계에 마주할 난관에도 협력체를 결속시킬 관계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큰 비전 외에도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련의 원칙을 개발한다. 이러한 원칙은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협력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한다.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원칙이 만들어진 예로는 1995년 이탈리아 벨라지오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회의에서 탄생한 노점상들의 글로벌 연합, 스트리트넷 인터내셔널StreetNet International을 들 수 있다.


ASHA 사례와 마찬가지로, 스트리트넷의 창립자들은 일련의 지역별 협의 과정을 거쳐 연합의 큰 비전을 세웠다. 그런 다음 조직의 원칙을 명시한 창립 문서인 스트리트넷 정관 초안을 작성했다. 정관의 주요 원칙 중에는 임원의 최소 5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원칙은 창립자들이 조직의 근간이 되는 문서에 할당제를 명시하고, 실제로 시행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과였다.


오늘날 스트리트넷은 전 세계 55개국 916,015명의 노점상, 시장 상인, 행상인, 국경 간 무역상을 대표하는, 62개의 회원 기반 제휴 조직으로 구성된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연합으로 성장했다. 여성 리더십 원칙은 조직의 역사 전반에 걸쳐 확고하게 유지되어 왔고, 2016년에는 로레인 시반다 은들로부가 최초의 여성 회장으로 선출되어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네트워크에 속한 그룹들이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법을 선별해 방법론 포트폴리오로 제시한다. 이 방법론들은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전문성이나 그들이 수년간 축적해온 강력한 근거들로부터 도출된다. 또는 구성원들이 지식을 모으고,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기반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함께 개발하는 과정에서 창출되기도 한다. 이 방법론들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유연성을 갖고 있어, 새로운 배움이 있을 때마다 상황에 맞게 조정되고 반복될 수 있다.


독일의 비영리단체인 프로젝트투게더ProjectTogether는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난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방법how'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단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대 바이러스'라는 뜻의 #비어-퍼스-비루스#WirVsVirus 온라인 해커톤을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28,361명의 시민이 참여해 단 48시간 만에 1,498개의 해결책을 도출했다. 해커톤 이후 프로젝트투게더는 숙련 인력과 녹색 일자리 부족, 난민 및 이주민 입국 절차, 순환경제, 재생농업 및 식량 시스템 등 10가지 문제 영역에, 그들이 운영 모델operating model이라 부르는 방법론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며 적용했다.


프로젝트투게더 직원들은 미션을 직접 개발하거나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여러 컬렉티브 액션 프로젝트collectve action projects, CAPs를 운영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운영 모델을 명확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서로 잘 정리된 방법론들은 초기 단계부터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를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며, 새로운 배움이 축적될 때마다 운영 모델은 업데이트된다. 헨리케 슐로트만 전무이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매 분기 저희는 전체 팀이 모여 프로젝트를 넘나드는 교차 학습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분기별 회의 중 한 번은 운영 모델의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합니다. 어떤 해에는 업데이트가 소규모로 이뤄지기도 하고, 또 어떤 해에는 대대적으로 개편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투게더는 현재까지 수천 명의 난민과 숙소를 연결하는 플랫폼부터 구직자와 지속가능성 기반 산업을 연결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까지, 3천 개 조직에 속한 10만여 명이 75개 이상의 컬렉티브 액션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구현하도록 지원해왔다.


협력적 변화모델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요소는 변화를 이끄는 데 필요한 실행 전략들을 모아 구성하는 일이다. 비전, 원칙, 방법과 달리, 이러한 실행 전략은 정해진 '레시피'보다 선택 가능한 '메뉴판'에 가깝다. 각 전략은 지역의 요구에 맞춰 그룹이 자체 의제를 추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실험적 접근법을 제공한다.


실행 전략 기반 접근의 대표 사례로는 인도의 공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시크샤그라하Shikshagraha 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펀자브주의 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한 비영리단체들의 협력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체들은 기존 시스템이 지닌 강점을 기반으로 공교육 체계 내부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기로 결정했다. 시크샤그라하는 '작은 단위의 개선microimprovements'이라 부르는 일련의 실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부모, 교사, 학교장, 지역 교육 당국 행정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초대해 지역의 난제를 직접 파악하고, 추가적인 자원이나 큰 노력이 들지 않는 개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창출함으로써 주체성 회복과 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학부모-교사 회의, 학교 일과 중 독서 시간 확보, 조회시간 재설계, 가정 내 학습공간 마련 등 시크샤그라하가 지역 교육 리더들과 함께 만들어낸 작은 단위의 개선 목록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작은 단위의 개선 접근은 지역 교육청 공무원들이 각자의 지역 상황에 맞춰 실행가능한 개선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매우 단순하게 설계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구조와 기존 인력,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 덕분에 이 접근은 놀라운 규모와 임팩트로 확장되고 있다.


운동 초기부터 참여해온 펀자브 교육 콜렉티브Punjab Education Collective는 1만 9천 개 학교, 20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작은 단위 개선을 시행했다. 그 결과 펀자브주는 4년 만에 전국 28개 주 가운데 하위권이었던 전국 성과평가지수와 국가성취도조사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운동은 2027년까지 100개 학군에서 어린이 4천만 명의 교육 성과를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 때문에, 협력적 변화모델을 만드는 일은 시급한 과제 앞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시크샤그라하의 설계자이자 이 운동의 확산을 이끄는 쿠슈부 아와스티는 이 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몰아붙인다거나 서두른다고 해서 이런 변화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문제와 목적에 대한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인내가 필요하고, 대화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더 빠른 길입니다. 그래야 미래를 위해 진정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활동 확대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또한 다양한 공동 활동을 책임지며, 이를 통해 그룹의 활동을 확대하고, 효과성을 보장하며, 변화의 추진력을 유지한다. 우리 연구는 이러한 활동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했다. 각 영역은 이니셔티브가 처한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른 우선순위가 부여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혁신가들은 데이터 시스템 강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 비해 그렇지 않은 혁신가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학습 공동체가 활동의 핵심이지만, 다른 활동에서는 지식 개발과 공동 학습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 목록은 단순한 체크리스트를 넘어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이 개별 조직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적절한 시기와 조건에 맞춰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운동 기반 구축 | 운동 기반 구축은 변화를 일으킬 힘과 추진력을 결집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의 기반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역량이다. 운동 구축의 원동력은 집단을 하나로 묶어낼 만한 변화의 이야기story for change를 공유하는 데 있다. 많은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이해관계자 기반을 확대하고 집단들 사이의 역사적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공동의 서사shared narratives를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집단을 갈라놓았던 지배적 서사에 대항하는 공동의 서사는 흩어져 있던 그룹들을 결집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트리트넷은 비공식 부문 노동자는 전 세계 노동운동의 일부가 아니라는 지배적 서사에 적극적으로 맞섰다. 전통적인 노동조합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참여하려면 먼저 공식 노동자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노점상들은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 대화, 특히 국제노동조합총연맹과 UN 산하 국제노동기구 차원에서 이뤄지는 논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스트리트넷은 회원 기반 조직들 사이의 국제 연대를 구축하고, 다른 비공식 경제 연합들과 협력함으로써, 비공식 경제에 대한 인정을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 기존의 서사는 노점상이 노동운동의 정당한 주체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점차 전환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가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사회보장 및 노동권 체계 안에 통합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는, 2015년 ILO 권고안 204호의 통과에도 기여했다.


데이터 시스템 강화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폭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세트는 내부적으로 공통된 문제 인식을 이끌어 집단 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외부적으로는 다른 조직과 정부가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다. 대규모의 데이터 수집은 명확한 용어와 정의의 부재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용어와 측정 지표를 개발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공동의 정의와 지표가 만들어지고나면, 그들은 새로운 관계와 기술을 활용해 이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데이터 수집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맵바이오마스 플랫폼은 사용자가 전 세계의 공개 위성영상을 수집하고, 다양한 머신러닝 및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토지 피복 및 토지 이용 변화를 분석하거나 물, 화재, 토양 관련 주제도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다. 맵바이오마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러한 수준의 정밀성과 빈도로 지도를 만드는 일은 가장 숙련된 전문가에게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구기관, 시민사회, 기술 스타트업에 소속된 500명 이상의 공동제작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협력해 위성영상을 분류하고 상세 지도를 만들어낸다. 공개된 지도는 정부, 검찰, 기업, 은행, 과학자, 언론 등 다양한 사용자들에 의해 활용된다. 맵바이오마스 데이터는 정부의 공공정책 모니터링 역량 또한 강화했다. 최근 평가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 중 43%가 정부 부처와 기관에 소속되어 있으며, 경보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019년, 삼림벌채 면적의 5%에 그쳤던 불법 벌채 대응 조치는 2024년에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제도적 영향력 행사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지원 정책을 옹호하고 공공기관과 협력함으로써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들은 단일하고 독점적인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대표해 정당성을 얻는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혁신가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경우에 따라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옹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법률 문해 교육을 제공하며, 법적 행동을 조직하는 등 제도권 밖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정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공공기관 내부에서 집단 지식과 전문성을 정책 및 실행 과정에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크샤그라하는 인도의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국가, 주, 지역 단위의 학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운동의 파트너들은 학습적인 태도와 호기심을 갖고 주 정부와 관계를 맺으며, 관료주의나 행정 절차를 더하는 대신, 학교 관리자 및 교사들과 협력해 작은 단위의 개선을 추진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학부모와 지역사회 구성원, 교사와 교장, 학군 행정가, 주 정부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공교육 시스템의 모든 층위가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학습 공동체 운영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이 변화를 지원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대상을 위해 학습 및 지식 공유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러한 공간의 목적은 여러 집단이 협력하고 집합적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학습 내용을 모아 정리하고,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며, 연구 수행과 교육 제공, 실천 공동체 간 연결 같은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프로젝트투게더는 다양한 미션과 컬렉티브 액션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구성원들이 학습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기회를 제공했다. 이 단체는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공간에서 대화와 패널 토론, 동료 학습 세션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행사를 열었다. 프로젝트투게더는 공동의 학습 경험이 공동의 문화와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제 조건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


시스템적 해결책에 대한 투자 | 끝으로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구성 단체들의 추진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재정적 자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그들은 풀뿌리단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동기금과 새로운 금융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수탈 산업과 정치인들이 투자와 자금 지원을 미끼로 공동체를 분열시킨 배경에는 선주민 공동체에 대한 직접 투자의 부재가 있었음을, ASHA 지도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ASHA의 생태권역 종합 계획은 두 가지 자금 조달책을 가지고 접근했다. 첫째는 식량안보, 대안적 생계, 산림 모니터링, 문화 간 보건 및 교육, 재생에너지 등 선주민 주도 이니셔티브를 직접 지원하기 위한 성 수원 기금Sacred Headwaters Fund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ASHA는 동시에 훼손되지 않은 산림에 대한 소득 보상intact forest income, 생태계 서비스 지급ecosystem services payments, 생물경제 허브bioeconomy hubs에 대한 투자 같은, 산림 보호를 장려하고 벌채를 억제하기 위한 여러 혁신적 금융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원 인프라 구축

혁신적 사회혁신가는 다양한 주체가 오랜 기간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지원 인프라를 설계한다. 지원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는 거버넌스와 참여 구조, 팀 문화, 구성원 역량 그리고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등이 있다.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은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기 때문에, 파트너와 자금제공자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에게 그 중요성이 온전히 이해되거나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려면 협력적 사회혁신가들과 협업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다른 참여 접근법이 요구된다.


거버넌스 | 우리가 연구한 대부분의 사례에서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그룹 간 강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유연한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넷은 62개 회원 조직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따른다. 4년마다 각 조직의 대표들은 국제대회에 참석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책과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15인의 국제위원회를 구성한다. 이와 별도로 더 작은 규모의 집행위원회가 일상적인 조직 운영을 맡아 미션과의 정합성을 관리한다.


팀의 문화와 역량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협력적 접근에 유연성과 지속적 학습을 우선하는 팀 문화와 역량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주제에 대한 전문성과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균형 있게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협력의 성과를 만드는 역량이 개인의 성취를 이끄는 기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일찍이 인식해 왔다. 학교나 전문교육 환경에서는 대체로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거나 정형화된 표준 운영 절차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명확한 결과로 이어지는 기술을 중시한다. 반면, 협력적 접근에는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관점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새로운 배움이 생길 때마다 유연하게 적응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ASHA 이사회의 의장 우융카르 도밍고 피아스 남피치카이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기술은 대화입니다. 분노와 고함, 공격이 오가는 대화가 아니라, 차분한 논리와 정보, 명확한 의도를 바탕으로 한 대화 말입니다."


기술 | 이러한 조직들은 의사소통,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술에는 집단과 지역 간의 조율 및 학습을 지원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맵바이오마스가 구글어스 엔진 클라우드 컴퓨팅 도구를 활용하고, 시크샤그라하가 딕샤DIKSHA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것처럼, 기술은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의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기술이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해, 10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지역 간 연결을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가능하게 한다.


이해관계자의 지원 | 마지막으로, 협력적 사회혁신은 민간 부문 파트너, 자금제공자, 정부 이해관계자와 정책입안자 등 집단 구조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지원과 여러 형태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민간 파트너들은 종종 협력적 노력의 중요한 동반자로서 단절을 줄이고, 공동의 문제해결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맵바이오마스는 구글어스와의 협력에 기반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프로젝트투게더는 베를린 기반 숙박 플랫폼 분더플랫츠Wunderflats와 긴밀히 협력해 난민 도착 시 숙소 제공 의향이 있는 호스트를 연계한다. 자금제공자들 역시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 지속가능한 재원을 마련하고,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선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금융 투자자들 역시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ASHA는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문화 관리에 대한 지불 메커니즘을 설계하며, 생물다양성과 취약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금융 상품의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지원 의지를 가진 자금제공자들은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의 제도적 역량에 투자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종종 소규모의 팀과 제한된 예산으로 일하지만, 방대한 네트워크 전반에 학습, 데이터, 연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투자는 배가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은 협력적 사회혁신가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중요한 데이터에 접근하며, 전체 인구 단위의 포괄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시크샤그라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협력체에 속한 개별 단위들은 지역 학교 시스템과 협력해, 작은 단위의 개선 노력을 학교장을 통해 학교에 바로 적용하고 있다.



임팩트와 과제

협력적 사회혁신은 단일 이슈나 개별 조직을 넘어서는 폭넓은 임팩트를 창출한다. 그러나 이러한 임팩트가 수혜자 수나 제공된 재화 및 서비스의 양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정량화가 어렵다. 임팩트 측정의 표준으로 여겨지는 엄밀한 기여도 분석으로도 이는 결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맵바이오마스의 지도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사용자가 벌채 감소를 위한 수많은 이니셔티브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환경에서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맵바이오마스는 이러한 성과에서 자신의 기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스트리트넷의 역량 강화와 리더십 교육은 55개국에서 백만 명에 달하는 비공식 부문 노동 운동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트리트넷의 가장 큰 성공은, 훈련받은 노동자들이 네트워크를 넘어 더 넓은 영역의 리더십으로 성장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시크샤그라하는 교육 성과에 대한 집합적 진전을 추적하기 위해 공유형 대시보드를 개발 중이지만, 활동이 가진 유연성 때문에 이러한 지표만으로는 학생들의 성장을 이끈 수백만 건의 작은 단위 개선 활동의 임팩트를 반영하기 어렵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성과가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임팩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시스템 변화를 이끄는 구조적 요소라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성과는 화려하지도, 특별히 흥미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배선과 배관처럼 사회혁신 영역에서 다른 모든 것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적 임팩트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공통의 용어 | 여러 집단이 서로 다른 관점과 우선순위를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문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성과로 '공통 용어shared terminology'의 구축을 꼽는다. 공통 용어는 협력 과정의 조율을 돕고, 장기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은 다양한 목표와 유연한 접근을 허용하면서도 공통 기반을 제공하는 실행 계획과 지표를 함께 만들어간다.


풀뿌리 지식을 연결하는 통로 | 효과적인 사회혁신을 가로막는 주요 난제 중 하나는, 서비스와 해결책을 제공하는 많은 조직이 지원의 대상이 되는 지역사회와 지리적, 문화적으로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지역의 풀뿌리 주체들이 가진 귀중한 통찰을 간과하거나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풀뿌리 공동체의 직접 참여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현지 지도자들을 변화 과정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그들의 지식과 관점이 실제 해결책을 형성하도록 이끌 수 있다.


자원의 통합 관리 |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자연적, 사회적 자원이 점차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는 현실 속에서, 공동자원을 관리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개발 전문가와 정책입안자들은 전통적으로 공동자원의 분배를 시장이나 정부 규제에 맡겨왔다. 그러나 많은 공동체가 수 세기 동안 자원의 공동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왔다. 이러한 전통적인 실천을 되살리고 새로운 방식을 발굴함으로써,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의 범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 기반 구축 |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면 사회 및 경제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생기고, 정보 기반 의사결정이나 증거 기반 정책 실행도 제한될 수 있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데이터 수집의 장벽을 극복하고 광범위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며, 이 정보가 의미 있고 지속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데 활용되도록 함으로써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집행 | 마지막으로,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배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일 조직으로는 대규모의 자금을 전체 인구 단위로 집행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와 범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국제 원조 시스템이 여전히 다루기 어렵고 비효율적인 전문 중개자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반면,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중개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풀뿌리 집단에 대규모 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대안적 구조를 제공한다.


협력적 혁신의 구조는 강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큰 규모의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복잡하게 보이거나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협력적 접근이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작업 자체가 갖는 높은 복잡성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성은 아래와 같은 구체적 도전 과제로 드러난다.


자금과 경쟁 구조 | 현재의 개발 패러다임은 사회혁신가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며, 조직들이 동료와의 협력보다 보조금과 계약을 둘러싼 경쟁에 몰두하게 만든다. 올해 드러난 국제 자금 위기는 이러한 구조가 소수의 강력한 기금제공자와 불안정한 관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력적 사회혁신을 촉진하려면, 경쟁 중심의 환경이 협력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조직과 그룹이 자신의 전문성과 상황에 맞는 역할을 찾고 함께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제시한 사례들은 조직들이 각자 고립된 의제를 따르기보다 학습을 공유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동의 정책 입장을 마련하고, 공동의 비전을 향해 협력함으로써 사회혁신 분야에서 문화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금제공자들이 신뢰 기반의 자금지원, 더 큰 유연성 그리고 더 긴 시간적 관점을 통해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협력체의 지원 인프라에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이들이 학습을 공유하고 네트워크 내 집단들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도울 수 있다.


법적 구조 | 법·재정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개별 조직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상당한 행정적 중복bureaucratic duplication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정부는 집합적 조직과 협력할 때 여전히 전통적 거버넌스 구조를 기대한다. 협력적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은 협력체가 지닌 고유한 거버넌스 구조를 더 잘 이해하고, 그 분산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과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거버넌스를 중앙에 집중시키는 대신 여러 집단에 의사결정을 분산시키는 새로운 법적 구조를 도입하고, 협력적 사회혁신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다중 이해관계자 이니셔티브를 공공 부문 서비스와 연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동체 성과와 직접 연결된 교육, 역량 강화, 지속적 개선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측정 | 협력적 활동은 본질적으로 분산적이어서 임팩트에 대한 기여도를 밝혀내기 어렵고, 앞서 살펴본 사례들처럼 그러한 시도가 오히려 임팩트를 저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자들은 여전히 협력적 노력보다 개별 조직이나 전통적인 프로그램과 연계된 임팩트를 보는 데 익숙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금제공자와 파트너들은 단기적, 거래적 관계를 넘어 실험, 피드백, 적응을 수반하는, 더 깊은 형태의 파트너십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민간 파트너와 자금제공자, 정책입안자는 혁신가들과 함께 학습함으로써,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난제들에 대한 현장의 현실과 해결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미래를 함께 만들다

정치적 변화와 경제적 불안정, 약해지는 사회적 결속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한층 선명하게 만들며, 사회문제 해결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은 큰 비용을 초래한다. 혁신의 기반이 되는 창의성, 전문성 그리고 자원은 다양한 집단이 만나는 접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협력적 사회혁신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는 필수적 해법으로, 협력의 과정 자체를 혁신함으로써 분열에 맞서고 있다. 혁신가들은 그동안 서로 단절되어 있던 방대한 주체들을 연결해, 그들을 하나로 모으는 새로운 수단과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그동안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목소리와 역량을 의사결정 과정에 초대함으로써, 공공 및 민간 부문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혁신과 실행의 핵심적 난제를 극복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원, 데이터, 자금을 결집해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하게 흘려보냄으로써, 단일 조직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규모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협력적 사회혁신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개념으로 다양한 활동을 포괄한다. 비슷한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의 작업은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대상들이 가진 삶의 경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각자가 활동하는 맥락에 맞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고유한 특징을 갖는다.


혁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고독한 혁신가'의 전형을 떠올리지만, 우리 시대에 이런 이미지의 혁신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후변화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되는 갈등, 신기술의 사생활 보호와 보안 같은 글로벌 과제들은 모두 컬렉티브 액션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영웅적 개인이 내놓는 묘책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모여 대응할 수 있는 집단적 역량에 달려 있다. 협력적 사회혁신가들은 과거에 효과를 발휘해 온 접근을 되살리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새로운 접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함께 그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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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NTHIA RAYNER

신시아 레이너는 슈왑 사회적기업가재단과 옥스포드 대학교 스콜 사회적기업가 센터, 케이프타운 대학교 버사 사회혁신기업가 센터 소속 연구원이다.


SOPHIA OTOO

소피아 오투는 세계경제포럼 산하 슈왑 사회적기업가재단의 프로그램 및 커뮤니티 총괄로서 프로그램 개발하고, 글로벌 사회혁신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있다.


FRANÇOIS BONNICI

프랑수아 보니치는 공중보건 의사이자 교수, 실천가로 재단을 이끌고 있다. 2011년, 그는 케이프타운 대학교에 버사 사회혁신기업가센터를 설립했으며, 2019년부터 슈왑 사회적기업가재단 이사 및 세계경제포럼의 재단 책임자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