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넛지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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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거버넌스
넛지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을까?

2025-1


DANIELA BLEI



Summary. 정부 기관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적인 개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2008년, 하버드 로스쿨Harvard Law School 교수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과 시카고대학University of Chicago의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는 ‘넛지nudge’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넛지는 정부 관료, 정책 입안자, 공공 계획가들이 시민들의 더 나은 선택(은퇴를 위한 저축이나 건강한 습관 실천 등)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부드러운 개입light-touch intervention의 방법이다. 두 연구자는 행동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 개념을 제시하며, 정보가 구조화되거나 선택지가 제시되는 방식이 사람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스타인과 세일러의 연구는 영국의 행동 인사이트 팀Behavioural Insights Team, BIT에 영감을 주었다. 전 세계에 200개에 가까운 ‘넛지 유닛Nudge Unit’과 연구 계열사를 둔 BIT는 정부 기관과 협력해 무작위 대조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방식으로 넛지가 예방접종률을 효과적으로 높이는지, 운전자의 주차 위반 벌금 납부를 유도하는지 등을 검증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한 연구 논문은 넛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했다. 이 논문의 저자는 UC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경제학과 교수인 스테파노 델라비냐Stefano DellaVigna와 같은 대학 경제학 박사 과정생 김우진Woojin Kim,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Harvard Kennedy School 공공 정책 및 경영학 부교수이자 행동과학자인 엘리자베스 리노스Elizabeth Linos로, 이들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넛지 유닛이 도시에서 실험한 결과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긍정적인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 ‘넛지 실험의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병목 현상bottleneck이 발생하고 있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실제로 효과적일 수 있는 많은 넛지가 정책으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를 규명하고자 한 연구자들은 ‘정부 조직의 관성organizational inertia’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정부 기관들은 무작위 통제 실험의 결과가 이미 수행 중인 업무에 적용될 수 있을 때만 넛지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립 5년 후 북미 지사를 연 행동 인사이트 팀은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지역 및 연방 정부 기관들과 협력했다. 김우진은 말한다. “넛지 유닛은 정부 기관들의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넛지를 찾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그 넛지가 정책에 반영되었을까요? 이 질문이 우리 논문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넛지 유닛과 함께 73건의 무작위 통제 실험을 진행한 북미의 30개 시, 67개 부서들을 대상으로 후속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시 공무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던 과정을 회상하며 김우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귀하의 시에서 넛지의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하셨지요? 그렇다면 지금은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조사 결과, 실험 후 실제 정책에 반영된 넛지는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이러한 낮은 반영률의 원인을 밝혀내고자 한 연구자들은 시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넛지 반영 여부를 설명하는 세 가지 분석 모델을 도출했다. 첫째는 실험에 참여한 공무원이 당시와 동일한 직책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는 인력 규모나 자원 등 도시의 조직 인프라를 평가하는 것이고, 셋째는 넛지를 전달한 방식을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납세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안내문을 보냈는지, 아니면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그대로 활용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연구진이 이 세 가지 모델을 테스트한 결과, 마지막 모델이 넛지 반영 여부를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핵심적인 발견은 ‘넛지를 전달할 때 기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제외하면, 어떤 요인도 결정적인 예측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라고 김우진은 설명한다. 행동 인사이트 팀이 시 관계자들과 협력해 주민들이 매년 받아보는 안내문에 행동 과학적 요소를 통합했을 때, 반영률은 무려 50%p 이상 상승했다. 반면, 시가 넛지를 소개하는 별도의 안내문을 발송했을 때는 반영률이 10% 내외에 머물렀다. 기존 프로세스에 개입 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이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보다 반영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인 것이다.


김우진은 넛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시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넛지의 효과성을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가 발견되면 넛지 반영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는 실험을 통해 얻은 증거를 정책 결정과 실무에 통합하려면, 일상 업무와 사회 구조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정부가 어떤 방식의 개입이 효과적인지 평가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실험을 진행했다. 이제는 넛지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 못지않게, 넛지가 어떻게 정책으로 반영되는지를 연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경제학 교수 조나스 호르트Jonas Hjort는 이렇게 말한다. “연구자들은 지방 정부 기관도 하나의 조직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그들은 일련의 연구 과정을 통해 넛지 반영 과정에서 간과되어 온 장벽을 드러내고, 우리가 탐구해야 할 중요하고도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참고

1 .     “Bottlenecks for Evidence Adoption” by Stefano DellaVigna, Woojin Kim, and Elizabeth Lino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forth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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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A BLEI

다니엘라 블레이는 역사학자이자 작가로, 학술 서적들의 편집을 맡고 있다. 그녀의 글은 daniela-blei.com/writing과 X계정 @tothelastpage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