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누구에게나 집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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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빈곤 · 기술
누구에게나
집은 필요하다

2024. WINTER


   LEIF GREGERSEN



Summary.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캐나다의 홈리스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2023년 3월, 여러 커뮤니티의 주거지원사들이 트론토에서 열린 빌트 포 제로 캐나다 학습 세션에 참여했다.


2023년 7월로 베네사가 중독에서 벗어난 지 5년이 되었다. 베네사는 트라우마와 약물중독에 시달려 왔지만 중독을 끊었다. 베네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캐나다 알버타 주Alberta 에드먼턴 시Edmonton의 거리에서 생활했는데, 그녀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갖게 된 것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에드먼턴 시에서는 한 해 베네사와 같은 만성 노숙자가 2,700명 발생하는데, 만성 노숙chronic homelessness은 최소 1년 이상 또는 반복적으로 노숙을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편, 삶의 큰 변화나 치명적인 사건으로 매년 8,600명이 일시적 노숙transitional homelessness을 경험한다. 캐나다에서는 약 2만 5천에서 3만 5천 명의 사람들이 노숙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난, 중독, 법적 문제, 정신적 또는 신체적 건강의 문제를 겪은 사람은 노숙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식민주의 영향은 복합적이고 여러 세대에 걸쳐 나타나며 원주민의 노숙자 비율은 불균형적으로 높다. 에드먼턴 전체 인구 중 원주민의 비율은 8%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에드먼턴 노숙자의 58%를 차지한다. 


2022년, 한 사회복지사는 임신 중인 바네사에게 사회서비스 및 주택 관련 비영리단체인 에드먼턴 시티 센터 교회 법인Edmonton City Centre Church Corporation, E4C을 연결했다. 2019년, E4C는 바네사와 같이 주거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즉시 돕고자 빌트 포 제로 캐나다Built for Zero Canada, BFZC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E4C에 연결된지 2주 만에 바네사는 시비다Civida로부터 주택을 제공받았다. 시비다는 에드먼턴을 기반으로 에드먼턴 시티 센터 교회 법인, 빌트 포 제로 캐나다와 협력하며 활동하는 보조금 지원 주택subsidized housing단체이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Canadian Alliance to End Homelessness, CAEH에 의해 2019년 3월에 설립됐다.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은 모든 캐나다인이 안전하고, 적절하며, 적정 가격의 주택을 제공받고, 주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무주택 인구, 특히 청소년, 여성, 퇴역군인, 원주민과 같은 취약계층의 주거 보장 방법을 지역사회 리더 및 단체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한 리더십 이니셔티브로, 빌트 포 제로 캐나다를 설립했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주거우선 철학housing-first philosophy을 바탕으로, 중독에서 실업에 이르는 다른 어떤 문제의 해결보다 주거 보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활동한다. 이 단체는 데이터 기반의 접근을 통해 영구 주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자를 ‘이름별 목록by-name list’이라는 데이터셋으로 식별하고 기록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한 지역사회에서 3개월 이상 만성 노숙을 경험하는 사람이 3명 미만인 만성 노숙의 펑셔널 제로functional zero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현재 캐나다 전역의 58개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있으며, 3개 커뮤니티에서 퇴역군인 노숙자가 존재하지 않는 '제로zero' 상태를 달성했다. 또한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11개 지역사회에서 만성 노숙자의 수를 극적으로 감소시켰고, 한 곳에서는 만성 노숙자 제로를 달성했다. 에드먼턴에서는 정부와 자선단체의 지원을 받아 노숙자 지원사 및 지원기관에 대한 교육과 코칭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바네사를 포함한 8천 5백 명 이상의 만성 노숙자가 주거 공간을 갖게 되었다.  


바네사는 반짝이는 눈으로 아기를 바라보며 "집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희망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다  ㅣ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국경 넘어 미국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2011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커뮤니티 솔루션Community Solutions은 10만 명의 노숙자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노숙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10만 호 캠페인100,000 Homes Campaign’을 시작했다. 3년 후인 2014년, 커뮤니티 솔루션은 10만 명 이상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이 캠페인의 성공에 영감을 받은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은 2015년 캐나다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3년 내 2만 명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2만 호 캠페인20,000 Homes Campaign을 기획했다.


"2019년 3월, 2만 호 캠페인이 종료됐을 때, 우리는 21,254명에게 집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노숙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라고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의 대표 팀 리처Tim Richter는 말한다.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은 특정 시점의 노숙자 수를 집계하는 ‘특정 시점 집계point-in-time counts’ 방식에 근거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거 공간을 제공했다. 이 방식에는 이름을 포함해 어떠한 개인정보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빌트 포 캐나다는 노숙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노숙이 발생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치고,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캠페인을 하고 난 후,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은 특정 시점 집계로는 새로운 노숙자 사례를 파악하거나 대응할 수 없고, 주거 서비스로부터 누락되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노숙자들이 사회복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 주택을 선호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연합은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빌트 포 제로 캐나다를 구상하게 되었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기관, 쉼터, 무료 급식소 등의 장소로부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실시간 데이터와 지원대상자 정보를 활용해 운영된다. 단체의 이사인 마리 모리슨Marie Morrison은 실시간 데이터와 개인정보의 조합이 ‘측정 가능하고 정의로운 노숙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11명의 정규직 직원을 두었는데, 모리슨과 7명의 코치, 3명의 데이터 고문이 그들이다. 한 명당 7개에서 8개의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코치들은 월간 회의와 연 2회 컨퍼런스(온라인에서 1회, 온타리오 주에서 1회)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새로운 현장의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또한 최신의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한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회원이 되길 희망하는 지역사회를 위한 온라인 툴킷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툴킷은 팀빌딩(자원봉사자 모집 방법) 및 데이터 수집 방법(서베이 위치 맵핑)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상황에 맞춰 활용가능한 자료들과 가이드라인을 포함하고 있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회원이 되고자 하는 지역사회와 2년 단위 계약을 맺는다. 타운과 소도시의 경우 멤버십 비용이 면제되지만, 에드먼턴이나 캘거리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소정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각 지역사회에 소속 코치와 데이터 고문을 배정한다. 지역사회에 어떤 계획을 실행할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중단할지는 데이터 고문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캐나다 퇴역군인회Veterans Affairs Canada, 온타리오 주정부, 오타와 커뮤니티 재단The Ottawa Community Foundation, 포티커스Porticus 같은 자선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중 포티커스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빌트 포 제로 캐나다가 가진 커뮤니티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접근 때문이었다. 


"포티커스는 지역사회의 회복력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빌트 포 제로 캐나다의 프로그램은 이에 부합합니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지역사회 단체가 노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관과 자원을 제공해 줍니다" 라고 포티커스의 보조금 매니저 데이지 바스케즈Daisy Vazquez는 말한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와 같이 증거 기반으로 조직화된 시스템은 이전에 없었습니다."


메디슨햇Medicine Hat, 노숙 제로를 달성하다 ㅣ 2021년 6월, 알버타 주의 메디슨햇은 캐나다에서 만성 노숙자 제로를 달성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메디슨햇 커뮤니티 주택협회MHCHS는 빌트 포 제로 캐나다의 설립 이전부터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과 협력해 왔고 2015년 6월, 2만 호 캠페인 전략 회의에 참여했다. 메디슨햇 커뮤니티 주택협회는 2017년 12월, 만성 노숙자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빌트 포 제로 캐나다 출범 후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다. 그 후 메디슨햇 커뮤니티주택협회는 빌트 포 제로 캐나다와 만성 노숙자 제로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웠고, 실시간 데이터와 지원대상자 명부를 활용해 만성 노숙자 제로를 달성했다. 


메디슨햇 커뮤니티 주택협회의 홈리스 및 주택개발 매니저 제이미 로저스Jaime Rogers는 섹터 간 협력을 중시하는 빌트 포 제로 캐나다와 파트너십을 맺길 간절히 바랐다. 메디슨햇에서는 정부 대표, 보건 전문가, 경찰, 쉼터 운영자, 원주민 리더, 노숙자 등 지역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목표 설정과 실행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는 형태로 협업이 이뤄졌다. 이들은 정부, 자선단체, 비영리단체, 민간으로부터 제공받은 주택을 공급함과 동시에, 지원대상자 명부를 근거로 주거 공간을 제공받는 이들이 가진 필요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로저스는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결정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빌트 포 제로 캐나다의 도움으로 우리는 노숙 문제를 해결하는 매우 강력하고 광범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7월, 만성 노숙자 제로를 실현했습니다."


메디슨햇이 이 기간 만성 노숙자 제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빌트 포 제로 캐나다와 개발한 주거우선 5개년 계획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이 6만 3천 명인 메디슨햇은 다른 회원 도시들에 비해 인구 규모가 작고, 만성 노숙 제로의 상태가 모든 노숙자가 영구적으로 주거를 유지하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로저스는 "여전히 임시거처나 텐트 외에도 거처 없이 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라며, "그들 중에는 오피오이드opioid(감수자주: 아편과 유사한 성분을 가진 마약성 진통제의 한 종류) 중독을 겪거나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생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중 이루어진 메디슨햇에서의 성과는 사실 예외적인 것이다. 팬데믹 시기에 노숙자 주거 운동은 그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빌트 포 제로 캐나다가 주거 보장에 투입해 온 자금을 노숙자들의 건강을 위한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전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시기 노숙자 지원 기관들도 빠르게 의료 기관으로 전환되어,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캐나다 보건 시스템을 보완하는 기능을 했다. 이로 인한 여파는 상당했다. 2020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빌트 포 제로 캐나다의 13개 커뮤니티 표본에서 만성 노숙자가 50% 증가했다.


메디슨햇에서의 성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캐나다 전역에서 회원 도시들을 모으는 데 박차를 가했고,  운동의 위상은 높아졌다. 캐나다 홈리스 종식 연합의 대표 팀 리처는 "3년 안에 80개 도시에 빌트 포 제로 캐나다를 설립하고, 15개 도시를 만성 노숙자 제로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빌트 포 제로 캐나다는 대중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에게 홈리스 문제가 긴급한 관심이 필요한 국가적 비상사태임을 인식시키고, 만성 노숙자 제로가 실현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처가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홈리스 문제는 정적인 상태의 문제가 아닌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문제이지만, 빌트 포 캐나다는 홈리스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발생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치며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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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F GREGERSEN 

레이프 그레거슨은 주로 정신건강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교사이며, 대중 연설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