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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 새롭게 거듭나다
2020-2
JASJIT SINGH
Summary.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인기를 누린 키바(Kiva)는 전통적인 대출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2003년, 25세였던 제시카 잭클리는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공공관리 프로그램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잭클리는 당시 무함마드 유누스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강의는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에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을 설립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 금융 솔루션을 대중화시켰다. 저소득국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대출 시 요구하는 담보와 신용거래 이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액 금융모델은 특히 기업가가 되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부업자보다 우호적인 조건으로 소액의 자금을 대출해줌으로써 시장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유누스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잭클리는 소액 금융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동아프리카로 떠났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티보TiVo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던 잭클리의 남편 맷 플래너리도 몇 개월 후 아내의 여정에 동참했다.
2015년 잭클리가 펴낸 자서전 <진흙, 물, 벽돌: 세상을 바꾼 착한 금융 키바 이야기Clay Water Brick>에서 그녀는 “저는 제 친구들과 가족들이 기업가정신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으로 기부가 아닌 대출의 방식으로 이 같은 이야기에 반응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기술했다.
2004년에 잭클리 부부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친척, 친구, 지인들과 소액 대출을 희망하는 동아프리카 사람들을 이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5년 4월, 잭클리 부부는 우간다의 목사이자 커뮤니티 리더인 모세 온양고라는 중개자를 통해 7건의 파일럿 프로그램 준비를 마쳤다. 잭클리 부부는 총 3,500달러의 대출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사이트에 게시했고, 자신들의 결혼식에 초청하면서 확보해 둔 300명의 지인에게 모금 요청 메일을 보냈다.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는 7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엘리자베스 오말라도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500달러를 대출받게 되면 그 돈으로 생선가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사이트에 게시된 7건의 대출 건 모두 며칠 만에 모금이 완료됐다.
잭클리는 공개 강의에서 “웹사이트 런칭 이후 6개월 동안 멋진 일들이 일어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잭클리는 “동아프리카의 사업가들은 자금 지원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립할 수 있게 되었고, 삶의 궤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실험을 통해 용기를 얻은 잭클리 부부는 대중에게 완성된 키바 웹사이트를 공개했다. 페이팔에서 일하며 독자적으로 소액 금융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던 프레멀 샤도 공동창업자로 키바에 합류했다.
케냐의 농부이자 가게 주인인 잭클린(오른쪽)는 키바 대출금으로 젖소를 구매해 우유와 요구르트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말 키바는 전 세계 130만 명의 대출자들과 300만 명의 차입자들을 연결해 12억 달러(한화로 약 1.4조 원)의 대출금을 매칭했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가 크게 커지면서 창업자의 본래 비전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2009년 초, 키바는 사업 운영의 투명성과 키바가 주장해 온 임팩트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키바는 논란을 키우지 않으면서 이러한 비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2018년, 키바는 미션을 재정의할 준비를 마쳤다. 키바는 ‘대출을 통해 사람을 잇고, 이를 통해 빈곤을 완화한다’는 기존의 미션을 ‘금융 접근성 확대를 통해 저개발된 커뮤니티의 번영을 돕는다’로 바꿨다. 크라우드펀딩 기반의 모델로 시작한 키바의 특징이었던 ‘사람 간의 연결’이나 ‘대출’ 등의 단어는 회사의 새로운 미션에서 사라졌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키바는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금융 접근성 확대는 여전히 키바의 핵심 가치였지만, 임팩트의 넓이와 깊이를 확대하기 위해 이니셔티브를 다각화한 것이다.
2018년까지 키바의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공동창립자 샤는 “사람들이 키바에 대해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가 우리는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쉬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샤는 “이러한 노력은 쉽지 않고 측정하기도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키바를 칭찬할 만한 점은 그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하고,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증거를 바탕으로 모델을 발전시켰으며, 새로운 임팩트의 영역을 개척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키바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아있었다. ‘키바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키바가 그동안 이룬 것들, 그리고 이미 증명된 핵심 역량들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차원이 다른 쇼핑 경험
개인 간 거래P2P 형태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2005년 공식 출범한 키바는 25달러 정도의 소액을 기꺼이 빌려줄 수 있는 평범한 미국인들과 소액의 창업 자금이 필요한 해외 차입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키바 창립자들은 샤의 집에서 일하면서, 창립 첫해에 거의 무급으로 일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팀을 꾸렸다.
스토리텔링과 사람 간의 연결에 기반한 모금 전략을 활용한 키바의 인기는 급격히 높아졌다. 창립자 플래너리는 매거진 <이노베이션Innovations>의 2007년 기사에서 “우리가 만든 대출자와 차입자 사이의 인간적인 연결이 새로운 대출자들을 소액 금융 무브먼트에 끌어들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키바는 대출자를 찾기 위해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초라한 실적을 갖고 있거나 대체 자금원이 없는 소규모 소액 금융 기관들이었다. 이들은 키바를 통해 모금된 대출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키바 유저들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도록 차입자들의 프로필 작성을 돕고, 웹사이트에 차입자들의 사업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을 담당했다.
2007년 봄까지 키바의 누적 대출액은 6백만 달러였다. 키바는 40개의 소액 금융 파트너사를 통해 6만 명의 키바 대출자들과 현지 고객들을 연결했다. 키바 유저들은 가나의 양봉업자, 캄보디아의 시금치 재배 농부, 니카라과의 핫도그 판매상, 그리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목수 등이 보여준 다양한 기업가정신 스토리에 매료됐다. 창립자 플래너리는 키바 사용자들이 특히 선호했던 대출자들을 떠올렸다. “과일 장사를 하는 아프리카 여성의 경우는 몇 시간만에 자금이 모였고, 니카라과인 상인은 며칠 만에 자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불가리아인 택시 기사는 자금을 모으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2007년 여름, 키바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키바의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날 방송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신간 <기빙Giving: 우리 각자의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을 소개하면서 방송이 시작됐다. 방송이 시작된 지 약 45분 후 시애틀의 장인 앤 브라운이 에콰도르 재봉사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이야기가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키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브라운은 키바를 '차원이 다른 쇼핑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진열대를 둘러보면서 어떤 제품을 사기 위해 돈을 쓰는 일반적인 이커머스 웹사이트와 달리, 사람들 특히 기업가들의 스토리를 둘러보면서 누구의 꿈을 지원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후 키바의 웹사이트 트래픽은 급증했고, 급기야 다운이 되기도 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덕분에 키바는 더 큰 서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키바는 미국 세법 501(c)(3)에 해당하는 기부금 세제 혜택 대상인 비영리조직이면서 유저나 현지 파트너들에게 이자, 플랫폼 사용료,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았다. 재무증권 발행인으로 비침으로써 겪을 수 있는 복잡한 법적인 문제를 창업자들이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키바는 공동창업자 샤의 인맥 덕에 페이팔에서 모든 금융 거래를 무료로 처리할 수 있었다. 대출이 상환되면 키바 유저에게는 세 가지 옵션이 주어진다. 자금을 인출하거나, 키바에 ‘팁’이라는 명목으로 기부를 하거나, 또는 새로운 기업가에게 다시 대출을 하는 것이다. 유저들은 그중 세 번째 옵션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유저들이 인출한 금액은 전체 자금의 10% 미만이었다. 이러한 자금의 순환을 통해 키바의 대출 포트폴리오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키바는 세 가지 자금원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가장 큰 재원은 유저가 추가로 낼 수 있는 팁이었다. 2008년 키바 유저의 절반 정도가 팁을 냈는데, 그 액수는 총 2백만 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 재원은 키바의 은행 잔고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주로 소액 금융기관MFI 파트너들에게 아직 지급되지 않은 대출 자금에서 발생했다. 2008년에 이자로 충당한 재원은 40만 달러에 달했다. 세 번째 재원은 고객들에게 키바 웹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선물로 제공됐으나, 사용되지 않고 기한이 만료된 기프트카드에서 발생했다. 이 금액은 2008년 기준 3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 세 가지 자금원을 통해 키바는 2008년도 예산 410만 달러 중 270만 달러를 충당했다. 부족한 예산은 추가적인 기부와 모금 노력으로 메웠다. 경영진 중 어떤 이들은 이같은 예산 부족이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진행해야 하는 실사due diligence 비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이들은 키바가 스스로 재정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키바는 부분적으로 외부자금에 의존하고 있어 이 논의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키바 모델에 제기된 의문
2007년 여름은 키바가 다시 유명세를 탄 해이자 핵심 모델이 난관에 부딪힌 해이기도 하다. 키바의 첫 파트너인 모세 온양고가 거짓으로 대출자들의 프로필을 꾸미고 자금을 유용한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창립자 플래너리는 “모세는 생선 장수, 염소 지기 그리고 옷 리셀링 등의 스토리를 통해 초창기 키바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확대되면서 모세가 가짜 차입자들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키바는 25만 달러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사실대로 밝혔고, 피해를 입은 대출자들에게는 원금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대출자들은 돌려받은 자금을 또 다른 신규 대출 건에 재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사의 역량 부족과 노골적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았다. 키바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외부 자문을 통해 더 강력한 실사 절차를 갖추기로 했다.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은 이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1백만 달러 이상의 서비스를 기부했다. 대출 심사는 엄격한 현장 조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자금 집행이 승인되기 전 키바 투자위원회가 현장 조사 결과를 검토했다.
당시 키바 업무 중 상당 부분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었던 키바가 테크와 국제개발협력이 맞닿는 영역에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조직이 된 것이다. 키바는 내부적으로 사업의 임팩트보다 소액 금융 대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데 더 집중했다. 6년간 임팩트투자 업계에서 일했고, 2013년 키바에 합류한 최고투자책임자CIO 채드 스테르벤츠는 말했다. “임팩트보다 현장검증에 집중한 것은 키바의 웹사이트로 유입된 모든 자금이 개발도상국 내 신뢰할 수 있는 소액 금융 파트너에게 전달되는 것이 긍정적인 임팩트가 발생하는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기준, 키바의 소액 금융 대출액은 3,6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키바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규모가 큰 소액 금융기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2010년부터 키바 현지 파트너로 일했고, 현재는 파트너 투자 선임 책임자인 캐시 기스는 말했다. “리스크가 있는 파트너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은 2010년까지 키바가 리스크가 낮은 프로필을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팩트를 위해서라면 리스크에 관대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키바 공동창업자 제시카 잭클리(상단 왼쪽), 맷 플래너리(상단 오른쪽), 네빌 크롤리(하단 왼쪽), 전 대표 프레멀 샤(하단 중앙)
키바가 출범했을 당시에는 차입자들이 키바 웹사이트에서 대출을 먼저 신청하고, 해당 건에 대한 모금이 완료된 후 차입자에게 돈이 전달됐다. 그러나 대형 소액 금융기관 파트너사들이 일괄적 거래 승인을 가능하게 하고 더 신속한 자금 집행을 하면서, 키바의 관행은 바뀌었다. 모금이 완료되기 전에 차입자들이 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개발센터의 경제학자 데이빗 루드먼은 2009년 10월, <키바의 실체는 보이는 것과 다르다Kiva Is Not Quite What It Seem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키바가 만든 개인 간, 그리고 기부자와 대출자 간의 연결고리는 부분적으로 허구이며, 키바 유저 대부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술했다.
또 다른 비판자들은 키바의 신규 파트너가 차입자들에게 이자를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 키바가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트너사에 대한 키바의 재정 지원은 무이자 조건이었다.) 소액 금융 컨설턴트 휴 싱클레어는 심지어 “키바는 의도적으로 잠재적 투자자를 속이고 있습니다.”라며 비판하며, “키바는 사진과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이자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키바 경영진은 크게 놀랐다. 그들은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었고, 유저들에게 어떤 것도 숨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바 경영진은 이 사안에 대처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링크를 추가하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같은 추가 정보가 유저들을 부담스럽게 하거나 오히려 관심을 떨어뜨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다.
루드먼은 키바 유저들의 기분에 따라 개발도상국 차입자들의 상황이 달라져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키바가 통제하기 어려운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대출자와 기부자들이 그들의 대출이 갖는 의미 또는 실제적인 임팩트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과 이야기를 원했다.
‘키바 집’ 실험
당시 키바의 CEO였던 플래너리는 좀 더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플래너리는 키바가 파트너 기반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포기했던 순수 P2P 크라우드펀딩의 접근 방식을 다시 한번 고려하길 원했다. 2011년 플래너리는 새로운 대안으로 ‘키바 집Kiva Zip’이라는 파일럿 플랫폼을 출시했다. 2008년부터 키바에 참여해 최근까지 전략 개발 부사장을 지낸 베넷 그라사노는 “플래너리는 기술의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개인 없이 대출을 원하는 창업가들에게 직접 자금을 전달한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플래너리는 키바 집 플랫폼을 키바의 메인 웹사이트와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순수 P2P 대출 실행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키바 내 일부 임원들은 이 실험이 기존의 유저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유저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플래너리는 케냐와 미국 두 곳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키바 집은 대출자가 현지 파트너의 개입 없이 차입자를 신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보증’ 접근방법을 채택했다. 사회적 보증을 위해 대출자는 현지 지역사회에서 신뢰할 만한 개인이나 단체인 ‘신탁 관리자’의 보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케냐에서 해당 모델을 도입해 본 결과, 현지 파트너의 개입 없이는 관리가 너무 복잡했다. 결국 키바 집은 미국의 창업가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주류 금융권에서 소외된 소수자, 전과자, 참전용사, 그리고 이민자 등이 여기에 해당됐다. 플래너리는 최대 5,000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무이자 창업 대출이 대출자의 사업을 성장시키고, 신용 이력을 쌓으며, 더 큰 경제 영역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2013년 12월까지, 키바 집 프로젝트를 통해 410명의 미국 사업가에게 16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액이 전달됐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재정적인 난관에 부딪혔다. 현지 파트너가 제공했던 규모의 경제를 키바 집에서는 달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출 한 건을 처리하는 데 높은 행정비용이 들었다. 또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가 위주로 대출을 진행한 점, 파트너 기반의 접근 방식보다 모니터링 체계가 약했던 점 등으로 연체율도 높았다. 더불어 유사한 업체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됐다. 결국 키바는 키바 집 프로젝트를 ‘키바 미국Kiva U.S.’이라는 이름으로 메인 플랫폼과 통합하기로 결정했고, 별도의 자금 모집도 진행했다.
순수 P2P 대출을 키바의 핵심모델로 삼기에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키바는 다시 기존의 파트너 기반 접근방식에 집중하되,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팩트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플래너리는 2015년 키바를 떠나 모바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기업 ‘브랜치Branch’를 공동설립했다.
소액 금융에 대한 재고
자사의 운영 모델을 손보던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키바는 소액 금융에 대한 광범위한 논란에 휘말렸다. 이는 '과연 소액 금융이 빈곤문제 해결을에 적합한 솔루션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비평가들은 소액 금융기관의 높은 이자와 공격적인 대출 전략을 꼬집었고, 대출받은 사람들이 빚의 굴레에 자주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2010년에는 키바와는 무관하지만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서 소액 금융 채무에 시달리던 80명 이상의 차입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여러 건의 무작위 비교 실험연구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결과, 소액 대출이 빈곤 문제 해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 대출을 받은 빈곤층 중 일부만이 대출금을 사업에 투자했으며, 이러한 경우에서조차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학자 아비짓 바너지 교수, 딘 칼런 교수, 그리고 조나단 진맨 교수는 2015년에 “소액 금융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견되었으나 이는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라고 결론내렸다.
공동창립자 샤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키바 모델의 전제는 소액대출이 빈곤 완화에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위 비교연구RCT 결과들은 소액 대출이 빈곤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키바의 임팩트를 증대시킬 수 있을까?’”
키바 경영진들은 거대 소액 금융기관들이 주도하는 전통적인 소액 금융모델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키바의 모델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임팩트를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키바의 전 부사장 그라사노는 “만약 대출을 받아 비료를 구입한 농부가 바로 2주 후부터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면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라며, “농부들의 현금 흐름에 맞춰 대출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준다면 임팩트가 상당한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키바 경영진은 실제적인 임팩트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소액 금융모델을 실험하기로 했다. 키바의 파트너 투자 선임 책임자 기스는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리스크를 더 의도적으로 감수하고, 잠재적 임팩트 대비 리스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리스크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바의 후원자들과 소액 금융 파트너 기관들은 임팩트의 의미보다 상환율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키바 역시 지난 몇 년간 쌓아온 관계와 포트폴리오를 한꺼번에 버릴 수 없었다. 대신 키바는 혁신을 실험해 볼 의향이 있는 소액 금융 파트너 기관들, 또는 기타 단체(예컨대 가난한 학생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육기관 등)들과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어나갔다.
이러한 실험적 시도에 현지 파트너와 후원자들이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샤와 그라사노는 키바의 전략 및 투자팀들의 선임 매니저들과 상의해 공식적인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그라사노는 “우리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키바의 역할을 좀 더 넓게 생각해 보자. 임팩트가 큰 모델이 있다면 키바가 R&D팀의 역할을 하며 이를 실험해 본다는 의미로 키바 랩스Kiva Labs라는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라고요”라고 말했다.
혁신을 실험하면서 키바 랩스는 예상대로 실패를 경험했다. 예컨대 말라위에 있는 한 비영리기관은 돼지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고, 이를 새끼 돼지로 상환했다. 기스는 “이는 멋진 아이디어였지만, 돼지 가격이 폭락해 대출비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기스는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아이디어들이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키바는 임팩트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자금원이 없는 어려운 여건을 우선시했는데, 여기에는 난민, 재난을 당한 지역사회 등이 포함되었다. 예컨대 키바는 사회적기업 NWTF와 손을 잡고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의 생존자들을 도왔다. NWTF의 특수 프로젝트 관리자 레이먼드 세리오스는 “우리는 장기융자가 결정되기 전 단기융자인 브릿지론bridge loans을 도입하여 실패한 사업가가 다시 사업을 시작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거처도 없이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주지 재건 대출을 먼저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업 대출에 대해서는 자금을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주지 재건을 위해 대출을 제공하는 기관은 당시 키바뿐이었습니다.”
2013년 말까지 키바 랩스는 약 70 여개의 파트너들을 통해 농업, 교육, 에너지, 모바일 기술 및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약 800만 달러의 대출금을 융통했다. 키바 랩스는 구글로부터 3년 동안 300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시스코 재단Cisco Foundation과 물라고 재단Mulago Foundation으로부터도 재정 및 현물지원을 받아 예산을 마련했다. 혁신적인 실험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투입한 덕에, 키바 랩스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출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이터를 다수 축적할 수 있었다.
더 큰 임팩트를 위해 새로운 소액 금융 모델을 장려하는 키바 랩스의 노력은 찬사를 받았다. 딘 칼런 교수는 2014년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실린 기고문에서 “키바 랩스는 기부자들이 먼저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뒤에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기부자들이 소액 대출의 혁신을 일으킨 것입니다.”라고 기술했다. 딘 교수는 “이로 인해 키바의 대출자들은 빈곤층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해 자신들의 기존 대출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는 키바가 스토리와 사진에 집중하는 대신 대출이 가져오는 차입자들의 삶의 변화에 집중하고, 대출 조건이나 리스크보다 임팩트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임팩트 투자
2012년 초, 키바는 웹사이트에 사연을 게시한 수혜자와 유저를 이어주는 파트너 기반의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회적기업과도 협업하기 시작했다.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우리가 찾는 기관은 스스로를 대출기관이라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유망하고 목표 지향적인 조직들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파트너 중 하나는 멕시코 기업 시스테마 바이오볼사Sistema Biobolsa였다. 이 기업은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바이오가스와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농부들에게 ‘생물침지기biodigester’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시스테마 바이오볼사 최고 운영 책임자 에스더 알토르퍼는 “만일 키바와 같은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여러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대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키바 덕분에 무이자 대출이 가능해져 극빈층 고객들도 우리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키바는 자신들의 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예컨대 키바는 통합적 개입 접근 방식integrated intervention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 농부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바반 고나Babban Gona에게 5만 달러의 신용한도를 제공했다. 덕분에 바반 고나는 대출 상환 기록을 가지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더 큰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키바 투자팀은 자신들이 임팩트 투자자로서 잠재력 높은 사회적기업들을 좀 더 폭넓은 방식으로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자금을 매칭하고 현지 파트너를 통해 이를 전달하는 키바의 기존 운영 모델과 다른 접근 방식을 갖는 것도 고려 대상에 포함됐다.
2016년, 키바는 공식적으로 '사회적기업 직접 투자DSE'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이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대출금을 제공했다. 키바의 초기 DSE 투자 중 하나는 마이애그로myAgro라는 기업에 5만 달러를 대출해 준 것이다. 마이애그로는 말리의 농부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돈을 모아 씨앗, 비료 및 농기구를 사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다 2012년 키바에 합류한 전략적 이니셔티브 책임자 카를로스 피에르와 키바의 최고 투자 책임자 스테르벤츠가 DSE를 함께 운영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적기업들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피에르는 “우리는 현실에서 상충하는 두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수익보다 임팩트에 집중해 왔습니다. 반면에 주류 임팩트 투자자들은 ‘당신들은 회계감사를 받기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고, 연간 매출은 1백만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당신들과 투자 관련 대화를 나눠야 합니까? 제가 투자할 만한 좀 더 나은 기업은 없습니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주류 임팩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는 너무 크고 기대수익은 너무 작다는 것을 의미했다.
DSE 프로그램은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주류 임팩트 투자를 받기에는 역부족인, 그래서 초기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타산이 맞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회적기업은 대출 규모가 비교적 작아 대출금액 대비 실사 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규모 소액 금융기관의 신용한도는 일반적으로 200만 달러 이상인 반면, 사회적기업들이 희망하는 DSE 투자금은 보통 10만 달러 이하였다. 키바는 소규모 대출에 대해서는 더욱 간단한 절차와 약식 서류를 허용하는 구간별 접근법tiered approach을 개발해 이 문제를 완화하고자 했다. 또한 DSE 대출은 그 특성상 파산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공동 창립자 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DSE는 빈곤율이 높은 지역사회에 시장 기반의 접근을 도입한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97~98%의 상환율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DSE 프로그램이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과연 키바 유저들이 이를 얼마나 지지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유저들은 차입자들과의 좀 더 가까운 개인적 유대감을 제공하는 기존의 대출 방식을 여전히 선호할 수도 있다. 기스 선임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재 DSE 프로그램은 키바 웹사이트 내에서 굉장히 독특한 유형의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유저들에게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인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유저가 투자금을 상환받으면 이를 게시합니다.”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크라우드펀딩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이며, “대출규모를 확장하는 방법은 매칭 방식의 후원을 연계하는 것입니다. 큰 규모의 재단, 비영리,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매칭과 연결할 수 있다면 자금조달 상한액이 훨씬 더 빨리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18년까지 키바는 사회적기업 70개에 360만 달러를 제공했다. 피에르는 “설문조사에 응한 50개 사회적기업의 경우 키바가 제공한 투자금 1달러당 7달러의 외부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임팩트 투자자 역할을 하는 것은 키바에게 아직 새로운 영역이다. 필요한 지원금이나 투자금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여전히 키바 랩스에서 관리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회적기업 관련 프로젝트는 키바의 핵심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관리되고 있다.
임팩트에 더 엄격한 기준 적용하기
키바 랩스와 같은 임팩트 중심 이니셔티브 출범 이후, 키바는 자사가 창출하는 임팩트가 실제로 커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임팩트 제고를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겉으로는 임팩트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소규모 투자의 경우 실사와 같은 고정비용이 계속 들어갔기 때문에 키바의 달러당 임팩트 효율성이 증대됐는지는 불분명했다. 사회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한다고는 해도, 실제 임팩트보다 실행과 시스템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우리는 투자위원회 미팅에서 내부 위원회 멤버들에게 각 사례가 만든 성과에 대해 설득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외부에 우리의 임팩트를 알리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라고 밝혔다.
2013년, 물라고재단 등 외부 기관들이 키바에게 임팩트 관련 종합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것을 독려했다. 키바는 지금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대출 기회를 평가하고 이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 여기서 세 가지 기준은 키바 사이트에서 측정되는 투자자들의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대출 타입의 인기도, 파트너와의 협업에 들어가는 비용, 그리고 미상환 리스크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당시 임팩트와 관련된 논의에 불만을 표하며 더 명확한 지표를 요구했다.
기스 선임 책임자는 “이들은 정확한 재무 자료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파이낸스 영역에는 운영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분석 체계가 잘 정립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키바의 임팩트 측정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정확도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키바 투자팀은 임팩트 지표 항목을 네 번째 요소로 추가해, 새로운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인 PICRPopularity, Impact, Cost, and Risk -인기도, 임팩트, 비용, 리스크-을 완성했다. 하지만 임팩트 지표는 너무 단순하고 주관적이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가 없었다. 이 시스템에는 추가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연구를 체계화하고, 그 결과를 키바의 포트폴리오 관리에 적용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마스터카드 재단에 도움을 청했고, 마스터카드 재단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키바 랩스에 8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키바는 전문가를 영입하며 임팩트 평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예컨대 키바는 비영리단체 사마소스Samasource의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골디 쵸우를 임팩트 책임자로 영입했다.
쵸우는 “키바에는 엄청난 열정과 헌신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임팩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키바 조직 내에 약간의 두려움, 혹은 창피함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라사노와 쵸우는 키바 랩스를 키바의 미션 달성을 위해 적합한 플랫폼으로 보았고, 키바의 포트폴리오에서 이렇게 혁신적이고 조금 더 보조금 의존적인 부문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 컸던 기존의 키바 포트폴리오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던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오클랜드에서 농작 및 원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욜란다는 대출금 5,000달러로 가게를 정비하고 상품 종류를 늘렸다.
2018년에 쵸우 임팩트 책임자와 그녀의 팀은 임팩트에 대한 증거를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접목한 새로운 방법론인 ‘임팩트 스코어링Impact Scoring’을 발표했다. 임팩트 스코어링은 다양한 상황에서 소액 대출이 창출한 임팩트와 관련된 학술 문헌 분석 및 자료조사에서 시작됐다. 이를 통해 가장 큰 임팩트가 기대되는 대출 유형과 상품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었다. 데이터베이스는 지속해서 업데이트될 예정이었다. 키바 팀은 유망한 대출 유형이 발견될 때마다 관련 태그를 만들고, 기대 임팩트에 대한 증거의 크기에 따라 ‘높음’, ‘중간’, ‘낮음’의 등급을 부여했다.
대출상품에 이러한 태그를 부여함으로써 ‘상품 점수’를 산출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상품이 가지는 임팩트 창출 잠재력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데이터베이스에는 차입자에게 상환 유예기간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의 소득증대로 이어진다는 증거에 연결된 태그가 있다. 또 다른 태그는 (농작물 수확 후 자금에 여유가 생기는 농부의 경우와 같이) 대출자의 현금흐름에 맞춰 상환 스케줄을 결정하면 임팩트가 제고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대출상품 점수는 종합적인 ‘임팩트 스코어’를 구성하는 세 가지 측면 중 하나일 뿐이다. 두 번째 측면은 대출상품의 ‘목표 점수’로, 특정 세그멘트에 대한 도달 여부를 보는 것이다. 이때 높은 세그먼트에 도달할 시 가중치를 부여하기 위해 세계은행 등의 기관들이 제공하는 지역별 빈곤 정도, 경제적 소외도 등의 자료를 이용한다. 세 번째 측면은 실사에 기반해 대출을 집행한 파트너가 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반영하는 ‘프로세스 퀄러티Process Quality 점수’이다. 키바는 이와 같은 점수 지표를 이용해 대출 기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 약 1억 5천만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30명으로 구성된 키바의 투자팀은 파트너에 대한 종합점수에 대한 목표치는 물론, 개별 대출상품의 종합 점수에 대한 목표치도 설정한다.
키바의 (임팩트 관리 체계에서 활용된) 증거 기반 전략은 임팩트를 중시하는 다른 기관들의 노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마스터카드 재단의 프로그램 매니저 샹텔 메이시는 “비록 마스터카드 재단의 모니터링 및 평가팀은 키바처럼 공식적인 ‘임팩트 점수’를 매기지 않지만, 우리가 개입한 부문에서 임팩트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쵸우 책임자는 “우리는 측정된 임팩트 점수의 정확도에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통계학처럼, 실제 수치가 얼마이든 간에 그 수치를 둘러싼 넓은 신뢰구간 혹은 오차 구간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임팩트 측정을 통해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가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키바 알고리즘
이렇게 점수를 계산하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분명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키바의 유저들한테도 이 점수가 유용할까? 키바의 유저들이 좋은 일을 하려는 마음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맞지만, 이들은 체계화된 임팩트 스코어보다 아름다운 그림과 감동적인 이야기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공동 창립자 샤는 “키바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은 이런 디테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임팩트 증거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에 기부 또는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깨달은 것처럼 사람들을 유도하고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최고 투자 책임자 스테르벤 츠는 “키바가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인터넷은 지금과 다른 환경이었습니다”라며 “오늘날에는 유저의 관심을 얻기가 더 어렵습니다.”라고 밝혔다. 오늘날의 유저들은 선택권이 많고, 관심 주기는 더욱 짧으며, 트위터 스타일의 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임팩트를 유저 경험과 접목하는 방식이 유저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키바는 유저들을 잃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저들에게 임팩트가 아닌 매력적인 이야기 위주로 어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공동 창립자 샤는 “우리는 유저들의 특성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임팩트가 창출되는 곳에 사람들의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키바는 임팩트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도 일반 유저들이 과도한 복잡함에 시달리지 않도록 했다. 대출의 종류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한 유저의 경우(예컨대 아프리카 여성들을 위한 소액 금융 대출 등) 필터를 활용해 특정 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 특별한 선호가 없다면 키바의 웹사이트는 투자 옵션들이 배치되는 순서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임팩트 스코어를 이용해 유저들을 임팩트가 더 큰 옵션 쪽으로 조심스레 이끌었다.
쵸우 책임자는 말한다. “우리는 정렬 알고리즘에 임팩트 스코어를 접목했습니다. 예전 알고리즘은 전자상거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금 핫한 상품은Trending Now’ 방식, 유저가 어떤 방식으로 클릭했는지를 바탕으로 상품을 정렬하는 유기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팩트 지표를 추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저가 옵션을 검토한 후 실제 투자 및 대출로 이어지는 비율인 전환율에 변화가 있는가? 이전 대비 실제 투자 및 대출 횟수, 금액 등의 측면에서 대출 전반에 변화가 있는가? 그렇지 않고 이전 대비 투자 및 대출 횟수, 금액, 전환율 등에 있어 차이가 별로 없다면 우리는 동일 모금액 대비 더 깊은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키바의 알고리즘을 통한 ‘유저 관리’ 개념이 어쩌면 조작적이거나 가부장적인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마스터카드 재단의 프로그램 매니저 메이시는 이 알고리즘이 키바의 임팩트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라 보았다. 메이시는 “키바가 임팩트 스코어를 이용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적합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모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입니다.”라고 말했다.
키바, 대출을 넘어
2018년 말, 공동창업자 프레멀 샤 대표 CEO에서 물러나 의장으로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대표직은 2017년에 키바에 합류한 네빌 크롤리에게 넘어갔다. 일류 헤지펀드 및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크롤리의 경력은 비영리 업계에서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크롤리는 중국의 가난한 지역에서 살았던 경험부터 나이지리아의 저소득층 고객과 함께 일한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 비영리조직에서 일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로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분석 전문회사 퀴드Quid를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시킨 경험이 있었으며, 키바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전략적 사고, 재무관리 및 모금 등에서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크롤리의 리더십하에 키바는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했고 좀 더 힘있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롤리는 키바의 미션인 금융 접근성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의 유망한 프로젝트들을 신속히 확장했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들을 신속히 착수했다.
크롤리는 말했다. “키바의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은 것입니다. 수십억 달러가 대형 은행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이 돈들은 세상을 위해 활용되고 있지 않으며, 이자수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닙니다. 키바가 그 돈의 일부를 예컨대 나이지리아나 캄보디아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면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함은 물론 재무적 수익도 만들 수 있습니다.”
크롤리의 새로운 비전은 2007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청중을 사로잡았던 키바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크롤리 대표는 펀딩 재원을 소규모 대출자에게만 의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개인 대출자와 차입자 간의 연결고리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전략이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크롤리는 말했다.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금융 포용성의 도전에 응하고 있습니다. 즉, 대출의 측면에서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포용할 뿐 아니라, 투자의 측면에서도 소규모 투자자로만 이해관계자를 제한하지 않고 향후 더 포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다면적 접근 방식을 통해 규모 있는 임팩트 달성을 위한 최선의 기회를 얻게 되리라 믿습니다.”
키바의 임팩트 책임자 쵸우는 말한다. “소규모 대출자들 덕분에 오늘의 키바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좀 더 큰 임팩트를 꿈꾸고 있습니다. 만약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다면 키바는 그 부분에 집중할 것입니다. 향후엔 키바의 전체 모금액 중 크라우드펀딩 재원의 비중이 상당 부분 작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키바가 기존 미션 선언문에서 삭제한 ‘사람 간의 연결’이나 ‘대출’에 대한 키바의 헌신은 어떻게 된 것일까? 크롤리 대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새로운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키바의 미션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명시한 미션과 현재 키바의 새로운 전략 간에 괴리가 있기에 미션이 아직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키바 직원들이 기여 또는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통해, 직원 모두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미션을 찾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롤리의 리더십하에서 키바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무이자 원칙’을 포기했다. 현재 키바는 구간별 접근법을 새롭게 도입 중이다. 최신 대출상품에 대해서는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 무이자 혹은 낮은 이자율 원칙을 유지하되, 주류 금융상품으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소액 금융 기관들에게는 더 높은 이자를 부담시키거나 플랫폼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순이익을 내고자 시도 중인 키바는 점점 더 전통적인 자선단체의 이미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크롤리 대표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우리가 제공하는 자본 일부에 가령 5~10% 이자가 붙는다 하더라도 다른 대출업체에 비하면 이는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일 것입니다. 나아가 이는 키바가 무이자 대출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자본을 융통할 수 있게 해, 결과적으로 임팩트 제고에도 유용할 것입니다.”
크롤리 대표는 “우리는 이미 현지의 대형 파트너에게 ‘만약 특정 가격에 추가로 5백만 달러를 제공해 드린다면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키바가 굳이 크라우드펀딩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재단 혹은 다른 기관에서도 자금을 끌어올 것입니다”라며 기관 차원의 자금 조성을 확대하는 계획을 내비쳤다.
‘모두가 자신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금융 포용성이 높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키바의 비전에 따라, 새로운 미션이 만들어졌다. 키바는 자신들의 비전을 빠르게 실현하기 위해 대출 플랫폼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키바는 금융에서 소외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기술적 인프라 구축 방법을 찾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 접근이 어려운 전 세계 인구는 약 17억 명에 달한다. 크롤리 대표는 말한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웃, 대금업자 또는 소액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돈을 상환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여전히 집을 짓는 데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대출 이력이 신용조사 기관이 보유한 공식 신분정보와 매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크롤리 대표는 모든 사람이 디지털 신분을 가질 수 있도록 ‘키바 프로토콜Kiva Protocol’이라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이 시범 프로젝트는 (전 국민의 80%가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7백만 명의 시에라리온 시민들을 위해 디지털 신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이를 위해 최신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사용할 계획이다. 2018년 유엔 총회에서 발표된 시에라리온 프로젝트는 (은행에서 점주에 이르는) 다양한 공식 및 비공식 금융기관에서 취합한 데이터가 효율적으로 통합될 때, 고객의 신용이력 생성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크롤리는 소액 금융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었던 키바의 본래 미션과 그동안 쌓아온 유산을 넘어 더욱 과감한 변화를 가져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키바 내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구조조정 및 인력 교체가 있었다. 2018년부터 최고 재무 책임자 CFO 및 최고 운영 책임자COO를 맡아온 팸 얀치크 코닐리는 “작년은 우리의 사기가 저점을 찍었고, 직원 대부분이 조직 문화와 새로운 키바에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했습니다”라고 밝혔다. 팸은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직원들이 키바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새로운 전략을 포용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키바의 새로운 정체성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키바는 스스로를 테크 벤처기업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비영리 사회적기업으로 봐야 할까? 아님 임팩트 투자자일까? 이러한 다양한 정체성을 한꺼번에 갖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결국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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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JIT SINGH
자스짓 싱은 폴 뒤브륄(PAUL DUBRULE) 석좌기금으로 임명된 지속가능개발학 교수이자, 인시드(INSEAD)의 경영전략 교수이다. 또한 인시드 소셜임팩트 이니셔티브의 아카데믹 디렉터이자 사회적기업가 프로그램(ISEP)의 공동책임자이다.
댓글
소셜임팩트 · 빈곤 · 임팩트금융
키바, 새롭게 거듭나다
2020-2
JASJIT SINGH
Summary.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인기를 누린 키바(Kiva)는 전통적인 대출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2003년, 25세였던 제시카 잭클리는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공공관리 프로그램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잭클리는 당시 무함마드 유누스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강의는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에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을 설립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 금융 솔루션을 대중화시켰다. 저소득국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대출 시 요구하는 담보와 신용거래 이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액 금융모델은 특히 기업가가 되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부업자보다 우호적인 조건으로 소액의 자금을 대출해줌으로써 시장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유누스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잭클리는 소액 금융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동아프리카로 떠났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티보TiVo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던 잭클리의 남편 맷 플래너리도 몇 개월 후 아내의 여정에 동참했다.
2015년 잭클리가 펴낸 자서전 <진흙, 물, 벽돌: 세상을 바꾼 착한 금융 키바 이야기Clay Water Brick>에서 그녀는 “저는 제 친구들과 가족들이 기업가정신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으로 기부가 아닌 대출의 방식으로 이 같은 이야기에 반응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기술했다.
2004년에 잭클리 부부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친척, 친구, 지인들과 소액 대출을 희망하는 동아프리카 사람들을 이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5년 4월, 잭클리 부부는 우간다의 목사이자 커뮤니티 리더인 모세 온양고라는 중개자를 통해 7건의 파일럿 프로그램 준비를 마쳤다. 잭클리 부부는 총 3,500달러의 대출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사이트에 게시했고, 자신들의 결혼식에 초청하면서 확보해 둔 300명의 지인에게 모금 요청 메일을 보냈다.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는 7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엘리자베스 오말라도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500달러를 대출받게 되면 그 돈으로 생선가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사이트에 게시된 7건의 대출 건 모두 며칠 만에 모금이 완료됐다.
잭클리는 공개 강의에서 “웹사이트 런칭 이후 6개월 동안 멋진 일들이 일어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잭클리는 “동아프리카의 사업가들은 자금 지원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립할 수 있게 되었고, 삶의 궤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실험을 통해 용기를 얻은 잭클리 부부는 대중에게 완성된 키바 웹사이트를 공개했다. 페이팔에서 일하며 독자적으로 소액 금융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던 프레멀 샤도 공동창업자로 키바에 합류했다.
케냐의 농부이자 가게 주인인 잭클린(오른쪽)는 키바 대출금으로 젖소를 구매해 우유와 요구르트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말 키바는 전 세계 130만 명의 대출자들과 300만 명의 차입자들을 연결해 12억 달러(한화로 약 1.4조 원)의 대출금을 매칭했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가 크게 커지면서 창업자의 본래 비전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2009년 초, 키바는 사업 운영의 투명성과 키바가 주장해 온 임팩트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키바는 논란을 키우지 않으면서 이러한 비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2018년, 키바는 미션을 재정의할 준비를 마쳤다. 키바는 ‘대출을 통해 사람을 잇고, 이를 통해 빈곤을 완화한다’는 기존의 미션을 ‘금융 접근성 확대를 통해 저개발된 커뮤니티의 번영을 돕는다’로 바꿨다. 크라우드펀딩 기반의 모델로 시작한 키바의 특징이었던 ‘사람 간의 연결’이나 ‘대출’ 등의 단어는 회사의 새로운 미션에서 사라졌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키바는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금융 접근성 확대는 여전히 키바의 핵심 가치였지만, 임팩트의 넓이와 깊이를 확대하기 위해 이니셔티브를 다각화한 것이다.
2018년까지 키바의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공동창립자 샤는 “사람들이 키바에 대해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가 우리는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쉬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샤는 “이러한 노력은 쉽지 않고 측정하기도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키바를 칭찬할 만한 점은 그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하고,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증거를 바탕으로 모델을 발전시켰으며, 새로운 임팩트의 영역을 개척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키바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아있었다. ‘키바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키바가 그동안 이룬 것들, 그리고 이미 증명된 핵심 역량들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차원이 다른 쇼핑 경험
개인 간 거래P2P 형태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2005년 공식 출범한 키바는 25달러 정도의 소액을 기꺼이 빌려줄 수 있는 평범한 미국인들과 소액의 창업 자금이 필요한 해외 차입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키바 창립자들은 샤의 집에서 일하면서, 창립 첫해에 거의 무급으로 일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팀을 꾸렸다.
스토리텔링과 사람 간의 연결에 기반한 모금 전략을 활용한 키바의 인기는 급격히 높아졌다. 창립자 플래너리는 매거진 <이노베이션Innovations>의 2007년 기사에서 “우리가 만든 대출자와 차입자 사이의 인간적인 연결이 새로운 대출자들을 소액 금융 무브먼트에 끌어들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키바는 대출자를 찾기 위해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초라한 실적을 갖고 있거나 대체 자금원이 없는 소규모 소액 금융 기관들이었다. 이들은 키바를 통해 모금된 대출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키바 유저들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도록 차입자들의 프로필 작성을 돕고, 웹사이트에 차입자들의 사업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을 담당했다.
2007년 봄까지 키바의 누적 대출액은 6백만 달러였다. 키바는 40개의 소액 금융 파트너사를 통해 6만 명의 키바 대출자들과 현지 고객들을 연결했다. 키바 유저들은 가나의 양봉업자, 캄보디아의 시금치 재배 농부, 니카라과의 핫도그 판매상, 그리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목수 등이 보여준 다양한 기업가정신 스토리에 매료됐다. 창립자 플래너리는 키바 사용자들이 특히 선호했던 대출자들을 떠올렸다. “과일 장사를 하는 아프리카 여성의 경우는 몇 시간만에 자금이 모였고, 니카라과인 상인은 며칠 만에 자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불가리아인 택시 기사는 자금을 모으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2007년 여름, 키바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키바의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날 방송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신간 <기빙Giving: 우리 각자의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을 소개하면서 방송이 시작됐다. 방송이 시작된 지 약 45분 후 시애틀의 장인 앤 브라운이 에콰도르 재봉사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이야기가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키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브라운은 키바를 '차원이 다른 쇼핑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진열대를 둘러보면서 어떤 제품을 사기 위해 돈을 쓰는 일반적인 이커머스 웹사이트와 달리, 사람들 특히 기업가들의 스토리를 둘러보면서 누구의 꿈을 지원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후 키바의 웹사이트 트래픽은 급증했고, 급기야 다운이 되기도 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덕분에 키바는 더 큰 서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키바는 미국 세법 501(c)(3)에 해당하는 기부금 세제 혜택 대상인 비영리조직이면서 유저나 현지 파트너들에게 이자, 플랫폼 사용료,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았다. 재무증권 발행인으로 비침으로써 겪을 수 있는 복잡한 법적인 문제를 창업자들이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키바는 공동창업자 샤의 인맥 덕에 페이팔에서 모든 금융 거래를 무료로 처리할 수 있었다. 대출이 상환되면 키바 유저에게는 세 가지 옵션이 주어진다. 자금을 인출하거나, 키바에 ‘팁’이라는 명목으로 기부를 하거나, 또는 새로운 기업가에게 다시 대출을 하는 것이다. 유저들은 그중 세 번째 옵션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유저들이 인출한 금액은 전체 자금의 10% 미만이었다. 이러한 자금의 순환을 통해 키바의 대출 포트폴리오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키바는 세 가지 자금원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가장 큰 재원은 유저가 추가로 낼 수 있는 팁이었다. 2008년 키바 유저의 절반 정도가 팁을 냈는데, 그 액수는 총 2백만 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 재원은 키바의 은행 잔고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주로 소액 금융기관MFI 파트너들에게 아직 지급되지 않은 대출 자금에서 발생했다. 2008년에 이자로 충당한 재원은 40만 달러에 달했다. 세 번째 재원은 고객들에게 키바 웹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선물로 제공됐으나, 사용되지 않고 기한이 만료된 기프트카드에서 발생했다. 이 금액은 2008년 기준 3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 세 가지 자금원을 통해 키바는 2008년도 예산 410만 달러 중 270만 달러를 충당했다. 부족한 예산은 추가적인 기부와 모금 노력으로 메웠다. 경영진 중 어떤 이들은 이같은 예산 부족이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진행해야 하는 실사due diligence 비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이들은 키바가 스스로 재정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키바는 부분적으로 외부자금에 의존하고 있어 이 논의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키바 모델에 제기된 의문
2007년 여름은 키바가 다시 유명세를 탄 해이자 핵심 모델이 난관에 부딪힌 해이기도 하다. 키바의 첫 파트너인 모세 온양고가 거짓으로 대출자들의 프로필을 꾸미고 자금을 유용한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창립자 플래너리는 “모세는 생선 장수, 염소 지기 그리고 옷 리셀링 등의 스토리를 통해 초창기 키바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확대되면서 모세가 가짜 차입자들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키바는 25만 달러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사실대로 밝혔고, 피해를 입은 대출자들에게는 원금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대출자들은 돌려받은 자금을 또 다른 신규 대출 건에 재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사의 역량 부족과 노골적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았다. 키바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외부 자문을 통해 더 강력한 실사 절차를 갖추기로 했다.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은 이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1백만 달러 이상의 서비스를 기부했다. 대출 심사는 엄격한 현장 조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자금 집행이 승인되기 전 키바 투자위원회가 현장 조사 결과를 검토했다.
당시 키바 업무 중 상당 부분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었던 키바가 테크와 국제개발협력이 맞닿는 영역에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조직이 된 것이다. 키바는 내부적으로 사업의 임팩트보다 소액 금융 대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데 더 집중했다. 6년간 임팩트투자 업계에서 일했고, 2013년 키바에 합류한 최고투자책임자CIO 채드 스테르벤츠는 말했다. “임팩트보다 현장검증에 집중한 것은 키바의 웹사이트로 유입된 모든 자금이 개발도상국 내 신뢰할 수 있는 소액 금융 파트너에게 전달되는 것이 긍정적인 임팩트가 발생하는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기준, 키바의 소액 금융 대출액은 3,6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키바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규모가 큰 소액 금융기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2010년부터 키바 현지 파트너로 일했고, 현재는 파트너 투자 선임 책임자인 캐시 기스는 말했다. “리스크가 있는 파트너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은 2010년까지 키바가 리스크가 낮은 프로필을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팩트를 위해서라면 리스크에 관대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키바 공동창업자 제시카 잭클리(상단 왼쪽), 맷 플래너리(상단 오른쪽), 네빌 크롤리(하단 왼쪽), 전 대표 프레멀 샤(하단 중앙)
키바가 출범했을 당시에는 차입자들이 키바 웹사이트에서 대출을 먼저 신청하고, 해당 건에 대한 모금이 완료된 후 차입자에게 돈이 전달됐다. 그러나 대형 소액 금융기관 파트너사들이 일괄적 거래 승인을 가능하게 하고 더 신속한 자금 집행을 하면서, 키바의 관행은 바뀌었다. 모금이 완료되기 전에 차입자들이 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개발센터의 경제학자 데이빗 루드먼은 2009년 10월, <키바의 실체는 보이는 것과 다르다Kiva Is Not Quite What It Seem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키바가 만든 개인 간, 그리고 기부자와 대출자 간의 연결고리는 부분적으로 허구이며, 키바 유저 대부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술했다.
또 다른 비판자들은 키바의 신규 파트너가 차입자들에게 이자를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 키바가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트너사에 대한 키바의 재정 지원은 무이자 조건이었다.) 소액 금융 컨설턴트 휴 싱클레어는 심지어 “키바는 의도적으로 잠재적 투자자를 속이고 있습니다.”라며 비판하며, “키바는 사진과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이자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키바 경영진은 크게 놀랐다. 그들은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었고, 유저들에게 어떤 것도 숨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바 경영진은 이 사안에 대처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링크를 추가하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같은 추가 정보가 유저들을 부담스럽게 하거나 오히려 관심을 떨어뜨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다.
루드먼은 키바 유저들의 기분에 따라 개발도상국 차입자들의 상황이 달라져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키바가 통제하기 어려운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대출자와 기부자들이 그들의 대출이 갖는 의미 또는 실제적인 임팩트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과 이야기를 원했다.
‘키바 집’ 실험
당시 키바의 CEO였던 플래너리는 좀 더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플래너리는 키바가 파트너 기반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포기했던 순수 P2P 크라우드펀딩의 접근 방식을 다시 한번 고려하길 원했다. 2011년 플래너리는 새로운 대안으로 ‘키바 집Kiva Zip’이라는 파일럿 플랫폼을 출시했다. 2008년부터 키바에 참여해 최근까지 전략 개발 부사장을 지낸 베넷 그라사노는 “플래너리는 기술의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개인 없이 대출을 원하는 창업가들에게 직접 자금을 전달한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플래너리는 키바 집 플랫폼을 키바의 메인 웹사이트와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순수 P2P 대출 실행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키바 내 일부 임원들은 이 실험이 기존의 유저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유저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플래너리는 케냐와 미국 두 곳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키바 집은 대출자가 현지 파트너의 개입 없이 차입자를 신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보증’ 접근방법을 채택했다. 사회적 보증을 위해 대출자는 현지 지역사회에서 신뢰할 만한 개인이나 단체인 ‘신탁 관리자’의 보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케냐에서 해당 모델을 도입해 본 결과, 현지 파트너의 개입 없이는 관리가 너무 복잡했다. 결국 키바 집은 미국의 창업가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주류 금융권에서 소외된 소수자, 전과자, 참전용사, 그리고 이민자 등이 여기에 해당됐다. 플래너리는 최대 5,000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무이자 창업 대출이 대출자의 사업을 성장시키고, 신용 이력을 쌓으며, 더 큰 경제 영역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2013년 12월까지, 키바 집 프로젝트를 통해 410명의 미국 사업가에게 16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액이 전달됐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재정적인 난관에 부딪혔다. 현지 파트너가 제공했던 규모의 경제를 키바 집에서는 달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출 한 건을 처리하는 데 높은 행정비용이 들었다. 또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가 위주로 대출을 진행한 점, 파트너 기반의 접근 방식보다 모니터링 체계가 약했던 점 등으로 연체율도 높았다. 더불어 유사한 업체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됐다. 결국 키바는 키바 집 프로젝트를 ‘키바 미국Kiva U.S.’이라는 이름으로 메인 플랫폼과 통합하기로 결정했고, 별도의 자금 모집도 진행했다.
순수 P2P 대출을 키바의 핵심모델로 삼기에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키바는 다시 기존의 파트너 기반 접근방식에 집중하되,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팩트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플래너리는 2015년 키바를 떠나 모바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기업 ‘브랜치Branch’를 공동설립했다.
소액 금융에 대한 재고
자사의 운영 모델을 손보던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키바는 소액 금융에 대한 광범위한 논란에 휘말렸다. 이는 '과연 소액 금융이 빈곤문제 해결을에 적합한 솔루션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비평가들은 소액 금융기관의 높은 이자와 공격적인 대출 전략을 꼬집었고, 대출받은 사람들이 빚의 굴레에 자주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2010년에는 키바와는 무관하지만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서 소액 금융 채무에 시달리던 80명 이상의 차입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여러 건의 무작위 비교 실험연구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결과, 소액 대출이 빈곤 문제 해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 대출을 받은 빈곤층 중 일부만이 대출금을 사업에 투자했으며, 이러한 경우에서조차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학자 아비짓 바너지 교수, 딘 칼런 교수, 그리고 조나단 진맨 교수는 2015년에 “소액 금융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견되었으나 이는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라고 결론내렸다.
공동창립자 샤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키바 모델의 전제는 소액대출이 빈곤 완화에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위 비교연구RCT 결과들은 소액 대출이 빈곤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키바의 임팩트를 증대시킬 수 있을까?’”
키바 경영진들은 거대 소액 금융기관들이 주도하는 전통적인 소액 금융모델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키바의 모델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임팩트를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키바의 전 부사장 그라사노는 “만약 대출을 받아 비료를 구입한 농부가 바로 2주 후부터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면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라며, “농부들의 현금 흐름에 맞춰 대출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준다면 임팩트가 상당한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키바 경영진은 실제적인 임팩트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소액 금융모델을 실험하기로 했다. 키바의 파트너 투자 선임 책임자 기스는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리스크를 더 의도적으로 감수하고, 잠재적 임팩트 대비 리스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리스크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바의 후원자들과 소액 금융 파트너 기관들은 임팩트의 의미보다 상환율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키바 역시 지난 몇 년간 쌓아온 관계와 포트폴리오를 한꺼번에 버릴 수 없었다. 대신 키바는 혁신을 실험해 볼 의향이 있는 소액 금융 파트너 기관들, 또는 기타 단체(예컨대 가난한 학생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육기관 등)들과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어나갔다.
이러한 실험적 시도에 현지 파트너와 후원자들이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샤와 그라사노는 키바의 전략 및 투자팀들의 선임 매니저들과 상의해 공식적인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그라사노는 “우리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키바의 역할을 좀 더 넓게 생각해 보자. 임팩트가 큰 모델이 있다면 키바가 R&D팀의 역할을 하며 이를 실험해 본다는 의미로 키바 랩스Kiva Labs라는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라고요”라고 말했다.
혁신을 실험하면서 키바 랩스는 예상대로 실패를 경험했다. 예컨대 말라위에 있는 한 비영리기관은 돼지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고, 이를 새끼 돼지로 상환했다. 기스는 “이는 멋진 아이디어였지만, 돼지 가격이 폭락해 대출비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기스는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아이디어들이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키바는 임팩트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자금원이 없는 어려운 여건을 우선시했는데, 여기에는 난민, 재난을 당한 지역사회 등이 포함되었다. 예컨대 키바는 사회적기업 NWTF와 손을 잡고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의 생존자들을 도왔다. NWTF의 특수 프로젝트 관리자 레이먼드 세리오스는 “우리는 장기융자가 결정되기 전 단기융자인 브릿지론bridge loans을 도입하여 실패한 사업가가 다시 사업을 시작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거처도 없이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주지 재건 대출을 먼저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업 대출에 대해서는 자금을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주지 재건을 위해 대출을 제공하는 기관은 당시 키바뿐이었습니다.”
2013년 말까지 키바 랩스는 약 70 여개의 파트너들을 통해 농업, 교육, 에너지, 모바일 기술 및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약 800만 달러의 대출금을 융통했다. 키바 랩스는 구글로부터 3년 동안 300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시스코 재단Cisco Foundation과 물라고 재단Mulago Foundation으로부터도 재정 및 현물지원을 받아 예산을 마련했다. 혁신적인 실험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투입한 덕에, 키바 랩스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출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이터를 다수 축적할 수 있었다.
더 큰 임팩트를 위해 새로운 소액 금융 모델을 장려하는 키바 랩스의 노력은 찬사를 받았다. 딘 칼런 교수는 2014년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실린 기고문에서 “키바 랩스는 기부자들이 먼저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뒤에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기부자들이 소액 대출의 혁신을 일으킨 것입니다.”라고 기술했다. 딘 교수는 “이로 인해 키바의 대출자들은 빈곤층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해 자신들의 기존 대출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는 키바가 스토리와 사진에 집중하는 대신 대출이 가져오는 차입자들의 삶의 변화에 집중하고, 대출 조건이나 리스크보다 임팩트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임팩트 투자
2012년 초, 키바는 웹사이트에 사연을 게시한 수혜자와 유저를 이어주는 파트너 기반의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회적기업과도 협업하기 시작했다.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우리가 찾는 기관은 스스로를 대출기관이라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유망하고 목표 지향적인 조직들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파트너 중 하나는 멕시코 기업 시스테마 바이오볼사Sistema Biobolsa였다. 이 기업은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바이오가스와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농부들에게 ‘생물침지기biodigester’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시스테마 바이오볼사 최고 운영 책임자 에스더 알토르퍼는 “만일 키바와 같은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여러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대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키바 덕분에 무이자 대출이 가능해져 극빈층 고객들도 우리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키바는 자신들의 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예컨대 키바는 통합적 개입 접근 방식integrated intervention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 농부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바반 고나Babban Gona에게 5만 달러의 신용한도를 제공했다. 덕분에 바반 고나는 대출 상환 기록을 가지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더 큰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키바 투자팀은 자신들이 임팩트 투자자로서 잠재력 높은 사회적기업들을 좀 더 폭넓은 방식으로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자금을 매칭하고 현지 파트너를 통해 이를 전달하는 키바의 기존 운영 모델과 다른 접근 방식을 갖는 것도 고려 대상에 포함됐다.
2016년, 키바는 공식적으로 '사회적기업 직접 투자DSE'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이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대출금을 제공했다. 키바의 초기 DSE 투자 중 하나는 마이애그로myAgro라는 기업에 5만 달러를 대출해 준 것이다. 마이애그로는 말리의 농부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돈을 모아 씨앗, 비료 및 농기구를 사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다 2012년 키바에 합류한 전략적 이니셔티브 책임자 카를로스 피에르와 키바의 최고 투자 책임자 스테르벤츠가 DSE를 함께 운영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적기업들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피에르는 “우리는 현실에서 상충하는 두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수익보다 임팩트에 집중해 왔습니다. 반면에 주류 임팩트 투자자들은 ‘당신들은 회계감사를 받기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고, 연간 매출은 1백만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당신들과 투자 관련 대화를 나눠야 합니까? 제가 투자할 만한 좀 더 나은 기업은 없습니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주류 임팩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는 너무 크고 기대수익은 너무 작다는 것을 의미했다.
DSE 프로그램은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주류 임팩트 투자를 받기에는 역부족인, 그래서 초기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타산이 맞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회적기업은 대출 규모가 비교적 작아 대출금액 대비 실사 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규모 소액 금융기관의 신용한도는 일반적으로 200만 달러 이상인 반면, 사회적기업들이 희망하는 DSE 투자금은 보통 10만 달러 이하였다. 키바는 소규모 대출에 대해서는 더욱 간단한 절차와 약식 서류를 허용하는 구간별 접근법tiered approach을 개발해 이 문제를 완화하고자 했다. 또한 DSE 대출은 그 특성상 파산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공동 창립자 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DSE는 빈곤율이 높은 지역사회에 시장 기반의 접근을 도입한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97~98%의 상환율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DSE 프로그램이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과연 키바 유저들이 이를 얼마나 지지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유저들은 차입자들과의 좀 더 가까운 개인적 유대감을 제공하는 기존의 대출 방식을 여전히 선호할 수도 있다. 기스 선임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재 DSE 프로그램은 키바 웹사이트 내에서 굉장히 독특한 유형의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유저들에게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인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유저가 투자금을 상환받으면 이를 게시합니다.”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크라우드펀딩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이며, “대출규모를 확장하는 방법은 매칭 방식의 후원을 연계하는 것입니다. 큰 규모의 재단, 비영리,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매칭과 연결할 수 있다면 자금조달 상한액이 훨씬 더 빨리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18년까지 키바는 사회적기업 70개에 360만 달러를 제공했다. 피에르는 “설문조사에 응한 50개 사회적기업의 경우 키바가 제공한 투자금 1달러당 7달러의 외부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임팩트 투자자 역할을 하는 것은 키바에게 아직 새로운 영역이다. 필요한 지원금이나 투자금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여전히 키바 랩스에서 관리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회적기업 관련 프로젝트는 키바의 핵심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관리되고 있다.
임팩트에 더 엄격한 기준 적용하기
키바 랩스와 같은 임팩트 중심 이니셔티브 출범 이후, 키바는 자사가 창출하는 임팩트가 실제로 커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임팩트 제고를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겉으로는 임팩트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소규모 투자의 경우 실사와 같은 고정비용이 계속 들어갔기 때문에 키바의 달러당 임팩트 효율성이 증대됐는지는 불분명했다. 사회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한다고는 해도, 실제 임팩트보다 실행과 시스템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우리는 투자위원회 미팅에서 내부 위원회 멤버들에게 각 사례가 만든 성과에 대해 설득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외부에 우리의 임팩트를 알리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라고 밝혔다.
2013년, 물라고재단 등 외부 기관들이 키바에게 임팩트 관련 종합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것을 독려했다. 키바는 지금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대출 기회를 평가하고 이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 여기서 세 가지 기준은 키바 사이트에서 측정되는 투자자들의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대출 타입의 인기도, 파트너와의 협업에 들어가는 비용, 그리고 미상환 리스크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당시 임팩트와 관련된 논의에 불만을 표하며 더 명확한 지표를 요구했다.
기스 선임 책임자는 “이들은 정확한 재무 자료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파이낸스 영역에는 운영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분석 체계가 잘 정립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키바의 임팩트 측정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정확도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키바 투자팀은 임팩트 지표 항목을 네 번째 요소로 추가해, 새로운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인 PICRPopularity, Impact, Cost, and Risk -인기도, 임팩트, 비용, 리스크-을 완성했다. 하지만 임팩트 지표는 너무 단순하고 주관적이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가 없었다. 이 시스템에는 추가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연구를 체계화하고, 그 결과를 키바의 포트폴리오 관리에 적용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라사노 전 부사장은 마스터카드 재단에 도움을 청했고, 마스터카드 재단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키바 랩스에 8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키바는 전문가를 영입하며 임팩트 평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예컨대 키바는 비영리단체 사마소스Samasource의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골디 쵸우를 임팩트 책임자로 영입했다.
쵸우는 “키바에는 엄청난 열정과 헌신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임팩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키바 조직 내에 약간의 두려움, 혹은 창피함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라사노와 쵸우는 키바 랩스를 키바의 미션 달성을 위해 적합한 플랫폼으로 보았고, 키바의 포트폴리오에서 이렇게 혁신적이고 조금 더 보조금 의존적인 부문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 컸던 기존의 키바 포트폴리오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던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오클랜드에서 농작 및 원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욜란다는 대출금 5,000달러로 가게를 정비하고 상품 종류를 늘렸다.
2018년에 쵸우 임팩트 책임자와 그녀의 팀은 임팩트에 대한 증거를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접목한 새로운 방법론인 ‘임팩트 스코어링Impact Scoring’을 발표했다. 임팩트 스코어링은 다양한 상황에서 소액 대출이 창출한 임팩트와 관련된 학술 문헌 분석 및 자료조사에서 시작됐다. 이를 통해 가장 큰 임팩트가 기대되는 대출 유형과 상품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었다. 데이터베이스는 지속해서 업데이트될 예정이었다. 키바 팀은 유망한 대출 유형이 발견될 때마다 관련 태그를 만들고, 기대 임팩트에 대한 증거의 크기에 따라 ‘높음’, ‘중간’, ‘낮음’의 등급을 부여했다.
대출상품에 이러한 태그를 부여함으로써 ‘상품 점수’를 산출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상품이 가지는 임팩트 창출 잠재력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데이터베이스에는 차입자에게 상환 유예기간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의 소득증대로 이어진다는 증거에 연결된 태그가 있다. 또 다른 태그는 (농작물 수확 후 자금에 여유가 생기는 농부의 경우와 같이) 대출자의 현금흐름에 맞춰 상환 스케줄을 결정하면 임팩트가 제고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대출상품 점수는 종합적인 ‘임팩트 스코어’를 구성하는 세 가지 측면 중 하나일 뿐이다. 두 번째 측면은 대출상품의 ‘목표 점수’로, 특정 세그멘트에 대한 도달 여부를 보는 것이다. 이때 높은 세그먼트에 도달할 시 가중치를 부여하기 위해 세계은행 등의 기관들이 제공하는 지역별 빈곤 정도, 경제적 소외도 등의 자료를 이용한다. 세 번째 측면은 실사에 기반해 대출을 집행한 파트너가 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반영하는 ‘프로세스 퀄러티Process Quality 점수’이다. 키바는 이와 같은 점수 지표를 이용해 대출 기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 약 1억 5천만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30명으로 구성된 키바의 투자팀은 파트너에 대한 종합점수에 대한 목표치는 물론, 개별 대출상품의 종합 점수에 대한 목표치도 설정한다.
키바의 (임팩트 관리 체계에서 활용된) 증거 기반 전략은 임팩트를 중시하는 다른 기관들의 노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마스터카드 재단의 프로그램 매니저 샹텔 메이시는 “비록 마스터카드 재단의 모니터링 및 평가팀은 키바처럼 공식적인 ‘임팩트 점수’를 매기지 않지만, 우리가 개입한 부문에서 임팩트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쵸우 책임자는 “우리는 측정된 임팩트 점수의 정확도에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통계학처럼, 실제 수치가 얼마이든 간에 그 수치를 둘러싼 넓은 신뢰구간 혹은 오차 구간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임팩트 측정을 통해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가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키바 알고리즘
이렇게 점수를 계산하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분명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키바의 유저들한테도 이 점수가 유용할까? 키바의 유저들이 좋은 일을 하려는 마음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맞지만, 이들은 체계화된 임팩트 스코어보다 아름다운 그림과 감동적인 이야기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공동 창립자 샤는 “키바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은 이런 디테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임팩트 증거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에 기부 또는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깨달은 것처럼 사람들을 유도하고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최고 투자 책임자 스테르벤 츠는 “키바가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인터넷은 지금과 다른 환경이었습니다”라며 “오늘날에는 유저의 관심을 얻기가 더 어렵습니다.”라고 밝혔다. 오늘날의 유저들은 선택권이 많고, 관심 주기는 더욱 짧으며, 트위터 스타일의 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임팩트를 유저 경험과 접목하는 방식이 유저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키바는 유저들을 잃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저들에게 임팩트가 아닌 매력적인 이야기 위주로 어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공동 창립자 샤는 “우리는 유저들의 특성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임팩트가 창출되는 곳에 사람들의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키바는 임팩트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도 일반 유저들이 과도한 복잡함에 시달리지 않도록 했다. 대출의 종류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한 유저의 경우(예컨대 아프리카 여성들을 위한 소액 금융 대출 등) 필터를 활용해 특정 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 특별한 선호가 없다면 키바의 웹사이트는 투자 옵션들이 배치되는 순서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임팩트 스코어를 이용해 유저들을 임팩트가 더 큰 옵션 쪽으로 조심스레 이끌었다.
쵸우 책임자는 말한다. “우리는 정렬 알고리즘에 임팩트 스코어를 접목했습니다. 예전 알고리즘은 전자상거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금 핫한 상품은Trending Now’ 방식, 유저가 어떤 방식으로 클릭했는지를 바탕으로 상품을 정렬하는 유기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팩트 지표를 추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저가 옵션을 검토한 후 실제 투자 및 대출로 이어지는 비율인 전환율에 변화가 있는가? 이전 대비 실제 투자 및 대출 횟수, 금액 등의 측면에서 대출 전반에 변화가 있는가? 그렇지 않고 이전 대비 투자 및 대출 횟수, 금액, 전환율 등에 있어 차이가 별로 없다면 우리는 동일 모금액 대비 더 깊은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키바의 알고리즘을 통한 ‘유저 관리’ 개념이 어쩌면 조작적이거나 가부장적인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마스터카드 재단의 프로그램 매니저 메이시는 이 알고리즘이 키바의 임팩트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라 보았다. 메이시는 “키바가 임팩트 스코어를 이용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적합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모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입니다.”라고 말했다.
키바, 대출을 넘어
2018년 말, 공동창업자 프레멀 샤 대표 CEO에서 물러나 의장으로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대표직은 2017년에 키바에 합류한 네빌 크롤리에게 넘어갔다. 일류 헤지펀드 및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크롤리의 경력은 비영리 업계에서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크롤리는 중국의 가난한 지역에서 살았던 경험부터 나이지리아의 저소득층 고객과 함께 일한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 비영리조직에서 일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로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분석 전문회사 퀴드Quid를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시킨 경험이 있었으며, 키바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전략적 사고, 재무관리 및 모금 등에서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크롤리의 리더십하에 키바는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했고 좀 더 힘있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롤리는 키바의 미션인 금융 접근성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의 유망한 프로젝트들을 신속히 확장했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들을 신속히 착수했다.
크롤리는 말했다. “키바의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은 것입니다. 수십억 달러가 대형 은행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이 돈들은 세상을 위해 활용되고 있지 않으며, 이자수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닙니다. 키바가 그 돈의 일부를 예컨대 나이지리아나 캄보디아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면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함은 물론 재무적 수익도 만들 수 있습니다.”
크롤리의 새로운 비전은 2007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청중을 사로잡았던 키바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크롤리 대표는 펀딩 재원을 소규모 대출자에게만 의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개인 대출자와 차입자 간의 연결고리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전략이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크롤리는 말했다.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금융 포용성의 도전에 응하고 있습니다. 즉, 대출의 측면에서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포용할 뿐 아니라, 투자의 측면에서도 소규모 투자자로만 이해관계자를 제한하지 않고 향후 더 포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다면적 접근 방식을 통해 규모 있는 임팩트 달성을 위한 최선의 기회를 얻게 되리라 믿습니다.”
키바의 임팩트 책임자 쵸우는 말한다. “소규모 대출자들 덕분에 오늘의 키바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좀 더 큰 임팩트를 꿈꾸고 있습니다. 만약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다면 키바는 그 부분에 집중할 것입니다. 향후엔 키바의 전체 모금액 중 크라우드펀딩 재원의 비중이 상당 부분 작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키바가 기존 미션 선언문에서 삭제한 ‘사람 간의 연결’이나 ‘대출’에 대한 키바의 헌신은 어떻게 된 것일까? 크롤리 대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새로운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키바의 미션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명시한 미션과 현재 키바의 새로운 전략 간에 괴리가 있기에 미션이 아직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키바 직원들이 기여 또는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통해, 직원 모두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미션을 찾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롤리의 리더십하에서 키바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무이자 원칙’을 포기했다. 현재 키바는 구간별 접근법을 새롭게 도입 중이다. 최신 대출상품에 대해서는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 무이자 혹은 낮은 이자율 원칙을 유지하되, 주류 금융상품으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소액 금융 기관들에게는 더 높은 이자를 부담시키거나 플랫폼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순이익을 내고자 시도 중인 키바는 점점 더 전통적인 자선단체의 이미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크롤리 대표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우리가 제공하는 자본 일부에 가령 5~10% 이자가 붙는다 하더라도 다른 대출업체에 비하면 이는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일 것입니다. 나아가 이는 키바가 무이자 대출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자본을 융통할 수 있게 해, 결과적으로 임팩트 제고에도 유용할 것입니다.”
크롤리 대표는 “우리는 이미 현지의 대형 파트너에게 ‘만약 특정 가격에 추가로 5백만 달러를 제공해 드린다면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키바가 굳이 크라우드펀딩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재단 혹은 다른 기관에서도 자금을 끌어올 것입니다”라며 기관 차원의 자금 조성을 확대하는 계획을 내비쳤다.
‘모두가 자신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금융 포용성이 높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키바의 비전에 따라, 새로운 미션이 만들어졌다. 키바는 자신들의 비전을 빠르게 실현하기 위해 대출 플랫폼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키바는 금융에서 소외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기술적 인프라 구축 방법을 찾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 접근이 어려운 전 세계 인구는 약 17억 명에 달한다. 크롤리 대표는 말한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웃, 대금업자 또는 소액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돈을 상환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여전히 집을 짓는 데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대출 이력이 신용조사 기관이 보유한 공식 신분정보와 매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크롤리 대표는 모든 사람이 디지털 신분을 가질 수 있도록 ‘키바 프로토콜Kiva Protocol’이라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이 시범 프로젝트는 (전 국민의 80%가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7백만 명의 시에라리온 시민들을 위해 디지털 신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이를 위해 최신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사용할 계획이다. 2018년 유엔 총회에서 발표된 시에라리온 프로젝트는 (은행에서 점주에 이르는) 다양한 공식 및 비공식 금융기관에서 취합한 데이터가 효율적으로 통합될 때, 고객의 신용이력 생성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크롤리는 소액 금융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었던 키바의 본래 미션과 그동안 쌓아온 유산을 넘어 더욱 과감한 변화를 가져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키바 내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구조조정 및 인력 교체가 있었다. 2018년부터 최고 재무 책임자 CFO 및 최고 운영 책임자COO를 맡아온 팸 얀치크 코닐리는 “작년은 우리의 사기가 저점을 찍었고, 직원 대부분이 조직 문화와 새로운 키바에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했습니다”라고 밝혔다. 팸은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직원들이 키바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새로운 전략을 포용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키바의 새로운 정체성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키바는 스스로를 테크 벤처기업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비영리 사회적기업으로 봐야 할까? 아님 임팩트 투자자일까? 이러한 다양한 정체성을 한꺼번에 갖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결국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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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JIT SINGH
자스짓 싱은 폴 뒤브륄(PAUL DUBRULE) 석좌기금으로 임명된 지속가능개발학 교수이자, 인시드(INSEAD)의 경영전략 교수이다. 또한 인시드 소셜임팩트 이니셔티브의 아카데믹 디렉터이자 사회적기업가 프로그램(ISEP)의 공동책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