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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행동을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2019-1
ANN CHRISTIANO · ANNIE NEIMAND
Summary.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감정과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748년 3월 10일, 노예무역 일을 하던 22살의 영국 선원 존 뉴튼John Newton은 시에라리온에서 포로가 되는 등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상선을 탔다. 그런데 그 날 폭풍우가 아일랜드의 도네갈Donegal 해안을 강타했고, 날아온 바위에 배의 측면이 뚫려 배는 해안까지 안전히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뉴튼은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다면 기독교에 헌신하는 삶을 살 것을 약속하며 기도했다. 그 때 배 안에 굴러다니던 화물이 배의 구멍을 막으면서 배는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1787년에 제작된 노예선의 단면도는 노예제 반대론의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뉴튼은 성공회 신부가 되며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전직 노예상인이었던 그는 노예무역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고, 가장 유명한 찬송가 중 하나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작곡했다. 1787년 뉴튼은 사람들과 함께 ‘노예무역 폐지를 위한 모임Society for Effecting the Abolition of the Slave Trade’을 설립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한 때 노예였던 올라우다 에퀴아노Olaudah Equiano도 모임의 일원이었다. 그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자서전으로 노예제도의 공포를 현실감있게 전했다. 기업가였던 조시아 웨지우드Josiah Wedgwood는 캠페인 로고를 만들어 노예제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 냈다. 로고의 엠블럼에는 무릎을 꿇은 노예 남성이 그려져 있었고, '나는 사람도, 형제도 아닌가요?Am I not a man and a brother?'라는 글귀가 둘러져 있었다. 그 로고는 담배갑, 단추, 보석 등을 통해 유럽 전역에 퍼졌다. 뉴튼은 노예선박의 실상을 상세히 묘사하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에 관한 생각Thoughts Upon the Slave African Trade>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고, 이를 소책자로 만들어 영국 의회의 모든 의원들에게 보냈다.
또한 이들은 브룩스 노예선Brookes slave ship의 내부를 보여주는 단면도를 제작했는데, 이 그림에는 노예들이 쇠사슬에 묶여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상세히 묘사되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인포그래픽으로 불리곤 한다. 이런 그림이 유럽 전역의 맥주 가게와 술집에 붙었다.
그들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설탕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설탕은 노예노동에 기반해 저가로 생산되던 대표적인 상품이다. 설탕 수요가 줄어들면 설탕 생산도 감소하게 되어 노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노예무역을 계속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줄어든다. 당시 설탕은 가족이 먹을 음식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상품이었는데, 이 캠페인으로 설탕 소비가 30% 가량 줄어들었다. 이 사례는 유럽 전역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과 노예 노동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단절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활동은 1807년 영국의회가 노예무역법을 폐지하고 영국선박의 노예무역을 금지시키면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그들의 노력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최초의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의 성취에서 우리는 효과적인 캠페인의 특징을 배울 수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지금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다양한 분과의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원칙을 도출했다. 이 원칙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수 있으며, 사람들의 믿음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 알 수 있다. 단, 연구 결과를 전략에 적용함에 있어 연구 결과가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섯 가지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되려 이 원칙들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도록 돕는다. 또한 쉽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 전체 구성원이 직함이나 역할에 상관없이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감정에서 변화로
사회봉사 단체들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매년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들의 참여, 신념, 행동변화에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 관한 과학적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한 많은 돈과 노력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래 지속되어온 기금 마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 인종차별, 성 불평등과 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발해야 한다.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17년 봄 호의 <인식 제고는 이제 그만Stop Raising Awareness Already>이라는 글에서, 필자들은 사회봉사 기관들이 인식 제고를 넘어서는 목표를 갖고 활동할 것을 제안했다. 왜냐하면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은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이며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은 전형적으로 셋 중 하나의 결과를 낳는데, 잘못된 대상을 선택해 효과가 없거나, 대중의 반발을 사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 커뮤니케이션 과학은 이에 대해 반대한다.
오랫동안 기업은 술, 담배, 세제 등 다양한 상품의 마케팅을 위해 과학을 활용했다. 반면 소셜섹터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더뎠다. 물론 사회복지기관들도 포커스그룹,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나름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과학적 연구성과를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기에는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존 연구는 사람들의 관심, 동기,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강력한 도구인데, 우리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이었던 아니던 과학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웠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인종차별 철폐와 성평등을 위한 투쟁, 흡연과 음주운전 사망의 감소, 결혼평등법의 통과와 같은 중요한 사회변화를 경험했다.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사회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행동과학, 인지과학, 사회과학에서 도출된 방법론을 활용해 커뮤니케이터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설득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이 한 말이나 당신이 한 일을 잊어버릴 것이라는 점을 나는 배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신으로부터 받은 감정은 기억할 것입니다.” 시인이자 작가인 마야 앵글루Maya Angelou의 말이다. 연구자들도 마야에 동의한다. 우리의 이슈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들을 행동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즉, 변화를 가져오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포인트를 더 짚어보자면 우리가 공유하고자 하는 연구는 전략적 의사소통에 관한 수년간의 기존 연구를 탐구하며 얻은 것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의사소통 전략은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이루어진 기존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지만, 결국 이는 연구에서 제시된 이론과 결과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 기반해 주관적일 수 있다. 어떤 연구결과도 단정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으며, 언제든지 기존 연구결과에 반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의사소통 전략은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에 근거해 제시한 시사점에 근거해 도출된 것이며, 또한 어떻게 이러한 인사이트를 실무에 적용하거나 현장에서 실험해 볼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원칙 1.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칵테일 파티장에 막 들어갔을 때, 우리는 파티장 한 가운데에서 큰 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거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술잔을 들고 파티장을 한번 살핀 후 당신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는 그룹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가가서 대화를 잠시 들으며, 당신이 뭔가 더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대화에 끼어들 것이다. 기관들은 종종 자신들이 목표로 삼은 청중이나 자신들이 해결하기 원하는 이슈보다 스스로의 인지도를 쌓기 위한 메시지나 전술을 사용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집중하곤 한다. 이를테면 파티장에 걸어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사람들의 주목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과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과 세계관에 부합하는 정보를 따르고 소비한다.1 그리고 자신의 성향에 도전적이거나 반대되는 정보를 거부하고 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것을 넘어 타깃 커뮤니티target community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그들에게 큰소리로 떠들어대기 위한 확성기로 생각하는 대신 그들의 마음에 드는 선물로 생각해야 한다. 당신은 타겟 커뮤니티의 문제해결을 도와줄 수 있는가? 당신의 도움을 그들이 기분 좋게 느끼고, 그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이미지에 부합한다고 여길 것인가? 당신의 도움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연결되고, 그들이 행동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가? 사람들의 참여와 행동을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관심사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견해나 가치관은 종종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 의해 형성되곤 한다. 만약 이에 위협이 되거나 반대되는 정보를 접하면 사람들은 그 정보를 무시해야 할 이유를 찾거나 그 정보가 틀렸다고 말할 이유를 찾는다. 연구자들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세계관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권위에 대한 존중, 신성한 것에 대한 믿음, 본인이 속한 집단에 대한 보호를 중시한다. 그에 비해 진보적인 사람들은 평등한 세계관과 정의, 공정성, 공평성 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반면 메시지가 신념과 연결되어 전달될 때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취할 확률이 높다. 평등한 결혼, 기후변화 솔루션, 헬스케어와 같은 이슈들에서도 이는 사실로 확인되었다.2
동시에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주는 정보에 몰두하고 그런 정보를 소비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연애호가, 활동가, 과학자 혹은 보디빌더라는 사실은 그 사람이 어떤 정보에 더 집중할지 말해주는 좋은 지표이다. 우리의 소셜네트워크나 집단 또는 커뮤니티 형태의 소셜그룹은 집단의 규범과 금기사항을 사람들에게 주입한다. 심리적인 차원에서 볼 때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을 지킴으로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증명하려 한다. 따라서 집단의 규범과 가치에 반하거나 의문을 던지는 정보들은 무시되기 쉽다.3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정보,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정보를 추구한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캠페인을 설계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게 타깃 청중들의 가치와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가 자신들에게 왜 중요한지 알기 쉬운 캠페인이 될 것이다.
예컨대 기후전문가는 개인 차원에서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단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줄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영양학자들 역시 자연상태의 미가공 식품으로 가득한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단은 뿌리 깊은 식습관이기 때문에, 지구를 살리기 위해 기존의 식단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보를 무시하거나, 정보가 틀렸음을 또는 자신과는 무관함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지는 미래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식욕과 같은 즉각적인 욕구에 굴복할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고기와 유제품의 소비를 줄이길 바란다면, 우리는 커뮤니티 기반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해당 커뮤니티의 가치와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전략이어야 하며, 커뮤니티 내의 다른 사람들의 신념과 규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지닌 전략이어야 한다. 유명한 운동선수, 격투가, 역도선수, 보디빌더 등이 나오는 게임 체인저The Game Changer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런 전략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강한 체력과 신체를 만들기 위해 고기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성과 여성 중에는 채식주의자도 여럿 있으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도 몸매를 가꾸고 신체를 발달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디빌더 그룹에게 지구를 위해 고기를 그만 먹으라고 하는 방법은 통하기 힘들다. 이 그룹에게 고기를 먹는 것은 그동안 계속 추천받아온 방식이기도 하고 남성성의 상징이기도 하다.4 그러나 만약 이 그룹의 인플루언서가 채식주의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체력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준다면 팔로워들은 채식주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는 집단의 가치와 목표를 인정하면서도 채식주의가 어떻게 집단의 가치와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법은 청중들에게 무언가를 희생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채식주의가 강인함을 키우는 길이라는 새로운 규범을 공유하고 주위에 알릴 것이다.
인사이트 적용전략: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보디빌더를 찾아보라. 어떤 커뮤니티(그룹)에 행동변화가 나타났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해보라.
원칙 2. 이미지로 말하라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의, 평등, 복지, 공정성, 혁신과 같이 추상적이고 복잡한 이슈를 다룬다. 추상적 개념이 갖는 문제는 그 개념이 각자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 나름의 가정을 만들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 이라는 단어는 어떤 사람에게 있어 기술혁신으로 인해 자신의 직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가정과 함께 걱정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반면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묵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선한 접근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반면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언어는 뇌의 시각 및 감정적 영역과 연계된다. 하버드대의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그의 저서 <센스 오브 스타일The Sense of Style: The Thinking Person’s Guide to Writing in the 21st Century>에서 “영장류인 인간의 뇌의 3분의 1은 시각을 위해 사용되고, 나머지 큰 구획은 촉각, 청각, 움직임, 공간에 관여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가 ‘이해한다’가 되기 위해서는 광경을 보는 것과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 할 수 있는 구체적 언어로 표현될 때 독자들이 훨씬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은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프린스턴대 언어학자 아델 골드버그Adele Goldberg는 육체적 경험과 관련된 은유적 문장은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 한다고 말한다. ‘달콤한’이라는 단어는 ‘친절한’이라는 단어보다 강한 반응을 이끌어 내며, ‘쓴’이라는 단어는 ‘불친절한’이라는 단어보다 강한 반응을 이끌어 낸다. 공동저자인 랑카스터대 프란체스카 시트론Francesca Citron은 비유적인 언어가 수사학적인 어드밴티지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5
이 원칙이 적용된 좋은 예는 1963년 8월 28일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직업과 자유를 위한 워싱턴 대행진March on Washington for Jobs and Freedom’에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이 연설한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이다. 이 연설의 거의 모든 문장은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쓰라림과 증오라는 잔을 마심으로써 자유에 대한 목마름을 만족시키려 하지 맙시다.”,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앨라바마 주지사의 입에서는 개입과 무효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있지만, 나는 언젠가 앨라바마에서도 흑인 소년 소녀들이 백인 소년소녀들과 함께 형제자매로 손을 맞잡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는 수업과 워크샵에서 이 연설을 활용해 비유적 언어가 갖는 힘을 보여줬다. 중부 아프리카 차드 호수 지역에서 진행한 고위 군당국자들과의 워크샵에서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들은 후 한 참가자는 “내게는 자유만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연설문을 듣기 전 무엇이 보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그렇게 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루터 킹은 나에게 자유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미지 뒤에 또 이미지 그 뒤에 또 이미지… 지금은 ‘자유’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
1.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라 ㅣ 어떤 커뮤니티(그룹)에 행동변화가 나타났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해보라.
2. 이미지로 말하라 ㅣ 시각적인 언어를 사용해 사람들을 우리가 하는 일에 연결시켜라.
3. 의도를 가지고 감정을 자극하라 ㅣ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도록 만들고 싶은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하라. 그 다음에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생각하라.
4. 의미 있는 행동을 요청하라 ㅣ 당신의 행동지침이 커뮤니티를 이슈에 연결되도록 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끄는지 검토하라. 커뮤니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지도 검토하라.
5. 더 나은 스토리를 이야기하라 ㅣ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넘어서 기승전결이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하라.
인사이트 적용전략: 조직, 이슈와 해결책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개념을 시각화할 때 청중의 마음 속에서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보라. 시각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더 잘 연결될 수 있다. 청중이 마음속으로 그렸으면 하는 이미지를 직접 그려보고, 여백이 있는 상태로 보여주라.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 대중의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각 언어를 생각해보라.
원칙 3. 의도를 갖고 감정을 자극하라
사회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사회 이슈에 대해 강력히 공감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많은 기관들이 슬픈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노력한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조직의 미션을 위해 힘쓰는 인도주의적 구호단체들은 종종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신의 삶만을 위해 달리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외친다. 실무자들은 조직의 미션에 깊은 감정을 갖고 세상이 자신들처럼 조직의 미션에 공감해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감정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슬픔이라는 감정에 의지해 ‘마음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잘못 사용하면 타깃 커뮤니티가 우리의 이야기를 아예 듣지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슬프게 만들려는 의도가 들어 있는 이야기 또는 상황을 아예 피하거나 감동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인 가수인 사라 맥클라렌Sarah McLachlan이 부르는 <천사의 품에 안겨서In the Arms of an Angel>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동물보호소에 수용된 불쌍한 동물들의 모습이 나오는 광고를 보았을 때, 당신이 채널을 돌렸거나 샌드위치를 만들러 부엌으로 간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정보를 피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경우,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경우,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치관, 세계관이 위협받는 경우이다.6 생명과 연관된 중요한 건강정보 그리고 기후변화나 대형 폭력사건의 정보 등 사람들은 자신을 슬프게 혹은 두렵게 만들거나 죄책감을 주면서도 그런 감정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이슈에 대해 회피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후온난화에 인류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앰허스트 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의 환경 의사결정environmental decision making 교수인 에즈라 마코위츠Ezra Markowitz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메시지를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자동차 매연에 대해 각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기 자동차를 운전할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메시지들은 결국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데 능숙합니다. 이것을 죄책감 편향guil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죄책감을 피하는 데 매우 능숙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평가절하하고, 그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외면합니다. 우리가 그 이슈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기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즉,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개인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개인의 행동과 기후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말하기에는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고 반론을 제기하여 부정적 감정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다른 측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남을 보여준다. 만약 어떤 약을 의무적으로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비만 위험도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들의 경우 자궁경부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증 위험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하면 오히려 검사를 받지 않기로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 연구에서 환자들은 헤르페스herpes 감염여부를 알아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10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들이 원치 않는 불안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7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주는 정보는 피하지만 즐거운 감정을 주는 것에는 쉽게 매료된다. 예를 들어 멋진 풍경이나 화려한 일몰의 광경을 볼 때 느끼는 경이로운 감정 또는 경외감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쉽게 한다. 그런 장면이 스스로에 대해 겸허한 감정이 들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영화 ‘인간human’은 전 세계의 멋진 풍경과 함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란히 배치하여 보여준다. 이 영화는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경외감이라는 감정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 휴스톤 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의 소비자행동론 학자인 멜라니 러드Melanie Rudd의 연구에 따르면 경외감이 학습에 대한 개방성과 자원봉사에 대한의 지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8
또 하나의 긍정적 감정인 자부심 역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연구에 따르면 환경문제 해결을 돕지 못해 죄책감을 느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보다 환경문제 해결을 도우며 자부심을 느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긍정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9
많은 기관들 그리고 활동들은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으며 그 결과도 긍정적이다. 예컨대 그린피스는 두려움, 분노, 죄책감 보다는 희망에 집중한다. 그린피스의 초기 활동은 핵심 운동가들인 소수의 챔피언 그룹이 스스로를 나무에 체인으로 묶어서 환경파괴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전략은 낙관적이고 영감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제 그린피스의 메시지 전략은 다음의 문장을 포함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10억 명의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깨뜨릴 것입니다. 우리는 낙관적이고 대담하며 유머로 가득한 이야기를 나눠 드릴 것입니다. 낡고 지루한 것들에 대항하여 우리는 굴레를 깨뜨리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10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는 목표를 세우고 타깃 커뮤니티를 정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불러일으키고 싶은 감정과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각각의 감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행동을 가져올 수 있으며, 즐거운 감정은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하고 싶은 것, 행동하도록 만들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그러한 의도에 맞게 감정을 사용해야 한다
인사이트 적용전략 :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도록 만들고 싶은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히라. 그 다음에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생각하라.
원칙 4. 의미 있는 행동을 요청하라
'청원서에 서명해 주세요', '페이스북 계정을 팔로우해주세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요청인가? 하지만 이런 흔해빠진 요청들은 참여자가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참여자들은 서명이나 팔로우가 문제해결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느끼며, 자신의 노력을 큰 양동이에 물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으로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없다.
어떤 목표를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요청과 결합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다. 1955-56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Montgomery Bus Boycott은 대중교통 분야에서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을 겨냥했다. 짐 크로우 법은 1876-1965년에 시행된 미국의 주법으로 인종분리를 합법화 했다. 법적으로는 백인과 흑인이 평등하되 이들을 분리할 수 있게 하였고, 그 결과 실제로는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적 사례가 발생했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은 버스에서의 인종분리주의 철폐를 요구했는데, 이는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지침에는 '인종분리 철폐'나 '인종차별 철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지침에는 '버스를 타지 마세요'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나눠 탔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요청해야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해, 우리의 목표를 향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까? 효과적인 행동 촉구를 위한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이 방법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타깃 커뮤니티가 알 수 있어야 하며, 타깃 커뮤니티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행동 지침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 연구에서 마케팅 교수 멜라니 러드Melanie Rudd 연구팀은 두 가지 행동지침을 가지고 두 그룹에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환경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라’, 다른 그룹은 '재활용되거나 재사용되는 자재나 자원의 양을 늘리라'는 목표가 주어졌다. 70명의 참가자들에게 미션을 수행할 시간이 24시간 주어졌다. 후속조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얼마나 행복감을 느꼈는지 평가했는데, 재활용 및 재사용품을 늘리라는 구체적 목표를 가졌던 참가자들이 더 큰 행복감을 느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한 실험으로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과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것’이라는 두 가지 행동지침을 비교한 실험이 있었다. ‘골수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큰 희망을 주는 것’과 ‘골수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자를 찾을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행동지침을 비교한 실험도 있었다. 러드의 연구팀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행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더 작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분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더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 다시 누군가를 돕는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론화했다.11
둘째, 자신의 행동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는 행동지침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오레곤 대학University of Oregon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의사결정과학 연구소Decision Science Research Institute의 폴 슬로빅Paul Slovic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행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어떤 행동을 하며 얻는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이를 유사무력감pseudo-inefficacy이라고 부른다. 슬로빅과 그의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여러 어린이보다 한 명의 어린이를 도울 확률이 높다. 도와야 할 어린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자신의 도움에 대해 느끼는 효능감과 임팩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아 한 명에게 기부를 하도록 요청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아직 수백만 명이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기부 건수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12 “개인적 효능감에 대한 믿음은 인간행동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 사회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말한다.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역량이 없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변화를 만들어 낼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13
셋째, 우리가 요청하는 일에 대한 참여 방법을 사람들이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일은 그들의 일상과 습관에 쉽게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행동지침이 타깃 커뮤니티의 일상에 쉽게 통합되지 않거나 성취 가능성이 낮은 경우, 사람들은 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행동지침을 디자인할 때는 타깃 커뮤니티의 습성과 일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는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한 캠페인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ALS관련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람들이 머리 위로 얼음물을 붓는 영상을 찍어 게시하도록 유도한 바이럴 소셜미디어 캠페인viral social media campaign이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소셜미디어의 피드를 스크롤한다. 자신의 머리에 얼음물을 붓던지 아니면 ALS에 돈을 기부하고 나서 소셜네트워크의 또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영상을 게시하도록 요청한 것은 이들의 습관을 잘 이해한 결과였다.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산더 반 더 린든Sander van der Linden은 이 캠페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과 잘 맞는 행동에 참여하려는 경향,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려는 욕구 등의 심리적 습성과 잘 결합되며 성공적으로 확산되었다고 말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 사람들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뿐 아니라 외부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지지한 사람도 있었다.14
인사이트 적용전략: 행동지침을 검토하라. 타깃 커뮤니티에서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을 요청하고 있는가?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와 타깃 커뮤니티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가? 타깃 커뮤니티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그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지침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원칙 5. 더 나은 스토리를 이야기하라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이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사람들은 스토리 형태로 제공된 정보를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15 스토리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고 반대논쟁을 줄인다. 또한 관점을 받아들이게 하고 공감을 이끌며, 사람들의 관심을 포착하고 유지시키는 독특한 힘을 갖고 있다.16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의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Gregory Berns 연구팀은 소설을 읽으면 뇌에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생성해 독서 후에도 오랫동안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매혹적인 스토리를 읽으면, 종종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된 것처럼 그 상황과 경험을 기억하곤 하는 것이다.17
소셜섹터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대신 보도자료와 메시지에 의존하고 있다. 스토리에는 등장인물(캐릭터)이 있고 시작, 중간, 끝이 있다. 구성이 있고 갈등과 해결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학자들과 데이터과학자들은 보편적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수천 개의 스토리를 연구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할 때에는 어떤 구성plot의 스토리를 활용할 것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크리스토퍼 부커Christopher Booker는 2004년 그의 저서 <7가지 기본구성: 우리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유The Seven Basic Plots: Why We Tell Stories>에서 스토리의 기본구조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괴물을 물리치는 것', '무일푼에서 부자가 되는 것 (또는 그 반대)', '탐험', '여행과 귀환' 같은 것들이 스토리의 기본구조에 포함된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듣는 동안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단서를 찾는다. '무일푼에서 부자로'(신데렐라)와 같이 익숙한 서사구조는 대중이 스토리에 갖는 기대감에 대한 나침반이 되며,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알게 해준다. 이 부분은 낯선 이슈와 관련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편 이슈를 이미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기대감을 넘어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서사구조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주목을 끌 수 있고, 매번 반복되는 같은 스토리를 듣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서사구조를 활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관들은 스토리를 자신들의 활동과 전략에 결합시키곤 하는데, 이때 비슷한 서사구조와 감정선, 등장인물을 활용하면 스토리의 흥미가 떨어진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덜 익숙한 구조,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을 활용해 커뮤니티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노팅엄 대학University of Nottingham의 미디어학자 키스 바운드Keith Bound는 공포영화를 연구하며, 어떻게 하면 더 무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을 컨설팅한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먼 스토리를 원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청중의 예상범위 내에 존재하되 너무 당연하거나 진부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파격적이지도 않은 스토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는 데서 오는 편안함을 즐기는 동시에, 놀라움의 요소에 끌린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MIT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가짜 뉴스 스토리가 진실된 스토리보다 빠르게 퍼지는 현상은 예상을 벗어난 스토리 전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놀라움이나 혐오감을 주는 스토리가 공유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무엇을 배웠던지 간에 강력한 스토리가 반드시 상세하고 풍부한 디테일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스토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대중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하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조각을 맞춰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픽사Pixar의 감독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은 2012년 TED 토크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는 비결Clues to the Great Story>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사실 먹고 살기 위해 일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드러내놓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스토리텔러의 역할입니다. 우리에게는 문제해결의 본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그러하듯이 무언가를 추론하거나 어떤 요소를 제외해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짜여진 정보의 결핍은 사람들을 주목시킵니다. 일부러 특정 정보를 빼고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사람들의 추론 본능을 자극하며 주목을 끌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탄톤의 이러한 주장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된다. 사람들에게 세 개의 스토리를 제공하고 어떤 스토리가 가장 흥미로웠는지 물었을 때, 독자 스스로 이야기를 조합하도록 만든 스토리가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로 꼽혔다.
우리는 누락된 정보를 우리에게 친숙한 것으로 채워나가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생략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이 잘 아는 경험 또는 자신에게 친숙한 경험으로 이를 채워나갈 여지를 만들 수 있다. 2015년 9월 2일, 시리아 분쟁에서 탈출한 난민가족 중 한 명인 아일란 쿠르디Aylan Kurdi의 작은 몸이 그리스 해변으로 떠내려왔을 때, 그 모습이 사진작가에게 포착되었다. 그 사진과 스토리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퍼졌고,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기부와 지원이 급증했다. 쿠르디의 사진은 어떻게 전 세계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을까? 이는 보편성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당시 빨간색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얼굴이 가려진 상태여서 신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아이가 입은 옷은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어느 누구의 아이로도 보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으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스토리의 힘을 빌려 사람들이 무언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만들기 원한다면 디테일이 중요하다.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디테일, 독자들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 상황 또는 일련의 가정 등을 더해줌으로써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스토리의 맥락─해결해야 할 문제와 주인공의 결정이 필요한 세팅 등─에는 그 이슈를 형성하는 사회적 요인들이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사망한 요리사이자 작가, TV저널리스트인 앤서니 부르다인Anthony Bourdain은 이런 장치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CNN의 쇼 프로그램 <앤서니 부르다인: 알려지지 않은 것Parts Unknown>은 음식과 여행에 대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상상해보았을 독특한 문화와 맛있는 요리를 찾아 떠난 탐험의 여정에서, 그는 불의, 빈곤, 갈등, 승리 등의 요소를 드러내 보여준다.
인사이트 적용전략: 당신은 처음, 중간, 끝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는가? 당신의 스토리를 통해 대중은 어떤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가? 사람들이 그 이슈에 관해 열정적이지 않더라도 경청할 가치가 있을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인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와 이슈에 관해 새로운 통찰력을 주는, 여백이 있는 스토리인가?
새로운 관점
만약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효과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것은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이슈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을 시작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있어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정보를 퍼뜨리는 일에 커뮤니케이션 자원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이슈에 대한 영감을 주기 힘들다. 사람들이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참고
1 . 그레고리 S. 번스 외, <소설이 뇌의 연결성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 뇌 연결성, 3권, 6호, 2013, 590-600쪽. 조나단 하이트, <의로운 마음: 선한 사람들이 정치와 종교로 분열되는 이유>, 뉴욕: 빈티지, 2012. 매튜 파인버그와 롭 윌러, <걸프에서 다리로: 도덕적 주장은 언제 정치적 영향력을 촉진하는가? 성격 및 사회 심리학 회보>, 41권, 12호, 2015, 1665-1681쪽. 댄 M. 카한, <이데올로기, 동기 부여 추론, 인지적 성찰>, 판단과 의사 결정, 8, no. 4, 2013, 407-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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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매튜 A. 베즈덱 외, <긴장감이 주의 집중을 좁힌다는 신경학적 증거>, 신경과학, 303권, 2015, 338-345쪽. 톰 반 라어 외, <확장된 교통-이미지 모델: 소비자의 내러티브 교통의 선결과 결과에 대한 메타 분석>, 소비자 연구 저널, 40, no. 5, 2013, 797-817쪽. 멜라니 C. 그린과 티모시 C. 브록, <공공 내러티브의 설득력에서 교통의 역할>, 성격 및 사회 심리학 저널, 79, no. 5, 2000, 701-721쪽.
17. 번스 외, <소설이 뇌의 연결성에 미치는 단기 및 장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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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CHRISTIANO
앤 크리스티아노는 플로리다대학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칼리지(University of Florida College of Journalism and Communications)의 프랭크 카렐 체어(Frank Karel Chair) 교수이자 대중 관심사 커뮤니케이션 센터(Center for Public Interest Communications)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ANNIE NEIMAND
애니 네이만드는 플로리다대학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칼리지(University of Florida College of Journalism and Communications)의 대중 관심사 커뮤니케이션 센터(Center for Public Interest Communications)에서 리서치 디렉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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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커뮤니케이션
변화의 행동을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2019-1
ANN CHRISTIANO · ANNIE NEIMAND
Summary.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감정과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748년 3월 10일, 노예무역 일을 하던 22살의 영국 선원 존 뉴튼John Newton은 시에라리온에서 포로가 되는 등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상선을 탔다. 그런데 그 날 폭풍우가 아일랜드의 도네갈Donegal 해안을 강타했고, 날아온 바위에 배의 측면이 뚫려 배는 해안까지 안전히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뉴튼은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다면 기독교에 헌신하는 삶을 살 것을 약속하며 기도했다. 그 때 배 안에 굴러다니던 화물이 배의 구멍을 막으면서 배는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1787년에 제작된 노예선의 단면도는 노예제 반대론의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뉴튼은 성공회 신부가 되며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전직 노예상인이었던 그는 노예무역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고, 가장 유명한 찬송가 중 하나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작곡했다. 1787년 뉴튼은 사람들과 함께 ‘노예무역 폐지를 위한 모임Society for Effecting the Abolition of the Slave Trade’을 설립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한 때 노예였던 올라우다 에퀴아노Olaudah Equiano도 모임의 일원이었다. 그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자서전으로 노예제도의 공포를 현실감있게 전했다. 기업가였던 조시아 웨지우드Josiah Wedgwood는 캠페인 로고를 만들어 노예제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 냈다. 로고의 엠블럼에는 무릎을 꿇은 노예 남성이 그려져 있었고, '나는 사람도, 형제도 아닌가요?Am I not a man and a brother?'라는 글귀가 둘러져 있었다. 그 로고는 담배갑, 단추, 보석 등을 통해 유럽 전역에 퍼졌다. 뉴튼은 노예선박의 실상을 상세히 묘사하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에 관한 생각Thoughts Upon the Slave African Trade>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고, 이를 소책자로 만들어 영국 의회의 모든 의원들에게 보냈다.
또한 이들은 브룩스 노예선Brookes slave ship의 내부를 보여주는 단면도를 제작했는데, 이 그림에는 노예들이 쇠사슬에 묶여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상세히 묘사되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인포그래픽으로 불리곤 한다. 이런 그림이 유럽 전역의 맥주 가게와 술집에 붙었다.
그들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설탕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설탕은 노예노동에 기반해 저가로 생산되던 대표적인 상품이다. 설탕 수요가 줄어들면 설탕 생산도 감소하게 되어 노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노예무역을 계속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줄어든다. 당시 설탕은 가족이 먹을 음식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상품이었는데, 이 캠페인으로 설탕 소비가 30% 가량 줄어들었다. 이 사례는 유럽 전역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과 노예 노동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단절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활동은 1807년 영국의회가 노예무역법을 폐지하고 영국선박의 노예무역을 금지시키면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그들의 노력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최초의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의 성취에서 우리는 효과적인 캠페인의 특징을 배울 수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지금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다양한 분과의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원칙을 도출했다. 이 원칙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수 있으며, 사람들의 믿음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 알 수 있다. 단, 연구 결과를 전략에 적용함에 있어 연구 결과가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섯 가지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되려 이 원칙들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도록 돕는다. 또한 쉽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 전체 구성원이 직함이나 역할에 상관없이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감정에서 변화로
사회봉사 단체들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매년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들의 참여, 신념, 행동변화에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 관한 과학적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한 많은 돈과 노력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래 지속되어온 기금 마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 인종차별, 성 불평등과 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발해야 한다.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17년 봄 호의 <인식 제고는 이제 그만Stop Raising Awareness Already>이라는 글에서, 필자들은 사회봉사 기관들이 인식 제고를 넘어서는 목표를 갖고 활동할 것을 제안했다. 왜냐하면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은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이며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은 전형적으로 셋 중 하나의 결과를 낳는데, 잘못된 대상을 선택해 효과가 없거나, 대중의 반발을 사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 커뮤니케이션 과학은 이에 대해 반대한다.
오랫동안 기업은 술, 담배, 세제 등 다양한 상품의 마케팅을 위해 과학을 활용했다. 반면 소셜섹터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더뎠다. 물론 사회복지기관들도 포커스그룹,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나름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과학적 연구성과를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기에는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존 연구는 사람들의 관심, 동기,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강력한 도구인데, 우리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이었던 아니던 과학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웠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인종차별 철폐와 성평등을 위한 투쟁, 흡연과 음주운전 사망의 감소, 결혼평등법의 통과와 같은 중요한 사회변화를 경험했다.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사회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행동과학, 인지과학, 사회과학에서 도출된 방법론을 활용해 커뮤니케이터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설득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이 한 말이나 당신이 한 일을 잊어버릴 것이라는 점을 나는 배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신으로부터 받은 감정은 기억할 것입니다.” 시인이자 작가인 마야 앵글루Maya Angelou의 말이다. 연구자들도 마야에 동의한다. 우리의 이슈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들을 행동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즉, 변화를 가져오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포인트를 더 짚어보자면 우리가 공유하고자 하는 연구는 전략적 의사소통에 관한 수년간의 기존 연구를 탐구하며 얻은 것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의사소통 전략은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이루어진 기존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지만, 결국 이는 연구에서 제시된 이론과 결과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 기반해 주관적일 수 있다. 어떤 연구결과도 단정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으며, 언제든지 기존 연구결과에 반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의사소통 전략은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에 근거해 제시한 시사점에 근거해 도출된 것이며, 또한 어떻게 이러한 인사이트를 실무에 적용하거나 현장에서 실험해 볼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원칙 1.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칵테일 파티장에 막 들어갔을 때, 우리는 파티장 한 가운데에서 큰 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거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술잔을 들고 파티장을 한번 살핀 후 당신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는 그룹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가가서 대화를 잠시 들으며, 당신이 뭔가 더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대화에 끼어들 것이다. 기관들은 종종 자신들이 목표로 삼은 청중이나 자신들이 해결하기 원하는 이슈보다 스스로의 인지도를 쌓기 위한 메시지나 전술을 사용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집중하곤 한다. 이를테면 파티장에 걸어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사람들의 주목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과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과 세계관에 부합하는 정보를 따르고 소비한다.1 그리고 자신의 성향에 도전적이거나 반대되는 정보를 거부하고 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것을 넘어 타깃 커뮤니티target community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그들에게 큰소리로 떠들어대기 위한 확성기로 생각하는 대신 그들의 마음에 드는 선물로 생각해야 한다. 당신은 타겟 커뮤니티의 문제해결을 도와줄 수 있는가? 당신의 도움을 그들이 기분 좋게 느끼고, 그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이미지에 부합한다고 여길 것인가? 당신의 도움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연결되고, 그들이 행동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가? 사람들의 참여와 행동을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관심사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견해나 가치관은 종종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 의해 형성되곤 한다. 만약 이에 위협이 되거나 반대되는 정보를 접하면 사람들은 그 정보를 무시해야 할 이유를 찾거나 그 정보가 틀렸다고 말할 이유를 찾는다. 연구자들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세계관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권위에 대한 존중, 신성한 것에 대한 믿음, 본인이 속한 집단에 대한 보호를 중시한다. 그에 비해 진보적인 사람들은 평등한 세계관과 정의, 공정성, 공평성 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반면 메시지가 신념과 연결되어 전달될 때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취할 확률이 높다. 평등한 결혼, 기후변화 솔루션, 헬스케어와 같은 이슈들에서도 이는 사실로 확인되었다.2
동시에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주는 정보에 몰두하고 그런 정보를 소비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연애호가, 활동가, 과학자 혹은 보디빌더라는 사실은 그 사람이 어떤 정보에 더 집중할지 말해주는 좋은 지표이다. 우리의 소셜네트워크나 집단 또는 커뮤니티 형태의 소셜그룹은 집단의 규범과 금기사항을 사람들에게 주입한다. 심리적인 차원에서 볼 때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을 지킴으로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증명하려 한다. 따라서 집단의 규범과 가치에 반하거나 의문을 던지는 정보들은 무시되기 쉽다.3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정보,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정보를 추구한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캠페인을 설계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게 타깃 청중들의 가치와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가 자신들에게 왜 중요한지 알기 쉬운 캠페인이 될 것이다.
예컨대 기후전문가는 개인 차원에서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단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줄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영양학자들 역시 자연상태의 미가공 식품으로 가득한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단은 뿌리 깊은 식습관이기 때문에, 지구를 살리기 위해 기존의 식단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보를 무시하거나, 정보가 틀렸음을 또는 자신과는 무관함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지는 미래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식욕과 같은 즉각적인 욕구에 굴복할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고기와 유제품의 소비를 줄이길 바란다면, 우리는 커뮤니티 기반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해당 커뮤니티의 가치와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전략이어야 하며, 커뮤니티 내의 다른 사람들의 신념과 규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지닌 전략이어야 한다. 유명한 운동선수, 격투가, 역도선수, 보디빌더 등이 나오는 게임 체인저The Game Changer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런 전략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강한 체력과 신체를 만들기 위해 고기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성과 여성 중에는 채식주의자도 여럿 있으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도 몸매를 가꾸고 신체를 발달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디빌더 그룹에게 지구를 위해 고기를 그만 먹으라고 하는 방법은 통하기 힘들다. 이 그룹에게 고기를 먹는 것은 그동안 계속 추천받아온 방식이기도 하고 남성성의 상징이기도 하다.4 그러나 만약 이 그룹의 인플루언서가 채식주의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체력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준다면 팔로워들은 채식주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는 집단의 가치와 목표를 인정하면서도 채식주의가 어떻게 집단의 가치와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법은 청중들에게 무언가를 희생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채식주의가 강인함을 키우는 길이라는 새로운 규범을 공유하고 주위에 알릴 것이다.
인사이트 적용전략: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보디빌더를 찾아보라. 어떤 커뮤니티(그룹)에 행동변화가 나타났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해보라.
원칙 2. 이미지로 말하라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의, 평등, 복지, 공정성, 혁신과 같이 추상적이고 복잡한 이슈를 다룬다. 추상적 개념이 갖는 문제는 그 개념이 각자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 나름의 가정을 만들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 이라는 단어는 어떤 사람에게 있어 기술혁신으로 인해 자신의 직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가정과 함께 걱정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반면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묵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선한 접근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반면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언어는 뇌의 시각 및 감정적 영역과 연계된다. 하버드대의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그의 저서 <센스 오브 스타일The Sense of Style: The Thinking Person’s Guide to Writing in the 21st Century>에서 “영장류인 인간의 뇌의 3분의 1은 시각을 위해 사용되고, 나머지 큰 구획은 촉각, 청각, 움직임, 공간에 관여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가 ‘이해한다’가 되기 위해서는 광경을 보는 것과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 할 수 있는 구체적 언어로 표현될 때 독자들이 훨씬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은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프린스턴대 언어학자 아델 골드버그Adele Goldberg는 육체적 경험과 관련된 은유적 문장은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 한다고 말한다. ‘달콤한’이라는 단어는 ‘친절한’이라는 단어보다 강한 반응을 이끌어 내며, ‘쓴’이라는 단어는 ‘불친절한’이라는 단어보다 강한 반응을 이끌어 낸다. 공동저자인 랑카스터대 프란체스카 시트론Francesca Citron은 비유적인 언어가 수사학적인 어드밴티지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5
이 원칙이 적용된 좋은 예는 1963년 8월 28일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직업과 자유를 위한 워싱턴 대행진March on Washington for Jobs and Freedom’에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이 연설한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이다. 이 연설의 거의 모든 문장은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쓰라림과 증오라는 잔을 마심으로써 자유에 대한 목마름을 만족시키려 하지 맙시다.”,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앨라바마 주지사의 입에서는 개입과 무효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있지만, 나는 언젠가 앨라바마에서도 흑인 소년 소녀들이 백인 소년소녀들과 함께 형제자매로 손을 맞잡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는 수업과 워크샵에서 이 연설을 활용해 비유적 언어가 갖는 힘을 보여줬다. 중부 아프리카 차드 호수 지역에서 진행한 고위 군당국자들과의 워크샵에서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들은 후 한 참가자는 “내게는 자유만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연설문을 듣기 전 무엇이 보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그렇게 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루터 킹은 나에게 자유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미지 뒤에 또 이미지 그 뒤에 또 이미지… 지금은 ‘자유’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
1.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라 ㅣ 어떤 커뮤니티(그룹)에 행동변화가 나타났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해보라.
2. 이미지로 말하라 ㅣ 시각적인 언어를 사용해 사람들을 우리가 하는 일에 연결시켜라.
3. 의도를 가지고 감정을 자극하라 ㅣ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도록 만들고 싶은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하라. 그 다음에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생각하라.
4. 의미 있는 행동을 요청하라 ㅣ 당신의 행동지침이 커뮤니티를 이슈에 연결되도록 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끄는지 검토하라. 커뮤니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지도 검토하라.
5. 더 나은 스토리를 이야기하라 ㅣ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넘어서 기승전결이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하라.
인사이트 적용전략: 조직, 이슈와 해결책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개념을 시각화할 때 청중의 마음 속에서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보라. 시각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더 잘 연결될 수 있다. 청중이 마음속으로 그렸으면 하는 이미지를 직접 그려보고, 여백이 있는 상태로 보여주라.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 대중의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각 언어를 생각해보라.
원칙 3. 의도를 갖고 감정을 자극하라
사회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사회 이슈에 대해 강력히 공감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많은 기관들이 슬픈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노력한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조직의 미션을 위해 힘쓰는 인도주의적 구호단체들은 종종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신의 삶만을 위해 달리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외친다. 실무자들은 조직의 미션에 깊은 감정을 갖고 세상이 자신들처럼 조직의 미션에 공감해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감정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슬픔이라는 감정에 의지해 ‘마음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잘못 사용하면 타깃 커뮤니티가 우리의 이야기를 아예 듣지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슬프게 만들려는 의도가 들어 있는 이야기 또는 상황을 아예 피하거나 감동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인 가수인 사라 맥클라렌Sarah McLachlan이 부르는 <천사의 품에 안겨서In the Arms of an Angel>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동물보호소에 수용된 불쌍한 동물들의 모습이 나오는 광고를 보았을 때, 당신이 채널을 돌렸거나 샌드위치를 만들러 부엌으로 간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정보를 피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경우,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경우,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치관, 세계관이 위협받는 경우이다.6 생명과 연관된 중요한 건강정보 그리고 기후변화나 대형 폭력사건의 정보 등 사람들은 자신을 슬프게 혹은 두렵게 만들거나 죄책감을 주면서도 그런 감정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이슈에 대해 회피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후온난화에 인류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앰허스트 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의 환경 의사결정environmental decision making 교수인 에즈라 마코위츠Ezra Markowitz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메시지를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자동차 매연에 대해 각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기 자동차를 운전할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메시지들은 결국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데 능숙합니다. 이것을 죄책감 편향guil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죄책감을 피하는 데 매우 능숙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평가절하하고, 그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외면합니다. 우리가 그 이슈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기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즉,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개인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개인의 행동과 기후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말하기에는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고 반론을 제기하여 부정적 감정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다른 측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남을 보여준다. 만약 어떤 약을 의무적으로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비만 위험도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들의 경우 자궁경부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증 위험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하면 오히려 검사를 받지 않기로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 연구에서 환자들은 헤르페스herpes 감염여부를 알아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10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들이 원치 않는 불안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7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주는 정보는 피하지만 즐거운 감정을 주는 것에는 쉽게 매료된다. 예를 들어 멋진 풍경이나 화려한 일몰의 광경을 볼 때 느끼는 경이로운 감정 또는 경외감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쉽게 한다. 그런 장면이 스스로에 대해 겸허한 감정이 들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영화 ‘인간human’은 전 세계의 멋진 풍경과 함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란히 배치하여 보여준다. 이 영화는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경외감이라는 감정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 휴스톤 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의 소비자행동론 학자인 멜라니 러드Melanie Rudd의 연구에 따르면 경외감이 학습에 대한 개방성과 자원봉사에 대한의 지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8
또 하나의 긍정적 감정인 자부심 역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연구에 따르면 환경문제 해결을 돕지 못해 죄책감을 느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보다 환경문제 해결을 도우며 자부심을 느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긍정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9
많은 기관들 그리고 활동들은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으며 그 결과도 긍정적이다. 예컨대 그린피스는 두려움, 분노, 죄책감 보다는 희망에 집중한다. 그린피스의 초기 활동은 핵심 운동가들인 소수의 챔피언 그룹이 스스로를 나무에 체인으로 묶어서 환경파괴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전략은 낙관적이고 영감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제 그린피스의 메시지 전략은 다음의 문장을 포함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10억 명의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깨뜨릴 것입니다. 우리는 낙관적이고 대담하며 유머로 가득한 이야기를 나눠 드릴 것입니다. 낡고 지루한 것들에 대항하여 우리는 굴레를 깨뜨리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10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는 목표를 세우고 타깃 커뮤니티를 정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불러일으키고 싶은 감정과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각각의 감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행동을 가져올 수 있으며, 즐거운 감정은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하고 싶은 것, 행동하도록 만들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그러한 의도에 맞게 감정을 사용해야 한다
인사이트 적용전략 :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도록 만들고 싶은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히라. 그 다음에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생각하라.
원칙 4. 의미 있는 행동을 요청하라
'청원서에 서명해 주세요', '페이스북 계정을 팔로우해주세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요청인가? 하지만 이런 흔해빠진 요청들은 참여자가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참여자들은 서명이나 팔로우가 문제해결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느끼며, 자신의 노력을 큰 양동이에 물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으로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없다.
어떤 목표를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요청과 결합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다. 1955-56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Montgomery Bus Boycott은 대중교통 분야에서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을 겨냥했다. 짐 크로우 법은 1876-1965년에 시행된 미국의 주법으로 인종분리를 합법화 했다. 법적으로는 백인과 흑인이 평등하되 이들을 분리할 수 있게 하였고, 그 결과 실제로는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적 사례가 발생했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은 버스에서의 인종분리주의 철폐를 요구했는데, 이는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지침에는 '인종분리 철폐'나 '인종차별 철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지침에는 '버스를 타지 마세요'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나눠 탔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요청해야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해, 우리의 목표를 향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까? 효과적인 행동 촉구를 위한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이 방법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타깃 커뮤니티가 알 수 있어야 하며, 타깃 커뮤니티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행동 지침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 연구에서 마케팅 교수 멜라니 러드Melanie Rudd 연구팀은 두 가지 행동지침을 가지고 두 그룹에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환경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라’, 다른 그룹은 '재활용되거나 재사용되는 자재나 자원의 양을 늘리라'는 목표가 주어졌다. 70명의 참가자들에게 미션을 수행할 시간이 24시간 주어졌다. 후속조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얼마나 행복감을 느꼈는지 평가했는데, 재활용 및 재사용품을 늘리라는 구체적 목표를 가졌던 참가자들이 더 큰 행복감을 느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한 실험으로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과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것’이라는 두 가지 행동지침을 비교한 실험이 있었다. ‘골수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큰 희망을 주는 것’과 ‘골수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자를 찾을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행동지침을 비교한 실험도 있었다. 러드의 연구팀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행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더 작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분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더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 다시 누군가를 돕는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론화했다.11
둘째, 자신의 행동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는 행동지침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오레곤 대학University of Oregon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의사결정과학 연구소Decision Science Research Institute의 폴 슬로빅Paul Slovic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행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어떤 행동을 하며 얻는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이를 유사무력감pseudo-inefficacy이라고 부른다. 슬로빅과 그의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여러 어린이보다 한 명의 어린이를 도울 확률이 높다. 도와야 할 어린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자신의 도움에 대해 느끼는 효능감과 임팩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아 한 명에게 기부를 하도록 요청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아직 수백만 명이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기부 건수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12 “개인적 효능감에 대한 믿음은 인간행동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 사회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말한다.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역량이 없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변화를 만들어 낼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13
셋째, 우리가 요청하는 일에 대한 참여 방법을 사람들이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일은 그들의 일상과 습관에 쉽게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행동지침이 타깃 커뮤니티의 일상에 쉽게 통합되지 않거나 성취 가능성이 낮은 경우, 사람들은 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행동지침을 디자인할 때는 타깃 커뮤니티의 습성과 일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는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한 캠페인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ALS관련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람들이 머리 위로 얼음물을 붓는 영상을 찍어 게시하도록 유도한 바이럴 소셜미디어 캠페인viral social media campaign이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소셜미디어의 피드를 스크롤한다. 자신의 머리에 얼음물을 붓던지 아니면 ALS에 돈을 기부하고 나서 소셜네트워크의 또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영상을 게시하도록 요청한 것은 이들의 습관을 잘 이해한 결과였다.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산더 반 더 린든Sander van der Linden은 이 캠페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과 잘 맞는 행동에 참여하려는 경향,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려는 욕구 등의 심리적 습성과 잘 결합되며 성공적으로 확산되었다고 말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 사람들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뿐 아니라 외부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지지한 사람도 있었다.14
인사이트 적용전략: 행동지침을 검토하라. 타깃 커뮤니티에서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을 요청하고 있는가?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와 타깃 커뮤니티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가? 타깃 커뮤니티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그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지침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원칙 5. 더 나은 스토리를 이야기하라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이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사람들은 스토리 형태로 제공된 정보를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15 스토리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고 반대논쟁을 줄인다. 또한 관점을 받아들이게 하고 공감을 이끌며, 사람들의 관심을 포착하고 유지시키는 독특한 힘을 갖고 있다.16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의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Gregory Berns 연구팀은 소설을 읽으면 뇌에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생성해 독서 후에도 오랫동안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매혹적인 스토리를 읽으면, 종종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된 것처럼 그 상황과 경험을 기억하곤 하는 것이다.17
소셜섹터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대신 보도자료와 메시지에 의존하고 있다. 스토리에는 등장인물(캐릭터)이 있고 시작, 중간, 끝이 있다. 구성이 있고 갈등과 해결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학자들과 데이터과학자들은 보편적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수천 개의 스토리를 연구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할 때에는 어떤 구성plot의 스토리를 활용할 것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크리스토퍼 부커Christopher Booker는 2004년 그의 저서 <7가지 기본구성: 우리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유The Seven Basic Plots: Why We Tell Stories>에서 스토리의 기본구조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괴물을 물리치는 것', '무일푼에서 부자가 되는 것 (또는 그 반대)', '탐험', '여행과 귀환' 같은 것들이 스토리의 기본구조에 포함된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듣는 동안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단서를 찾는다. '무일푼에서 부자로'(신데렐라)와 같이 익숙한 서사구조는 대중이 스토리에 갖는 기대감에 대한 나침반이 되며,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알게 해준다. 이 부분은 낯선 이슈와 관련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편 이슈를 이미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기대감을 넘어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서사구조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주목을 끌 수 있고, 매번 반복되는 같은 스토리를 듣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서사구조를 활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관들은 스토리를 자신들의 활동과 전략에 결합시키곤 하는데, 이때 비슷한 서사구조와 감정선, 등장인물을 활용하면 스토리의 흥미가 떨어진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덜 익숙한 구조,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을 활용해 커뮤니티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노팅엄 대학University of Nottingham의 미디어학자 키스 바운드Keith Bound는 공포영화를 연구하며, 어떻게 하면 더 무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을 컨설팅한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먼 스토리를 원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청중의 예상범위 내에 존재하되 너무 당연하거나 진부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파격적이지도 않은 스토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는 데서 오는 편안함을 즐기는 동시에, 놀라움의 요소에 끌린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MIT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가짜 뉴스 스토리가 진실된 스토리보다 빠르게 퍼지는 현상은 예상을 벗어난 스토리 전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놀라움이나 혐오감을 주는 스토리가 공유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무엇을 배웠던지 간에 강력한 스토리가 반드시 상세하고 풍부한 디테일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스토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대중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하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조각을 맞춰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픽사Pixar의 감독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은 2012년 TED 토크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는 비결Clues to the Great Story>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사실 먹고 살기 위해 일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드러내놓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스토리텔러의 역할입니다. 우리에게는 문제해결의 본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그러하듯이 무언가를 추론하거나 어떤 요소를 제외해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짜여진 정보의 결핍은 사람들을 주목시킵니다. 일부러 특정 정보를 빼고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사람들의 추론 본능을 자극하며 주목을 끌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탄톤의 이러한 주장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된다. 사람들에게 세 개의 스토리를 제공하고 어떤 스토리가 가장 흥미로웠는지 물었을 때, 독자 스스로 이야기를 조합하도록 만든 스토리가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로 꼽혔다.
우리는 누락된 정보를 우리에게 친숙한 것으로 채워나가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생략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이 잘 아는 경험 또는 자신에게 친숙한 경험으로 이를 채워나갈 여지를 만들 수 있다. 2015년 9월 2일, 시리아 분쟁에서 탈출한 난민가족 중 한 명인 아일란 쿠르디Aylan Kurdi의 작은 몸이 그리스 해변으로 떠내려왔을 때, 그 모습이 사진작가에게 포착되었다. 그 사진과 스토리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퍼졌고,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기부와 지원이 급증했다. 쿠르디의 사진은 어떻게 전 세계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을까? 이는 보편성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당시 빨간색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얼굴이 가려진 상태여서 신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아이가 입은 옷은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어느 누구의 아이로도 보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으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스토리의 힘을 빌려 사람들이 무언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만들기 원한다면 디테일이 중요하다.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디테일, 독자들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 상황 또는 일련의 가정 등을 더해줌으로써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스토리의 맥락─해결해야 할 문제와 주인공의 결정이 필요한 세팅 등─에는 그 이슈를 형성하는 사회적 요인들이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사망한 요리사이자 작가, TV저널리스트인 앤서니 부르다인Anthony Bourdain은 이런 장치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CNN의 쇼 프로그램 <앤서니 부르다인: 알려지지 않은 것Parts Unknown>은 음식과 여행에 대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상상해보았을 독특한 문화와 맛있는 요리를 찾아 떠난 탐험의 여정에서, 그는 불의, 빈곤, 갈등, 승리 등의 요소를 드러내 보여준다.
인사이트 적용전략: 당신은 처음, 중간, 끝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는가? 당신의 스토리를 통해 대중은 어떤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가? 사람들이 그 이슈에 관해 열정적이지 않더라도 경청할 가치가 있을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인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와 이슈에 관해 새로운 통찰력을 주는, 여백이 있는 스토리인가?
새로운 관점
만약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효과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것은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이슈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을 시작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있어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정보를 퍼뜨리는 일에 커뮤니케이션 자원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이슈에 대한 영감을 주기 힘들다. 사람들이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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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번스 외, <소설이 뇌의 연결성에 미치는 단기 및 장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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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CHRISTIANO
앤 크리스티아노는 플로리다대학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칼리지(University of Florida College of Journalism and Communications)의 프랭크 카렐 체어(Frank Karel Chair) 교수이자 대중 관심사 커뮤니케이션 센터(Center for Public Interest Communications)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ANNIE NEIMAND
애니 네이만드는 플로리다대학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칼리지(University of Florida College of Journalism and Communications)의 대중 관심사 커뮤니케이션 센터(Center for Public Interest Communications)에서 리서치 디렉터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