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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커뮤니케이터:
실용적인 의사소통
가이드
2025-1
REVIEW BY AYESHA ANNA NINAN
Summary. 찰스 두히그의 저서 <슈퍼커뮤니케이터>는 혁신적인 통찰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실용적인 커뮤니케이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슈퍼커뮤니케이터: 관계 언어 사용법>
찰스 두히그, 320페이지, 랜덤하우스, 202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그의 저서 <슈퍼커뮤니케이터: 관계 언어 사용법Supercommunicators: How to Unlock the Secret Language of Connection(한국어판 제목: 대화의 힘)>에서 친구, 가족, 동료, 지역사회와 보다 효과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간단한 소통 전략들을 소개한다. 두히그는 널리 알려진 대화 도구들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누구나 ‘슈퍼커뮤니케이터supercommunicator’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를 ‘타인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지 않으며, 민감한 주제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찰스 두히그는 2012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의 저자이다. 이 책에서 그는 습관 형성의 원리를 이해하며, 습관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다뤘다. 그는 또 다른 책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훌륭하게Smarter Faster Better>에서 생산성의 원리를 분석하며, 자기 자신을 최적화시키는 도구를 제안했다. 이번에도 그는 공감할만한 사례와 연구를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자기계발서이자 가이드북을 냈다.
<슈퍼커뮤니케이터>는 자신이 가족이나 친구, 직원들과 진정으로 관계 맺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두히그의 자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뒤,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배우고, 우리의 관점을 그들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소통에 대한 그의 조언은 꽤 분명하다. 그는 우리에게 경청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드러내는 질문을 던지며, 대화 가운데 진솔하고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라고 권한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를 진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여줄지는 그러한 이해에 근거해야 합니다.”
두히그가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대인관계에서 특히 유용하며, 열린 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조직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에 적용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슈퍼커뮤니케이터들은 그룹 안에서 가장 강한 카리스마를 가졌거나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다.
두히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들의 대화 방식을 분석하며, 다양한 대화의 유형이 뇌의 각기 다른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든다. 실질적인 문제는 전두엽을 자극하고, 자기 자신(정체성과 관계)에 대한 대화는 대뇌 피질과 변연계 영역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 그리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화는 편도체와 측좌핵, 해마를 자극한다. 그는 이러한 유형의 대화들을 세 가지 마인드셋으로 분류하는데, 의사결정 마인드셋(이 대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사회적 마인드셋(이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감정적 마인드셋(이 대화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이 그것이다.
이러한 마인드셋들은 서로 구분되지만 개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두히그는 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마인드셋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직장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대화가 시작된다(이 대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대화중 친구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고백하면 감정적 마인드셋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이 대화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 문제를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면 사회적 마인드셋으로 전환이 된다(이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두히그는 이러한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거나 미러링해 공감대를 형성해보라고 조언한다. “대화 상대가 감정적이라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보세요. 상대가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있다면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의미에 몰두하고 있다면 몰두하는 그것을 되비춰보세요.”
슈퍼커뮤니케이터는 이렇게 상대방의 마인드셋을 능숙히 파악한 뒤, 서로의 필요가 반영되도록 대화를 이끈다. 두히그는 말한다. “모든 대화에서는 소리 없는 협상이 일어납니다. 이 협상의 목적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닌 각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히그의 사례연구 중에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이 상호이해가 아닌 설득인 경우도 있다. 사실 설득은 슈퍼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로 작용한다. “어떻게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모험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요? 일이나 데이트 제안을 수락하게 할 수 있을까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환자들을 설득해 COVID-19 백신을 접종시킨 사례를 조사한 두히그는 의사인 리마 차미Rima Chamie의 사례를 소개한다. 차미의 한 환자는 신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독실한 믿음을 갖고 백신 접종을 거부했는데, 그녀는 그런 환자와의 공통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결국 백신을 접종하도록 설득했다.
차미는 의학적 전문성을 갖고 환자에게 강요하는 대신 자신도 신앙과 가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녀는 환자의 언어를 사용하며 자신 역시 자녀와 손자들의 건강을 깊이 걱정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인간에게 주신 신께 감사하며, “어쩌면 신께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만들어 주신게 아닐까요?”라는 부드럽고도 수사적인 질문을 환자에게 던졌다. 이 질문은 백신 접종에 대한 답과 결정권을 환자에게 돌려주고, 환자에 대한 차미의 신뢰를 보여주었다. 공통의 가치, 특히 가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동일한 열망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이룬 차미는 환자가 생각을 바꿀 여지를 만들었고, 결국 환자의 결심을 이끌어냈다.
두히그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공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설득한 사례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의 설득력이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가 대화 상대에게 갖는 윤리적 책임에 대해서는 깊이 다룰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 슈퍼커뮤니케이터의 윤리적 측면을 깊이 다루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은 감정을 이용해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 담긴 주장은 일상의 정치적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단순히 경청하고, 관계 맺으며, 대화를 재구성하는 것만으로 분열이 해소된다면, 총기 규제나 낙태와 같은 논쟁적 문제들은 이미 해결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두히그는 이 점을 더 깊이 파고드는 대신 슈퍼커뮤니케이션의 초기 목표인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대신 이해하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이 목표는 갈등에 있는 모든 당사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는 합의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의견 차이가 극명할 때 이 책의 도구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2018년, 미디어 회사인 어드밴스 로컬Advance Local은 총기 규제 옹호자들과 총기 권리 옹호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기획했다. 어드밴스 로컬은 이 워크숍을 통해 총기와 총기 규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신념 기저의 감정과 가치를 공유할 때, 논쟁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반된 관점을 이해했고, 일부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에 주최 측은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평가했지만, 대화가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대화는 급격히 나빠졌다. 두히그는 “모두가 적개심을 극복한 건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진행자에 의해 퇴장을 당했고, 스스로 대화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온라인 대화에서 ‘더 공손하게, 비판을 자제하고, 감사의 마음을 자주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는 소외된 커뮤니티가 온라인 상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가혹한 현실을 간과한, 지나치게 단순한 조언이다. 온라인 공간에 만연한 군중심리는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며, 가해자들은 비대면 상태에서 가한 괴롭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훈련은 통제된 환경에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환경에서는 책임 구조가 부재한 탓에 한계를 보인다.
두히그의 조언이 정치적 담론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조직 안에서 지속적인 개입이 어떻게 장기적 해결책을 가져오는지는 잘 보여준다. 그는 넷플릭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2018년, 넷플릭스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회의에서 ‘n-word’(감수자주: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인 ‘니거nigger’를 지칭하는 표현)를 사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이 사건과 그로 인해 드러난 조직 내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넷플릭스는 다양성 매니저를 고용해 전사적인 토론과 교육을 진행했다. 두히그는 이를 ‘대화를 촉진하고, 편견에 맞서며, 넷플릭스를 포용적인 조직의 모범 사례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한다. 2021년까지 넷플릭스의 직원 대부분이 다양성 교육을 받았으며, 회사는 유사한 문제가 재발할 경우를 대비했다. 직원들은 구조화된 공감의 방식으로 동료들과 경영진에게 우려를 전할 수 있었는데, 이는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두히그는 넷플릭스가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이나 할리우드보다 소외된 그룹을 고용하는 데 앞서 있다’면서도 ‘넷플릭스라는 한 조직이 직원을 고용하고, 승진시키며, 지원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직이 유의미한 방식으로 성장을 촉진하고 포용성을 높이려면, 조직이 가진 맹점을 직시하고 어려운 대화에 나서야 한다.
<슈퍼커뮤니케이터>에서 두히그는 대화 상대와 공통분모를 찾고, ‘실재하는 사회적 차이를 인정할 때’ 변화를 촉진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가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은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유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대화를 통해 항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소통을 하는 방식만큼은 우리가 의도를 갖고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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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ESHA ANNA NINAN
아이샤 안나 니난은 인도 뭄바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화 편집자이자 시나리오 자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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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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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찰스 두히그의 저서 <슈퍼커뮤니케이터>는 혁신적인 통찰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실용적인 커뮤니케이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슈퍼커뮤니케이터: 관계 언어 사용법>
찰스 두히그, 320페이지, 랜덤하우스, 202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그의 저서 <슈퍼커뮤니케이터: 관계 언어 사용법Supercommunicators: How to Unlock the Secret Language of Connection(한국어판 제목: 대화의 힘)>에서 친구, 가족, 동료, 지역사회와 보다 효과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간단한 소통 전략들을 소개한다. 두히그는 널리 알려진 대화 도구들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누구나 ‘슈퍼커뮤니케이터supercommunicator’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를 ‘타인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지 않으며, 민감한 주제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찰스 두히그는 2012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의 저자이다. 이 책에서 그는 습관 형성의 원리를 이해하며, 습관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다뤘다. 그는 또 다른 책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훌륭하게Smarter Faster Better>에서 생산성의 원리를 분석하며, 자기 자신을 최적화시키는 도구를 제안했다. 이번에도 그는 공감할만한 사례와 연구를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자기계발서이자 가이드북을 냈다.
<슈퍼커뮤니케이터>는 자신이 가족이나 친구, 직원들과 진정으로 관계 맺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두히그의 자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뒤,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배우고, 우리의 관점을 그들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소통에 대한 그의 조언은 꽤 분명하다. 그는 우리에게 경청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드러내는 질문을 던지며, 대화 가운데 진솔하고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라고 권한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를 진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여줄지는 그러한 이해에 근거해야 합니다.”
두히그가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대인관계에서 특히 유용하며, 열린 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조직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에 적용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슈퍼커뮤니케이터들은 그룹 안에서 가장 강한 카리스마를 가졌거나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다.
두히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들의 대화 방식을 분석하며, 다양한 대화의 유형이 뇌의 각기 다른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든다. 실질적인 문제는 전두엽을 자극하고, 자기 자신(정체성과 관계)에 대한 대화는 대뇌 피질과 변연계 영역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 그리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화는 편도체와 측좌핵, 해마를 자극한다. 그는 이러한 유형의 대화들을 세 가지 마인드셋으로 분류하는데, 의사결정 마인드셋(이 대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사회적 마인드셋(이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감정적 마인드셋(이 대화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이 그것이다.
이러한 마인드셋들은 서로 구분되지만 개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두히그는 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마인드셋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직장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대화가 시작된다(이 대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대화중 친구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고백하면 감정적 마인드셋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이 대화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 문제를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면 사회적 마인드셋으로 전환이 된다(이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두히그는 이러한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거나 미러링해 공감대를 형성해보라고 조언한다. “대화 상대가 감정적이라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보세요. 상대가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있다면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의미에 몰두하고 있다면 몰두하는 그것을 되비춰보세요.”
슈퍼커뮤니케이터는 이렇게 상대방의 마인드셋을 능숙히 파악한 뒤, 서로의 필요가 반영되도록 대화를 이끈다. 두히그는 말한다. “모든 대화에서는 소리 없는 협상이 일어납니다. 이 협상의 목적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닌 각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히그의 사례연구 중에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이 상호이해가 아닌 설득인 경우도 있다. 사실 설득은 슈퍼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로 작용한다. “어떻게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모험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요? 일이나 데이트 제안을 수락하게 할 수 있을까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환자들을 설득해 COVID-19 백신을 접종시킨 사례를 조사한 두히그는 의사인 리마 차미Rima Chamie의 사례를 소개한다. 차미의 한 환자는 신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독실한 믿음을 갖고 백신 접종을 거부했는데, 그녀는 그런 환자와의 공통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결국 백신을 접종하도록 설득했다.
차미는 의학적 전문성을 갖고 환자에게 강요하는 대신 자신도 신앙과 가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녀는 환자의 언어를 사용하며 자신 역시 자녀와 손자들의 건강을 깊이 걱정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인간에게 주신 신께 감사하며, “어쩌면 신께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만들어 주신게 아닐까요?”라는 부드럽고도 수사적인 질문을 환자에게 던졌다. 이 질문은 백신 접종에 대한 답과 결정권을 환자에게 돌려주고, 환자에 대한 차미의 신뢰를 보여주었다. 공통의 가치, 특히 가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동일한 열망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이룬 차미는 환자가 생각을 바꿀 여지를 만들었고, 결국 환자의 결심을 이끌어냈다.
두히그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공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설득한 사례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의 설득력이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슈퍼커뮤니케이터가 대화 상대에게 갖는 윤리적 책임에 대해서는 깊이 다룰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 슈퍼커뮤니케이터의 윤리적 측면을 깊이 다루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은 감정을 이용해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 담긴 주장은 일상의 정치적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단순히 경청하고, 관계 맺으며, 대화를 재구성하는 것만으로 분열이 해소된다면, 총기 규제나 낙태와 같은 논쟁적 문제들은 이미 해결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두히그는 이 점을 더 깊이 파고드는 대신 슈퍼커뮤니케이션의 초기 목표인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대신 이해하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이 목표는 갈등에 있는 모든 당사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는 합의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의견 차이가 극명할 때 이 책의 도구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2018년, 미디어 회사인 어드밴스 로컬Advance Local은 총기 규제 옹호자들과 총기 권리 옹호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기획했다. 어드밴스 로컬은 이 워크숍을 통해 총기와 총기 규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신념 기저의 감정과 가치를 공유할 때, 논쟁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반된 관점을 이해했고, 일부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에 주최 측은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평가했지만, 대화가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대화는 급격히 나빠졌다. 두히그는 “모두가 적개심을 극복한 건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진행자에 의해 퇴장을 당했고, 스스로 대화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온라인 대화에서 ‘더 공손하게, 비판을 자제하고, 감사의 마음을 자주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는 소외된 커뮤니티가 온라인 상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가혹한 현실을 간과한, 지나치게 단순한 조언이다. 온라인 공간에 만연한 군중심리는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며, 가해자들은 비대면 상태에서 가한 괴롭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훈련은 통제된 환경에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환경에서는 책임 구조가 부재한 탓에 한계를 보인다.
두히그의 조언이 정치적 담론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조직 안에서 지속적인 개입이 어떻게 장기적 해결책을 가져오는지는 잘 보여준다. 그는 넷플릭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2018년, 넷플릭스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회의에서 ‘n-word’(감수자주: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인 ‘니거nigger’를 지칭하는 표현)를 사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이 사건과 그로 인해 드러난 조직 내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넷플릭스는 다양성 매니저를 고용해 전사적인 토론과 교육을 진행했다. 두히그는 이를 ‘대화를 촉진하고, 편견에 맞서며, 넷플릭스를 포용적인 조직의 모범 사례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한다. 2021년까지 넷플릭스의 직원 대부분이 다양성 교육을 받았으며, 회사는 유사한 문제가 재발할 경우를 대비했다. 직원들은 구조화된 공감의 방식으로 동료들과 경영진에게 우려를 전할 수 있었는데, 이는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두히그는 넷플릭스가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이나 할리우드보다 소외된 그룹을 고용하는 데 앞서 있다’면서도 ‘넷플릭스라는 한 조직이 직원을 고용하고, 승진시키며, 지원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직이 유의미한 방식으로 성장을 촉진하고 포용성을 높이려면, 조직이 가진 맹점을 직시하고 어려운 대화에 나서야 한다.
<슈퍼커뮤니케이터>에서 두히그는 대화 상대와 공통분모를 찾고, ‘실재하는 사회적 차이를 인정할 때’ 변화를 촉진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가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은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유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대화를 통해 항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소통을 하는 방식만큼은 우리가 의도를 갖고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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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ESHA ANNA NINAN
아이샤 안나 니난은 인도 뭄바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화 편집자이자 시나리오 자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