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사회문제 해결에 연구 전문성을 활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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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사회 · 거버넌스
사회문제 해결에
연구 전문성을
활용하다

2024-1


AMBER D. MILLER



Summary.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공공 및 민간 부문 리더들이 학문적 전문성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경로를 만든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첫 몇 주 동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무원들은 긴급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들은 카운티의 천만 주민 중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사회의 식량 공급이 중단되면서 굶주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없었고, 이를 파악할 수단도 갖고 있지 않았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카운티는 식량 지원을 위한 연방 긴급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 식량 불안정 상황food insecure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다. 미국에서 식량 불안정성을 측정하는 방식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세부적으로 포착하지 못했다. 카운티의 리더들이 2020년 4월에 사용할 수 있었던 데이터는 2018년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것이었다.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자택 대기 명령으로 인해 식량 지원 체계를 크게 재구성해야 했다. 카운티는 도움이 필요했지만, 긴급 식량 안보 부서Emergency Food Security Branch에는 급변하는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 부서가 없었다.


이와 같은 위기를 직면 했을 때, 정책 입안자들은 종종 오래된 데이터와 추측, 그리고 운에 의존해 사람들을 돕곤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다. 필자가 학장으로 재직 중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도른시프 칼리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s Dornsife College에서 고안하고 발전시킨 퍼블릭 익스체인지Public Exchange가 그 예다. 이 접근 방식은 학술적 전문성을 대규모로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익을 위한 연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프라의 부족

2020년 봄,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카운티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USC 식량 시스템 팀을 신속하게 결성했다. 이 팀에는 공중위생 전문가, 행동과학자, 공간과학자 등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2020년 4월과 5월에 LA 카운티 저소득층 가구의 약 40%가 식량 불안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리더들은 식품 판매점과 민간 식품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옐프Yelp, 파인드헬프findhelp.org 등과의 혁신적인 파트너십을 중개했다. 이러한 파트너를 연계하고 통합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데이터 세트는 식량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 팀의 인사이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의 식량 배급을 확대하고, 정부 식량 프로그램 등록을 유도하며,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LA 카운티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가정에 1,000만 파운드의 식량을 전달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팬데믹에 맞서는 사회의 새로운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 긴급한 상황에서 독창성을 발휘하여 중대한 필요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 말이다. 그러나 공공, 민간, 비영리 부문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긴급한 사회적 협업을 주도하는 주체로 연구 대학을 첫 번째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물론, 대학 연구자들은 일상적으로 우리의 삶과 지역사회를 개선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교수들은 혁신적인 통찰력과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공하는 학술 논문, 저널 아티클, 백서, 책을 출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책 입안자나 커뮤니티 리더, CEO가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문제는 연구자의 연구 주제로 다뤄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간극은 좁혀져야 한다.


연구자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고도로 훈련된 그들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자로서, 탐구 중심의 연구를 이끄는 동시에 학술 지식과 방법론을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임팩트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즉각적으로 사회적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얻지 못한다. 이는 관심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문적 전문성을 학계 밖에서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은 학계와 사회 모두에 큰 손실을 초래한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과학적 전문성과 학술 연구에 대한 여론과 신뢰가 감소했다. 혁신이 절실히 시급한 이 시점에 이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도구와 현대의학의 발전 뒤에는 연구 대학이 일군 발견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가치에 대해 일반인들은 교육기관의 역할로만 인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는 대학의 가장 핵심인 연구적 사명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역학 관계는 필자가 컬럼비아 대학의 초대 이과대학 학장으로 5년 동안 9개의 세계적 수준의 학부를 이끌며, 왜 그 기간 동안 시민이나 비즈니스 리더가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준다. 또한, 필자가 USC에서 퍼블릭 익스체인지의 기반을 만드는 동안, 잠재적인 파트너들이 연구자들의 전문성에는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 전문성을 실제로 활용하고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자주 보인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특히 스탠퍼드 대학에 기반을 둔 이 간행물의 독자들은 1970년대 초 스탠퍼드 기술 라이센스 오피스Stanford’s Office of Technology Licensing, OTL 의 설립을 이끈 ‘기술 이전’tech transfer'모델에 익숙할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은 OTL을 통해 컴퓨터 과학, 엔지니어링, 생물의학 분야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에 기반한 지적 재산의 라이센스 절차를 촉진해, 그것들이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주요 연구 대학이 이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과 혁신을 탄생시켰다. 


미국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머신러닝 혁신, 새로운 질병 치료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하기 위해 기술 이전 파트너십에 계속 의존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학자, 정책학자, 심리학자, 공간 과학자, 윤리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있는 연구 대학의 전문 지식 중 극히 일부만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역시 보다 주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리더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협력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기술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말이다.


부족한 인프라를 이해하려면, 논문 발표와 기술을 위한 잘 정립된 경로가 모두 연구자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의 자율성은 의도된 것이며, 인류 발전에 중요한 기초적 발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특정 목표를 염두에 둔 시민이나 비즈니스 리더가 학계 연구자에게 관련 전문 지식을 구할 수 있는 명확하고 효율적인 경로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퍼블릭 익스체인지가 설립된 이유다. 연구자들이 자체 연구 프로그램을 계속 수행하는 동안,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대학 외부의 소셜임팩트 리더들을 초대해 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문제를 대학으로 가져온다. 그런 다음 USC 및 부속 대학의 수천 명의 연구자들로 팀을 구성해, 필요한 구체적인 전문 지식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또한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연구자와 외부 조직 간의 파트너십을 종종 복잡하게 만들거나 중단시키는 매치메이킹, 계약 협상,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를 간소화한다.



네트워크 구축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정부, 업계, 비영리 단체에서 근무하며 연구팀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풀타임 전문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팀은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며, 시민 또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필요한 인사이트를 적시에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교수 전문가들은 연구에 대한 보상을 받지만, 퍼블릭 익스체인지에서는 행정적인 병목 현상이 일부 해소되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 주제를 포기하지 않고도 참여할 수 있다는 유인이 있다. 또한 많은 퍼블릭 익스체인지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한 교수들이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퍼블릭 익스체인지 모델을 발전시키고 개선해오면서, 우리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어떻게 이끄는지 직접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시와 진행한 퍼블릭 익스체인지 사례인 USC 어반 트리 이니셔티브USC Urban Trees Initiative는 그늘이 부족하고 대기질이 좋지 않은 도심 지역에 현재까지 700그루의 나무를 전략적으로 심도록 유도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학의 연구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 NBC4 뉴스Los Angeles NBC4 News 와 가디언Guardian, 아웃사이드Outside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다. 이러한 언론 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과 같이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대중이 연구 대학이 우리 삶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고 느끼지 못한다면, 이러한 국가적 자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지원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소액의 필란트로피 자금으로 시작된 퍼블릭 익스체인지는 향후 몇 년 내 프로젝트 기금을 통해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모델을 전국의 연구 대학을 포함하는 퍼블릭 익스체인지 네트워크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앵커 기관 태스크포스Anchor Institutions Task Force와 같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지만, 유사한 목표를 가진 큰 임팩트를 낼 잠재력이 있는 네트워크도 있다. 이 네트워크는 연구 및 활동 단체로서 대학이나 병원과 같은 지역 앵커 기관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 사회, 시민 건강을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 이들 역시 확장 가능한 영향력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커뮤니티로서 연구 대학은 연구 사명의 가치를 더 잘 드러내야 한다. 연구 결과와 성과물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 대학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즉각적이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접근하기 쉬운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더욱 적극적인 참여는 학문적 전문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뿐만 아니라, 사회가 가장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들에게 의지해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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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ER D. MILLER

앰버 D. 밀러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다나 및 데이비드 도른시프 문학, 예술, 과학 대학(Dana and David Dornsife College of Letters, Arts, and Sciences at th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학과장이다. 이전에는 컬럼비아 대학 이학부(science at Columbia University) 학과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