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정부를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댓글   


사회혁신 일반 · 거버넌스
정부를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2025-3


NAN CHEN · ARCHANA SAHGAL



Summary. 정부와 협력해 프로그램 및 재원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것은 단일 조직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자원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라스트 마일 헬스의 라즈 판자비 박사가 라이베리아에서 지역사회 보건인력 프로그램을 통해 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정부와 힘을 합하면 작은 규모로 시작한 사회적 시도를 대규모의 혁신으로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확장은 오랫동안 자원이 부족하고 소외되어 온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글로벌 보건 위기에서 사회, 경제, 인종적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느 한 부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신속하고도 체계적으로 해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 간 협력이 필수적이며, 특히 정부는 공적 권한, 제도적 인프라 그리고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자들은 미국의 하이픈Hyphen과 아프리카 4개국 및 글로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라스트 마일 헬스Last Mile Health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온 비영리조직 리더들이다. 우리는 정부와의 협력이 자원의 흐름과 의사결정 경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지속적인 시스템 변화를 얼마나 빠르고 크게 가속화하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왔다. 두 조직의 활동 영역과 맥락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하나의 동일한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지역사회 구성원과 당사자부터 정부, 시민사회, 기업, 자선 부문의 리더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픈은 미국 구제 계획과 같은 역사적인 연방 정책 자원이 시스템 변화를 가속화하고, 저소득 가정, 유색인종 커뮤니티, 그 외 소외된 집단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도록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필란트로피와 민간 부문의 리더십 및 자원을 결합해, 지원이 시급하면서도 장기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연방 자금이 흘러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라스트 마일 헬스는 지역주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보건 서비스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보건인력을 양성하고 전문화해, 이들이 국가 보건체계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한다. 이들은 라이베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정부와 직접 협력해 지역사회 보건인력의 채용, 교육, 배치, 관리 체계를 공동으로 설계 및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프론트라인 퍼스트Africa Frontline First라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공동 설립해, 아프리카 각국이 보건 재원을 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조달해 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단위의 커뮤니티 보건인력 프로그램이 대규모로 확장되고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와의 파트너십이 지닌 막대한 잠재력을 실현시키려면 상당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행히 필자들의 조직은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를 함께 그리려는 정부 리더들과 협력해 왔지만, 정부와의 협업은 파트너와의 긴밀한 조정과 탄탄한 관계 구축을 요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들이 속한 조직의 역할이 시작된다. 우리는 정부, 비영리조직, 재단, 기업, 지역사회가 각자의 위치에서 수행하는 노력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도록 조율하는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system orchestrator'로 활동한다.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는 변화의 지렛대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크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찾아나간다. 이를 위해 다양한 주체 간의 연결을 만들고, 활성화해 연합을 형성하거나, 공공과 민간 부문 사이에서 언어와 관점을 번역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관심사와 목표를 발견해 정렬한다. 정부 리더, 시민사회 조직, 민간 부문 파트너가 이전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리더십 교체, 우선순위 변화, 선거 주기와 같은 변수들을 헤쳐 나가며, 장기적인 이니셔티브가 가능한 한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라스트 마일 헬스의 사례처럼, 정부 조직에 직접 합류해 협업하기도 한다.


정부와의 파트너십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하지만 그 노력의 가치는 분명하다. 정부와 민간이 성공적으로 손을 맞잡을 때, 그 협력은 사회 곳곳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라스트 마일 헬스가 라이베리아 정부와 구축한 파트너십은 국가 최초의 지역사회 보건인력 프로그램을 탄생시켰고, 이제 이 프로그램은 라이베리아 전역의 농촌과 오지까지 안정적으로 확산되어 있다. 이렇게 배출된 지역사회 보건인력은 현재 5세 미만 아동의 말라리아 사례 절반을 진단 및 치료하고 있으며, 그랜드바사와 같은 지역에서는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사실상의 1차 보건 제공자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해에 걸쳐 근거를 축적하고 신뢰를 쌓아온 노력, 에볼라 이후 찾아온 국가 재건이라는 결정적 기회, 다양한 자금 기관 및 실행 파트너와의 협력 그리고 정부 내 다양한 우선순위를 정렬하는 과정이 맞물리면서 비로소 가능했다.


라이베리아 농촌에서 지역사회 보건인력이 한 환자에게 복용약을 설명하고 있다.



라이베리아에서의 성공은 더 넓은 범위의 파트너십으로 확장되었다. 라스트 마일 헬스는 아프리카 프론트라인 퍼스트를 통해 아프리카 17개국 정부가 커뮤니티 보건 분야의 재정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정책과 실행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여러 주체의 노력을 조율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투입된 자금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돌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프론트라인 퍼스트는 보건 재정 연합Financing Alliance for Health과 지역사회 보건 영향 연합Community Health Impact Coalition이 공동 설립한 이니셔티브로, 각국 정부가 지역사회 보건 전략과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스콜 재단, 존슨앤드존슨 재단,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 펀드 등 주요 파트너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고, 인티그레이트 헬스, 리빙 굿즈, 무소 등 여러 협력 기관이 기술 전문성을 제공하며 뒷받침하고 있다.


하이픈은 다분야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로 약 1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이 흘러가도록 견인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이픈이 미국 재무부, 중소기업 단체들과 협력해 인큐베이팅한 포용적 기업가정신 이니셔티브Initiative for Inclusive Entrepreneurship, IIE가 있다. 18개월간 진행된 이 전국 단위 시범사업은 재무부의 주 단위 중소기업 신용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기업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2억 1,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을 공급했다. 또 다른 시범사업인 지역사회 폭력개입 협력체Community Violence Intervention Collaborative는 하이픈이 지역사회 폭력개입 조직, 백악관 국내정책 위원회, 정부 간 협력 사무국과 함께 공동으로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이 협력은 공공안전 증진 연합Coalition to Advance Public Safety 설립의 토대가 되었고, 미국 법무부로부터 1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배정받았으며, 전국 단위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위해 7억 6,100만 달러 규모 공적 기금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이픈과 라스트 마일 헬스는 서로 다른 분야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지원이 꼭 필요한 지역사회로 정부 자원이 효과적으로 흘러가기 위해 핵심적인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연결하고 번역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 하이픈이 새로운 민관 협력을 시작할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부문을 잇는 가교이자 통역가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정부, 자선, 기업 부문의 리더들이 서로의 운영 방식과 제약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이해관계를 정렬해 공동의 목표를 형성한다. 정부와 기부자들이 지역사회가 직면한 어려움, 그 속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지원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하이픈과 라스트 마일 헬스는 지역사회를 대변하기보다, 지역사회 리더들이 직접 의사결정의 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한다. 예컨대, 지역사회 보건인력이 고위 정책위원회에 참석한다거나 지역 기반의 폭력개입 조직 리더가 연방 정부 관계자와 직접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장의 리더들이 정부, 필란트로피, 민간 부문이 요구하는 복잡한 절차와 기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 역시 우리가 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연결자이자 통역가로서의 이러한 역할은 우리가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핵심적인 조건이다.


타이밍은 결정적이다 | 기회가 열리는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외부 환경의 변화나 이해관계자 간 의견 불일치로 인해 시도가 실패할 있다는 점도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라스트 마일 헬스에서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한다. 정부 파트너를 설득해 지역사회 보건 프로그램을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으로 확대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자신을 다독인다. "단지 시기가 맞지 않았을 뿐 아이디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기회의 창이 다시 열릴 때를 준비해야 한다." 하이픈이 경험해 온 다분야 협력에서도 이러한 통찰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전을 행동으로 연결하라 | 서로 다른 비전을 공동의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문제의 복잡성이 발목을 잡아 파트너십이 지체되기 쉽다. 라스트 마일 헬스는 이러한 순간마다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다음 조치'를 찾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최근 글로벌 보건 이니셔티브 회의에서 우리는 90일 이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것을 제안하며, 여러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픈의 경우, 연방 재원을 활용해 자원이 부족한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혜택이 가닿도록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부문 파트너들이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기여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조율하고 있다. 하이픈은 계획 없는 비전은 환상에 불과하며, 실행의 의도가 없으면 감수해야 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행동 중심적 접근은 실제 변화를 앞당기고, 더 큰 변화를 위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체계적이면서 유연한 접근이 핵심이다 | 우리의 역할에는 모든 당사자와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난제에 대응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노력은 때로 추가적인 자본을 조성하거나, 파트너 간 어려운 대화를 중재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효과적인 거버넌스는 효과적인 정책 실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새로운 법과 제도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연방 정부와 함께 정책 실행 단계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등 새로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시민사회가 기존 역할을 넘어 정책 이행의 실질적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한 세대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의 순간이다. 기후, 일자리, 형평성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동시에 진전시키면서, 그 혜택이 소외된 지역사회에 직접 닿고, 지속가능한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속하고 실질적인 자선 부문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기회는 그대로 사라질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라 | 정책을 전환하고, 대규모 재원을 확보하며, 서비스 제공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일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과를 측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치, 경제, 사회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변화의 방향성을 추적하고, 우리가 제시한 해법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보다 혁신적인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자선 기금은 1년 단위로 지원되지만, 연방 정부의 SSBCI 프로그램은 최소 10년 주기로 운영되며, 이와 연계된 자금은 향후 20년 동안 미국 금융 시스템 안에서 순환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정부가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현장에서 경험해왔다. 펀더가 공공과 민간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도록 지원할 때, 그 투자는 수백 배, 수천 배의 효과를 가져와, 전 세계 지역사회에서 실제적인 삶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 원문 기사 보기


NAN CHEN

난 첸은 라스트 마일 헬스가 공동 설립한 파트너십인, 아프리카 프론트라인 퍼스트에서 공동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ARCHANA SAHGAL

아르차나 사갈은 하이픈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