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과 평가]우주 관측 데이터, ESG 리포트를 혁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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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임팩트 · 측정과 평가 
우주 관측 데이터,
ESG 리포트를 혁신할 수 있을까?

2023 SUMMER


BEN FILEWOD · MURRAY COLLINS
SIMON DIKAU · ALEXIS MOYER · LUCA TASCHINI



Summary. 위성 기술은 ESG 기준의 보고 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 금융 혁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지구 전체를 내려다보며, 인간처럼 패턴을 분석하고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상상해보자. 이와 같은 전지적 시점의 기술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기술을 활용하면 새로운 금융 상품들이 생겨날 수 있고, 기술에 먼저 접근한 이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경제활동의 부작용—즉 외부효과—을 시장이 포착하게 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진짜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렇게 숨겨진 비용을 알아내는 일은 자본의 흐름을 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더 나은 금융 정보는 경제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다. 실제로 이미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위성 광학 영상은 약 0.3미터 수준의 해상도를 제공하며, 군사 정찰위성은 이보다 훨씬 더 정밀한 0.1미터 이하로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궤도에 있는 기상위성은 같은 지역을 30초마다 촬영할 수 있지만, 금융 분야에 더 적합한 고해상도 위성은 같은 지역을 5일에서 16일 간격으로만 촬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상도가 높을수록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는 범위가 줄고, 재방문 주기도 길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최근 위성 제작과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런 제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덕분에 많은 수의 소형 위성들fleet of microsatellites이 고해상도 이미지를 매일 수집하고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전지적 시점이라 해도 한계는 있다. 광학 기기는 구름이나 날씨 등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을 관찰할 수 없는 시공간적 공백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경제적 외부효과 중 상당수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다. 소득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현상은 우주에서 관측할 수는 없지만, 이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물리적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런 비물리적 현상에는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 간의 관계—예를 들어 토지 소유 구조나 거래 방식—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파악 없이 단순히 외부효과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실제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요약하고, 어떤 방식으로 금융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간 금융의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우주에서 지구를 모니터링하는 급진적인 역량 변화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기술 발전으로 지구 관측Earth Observation, EO 데이터를 활용하여 외부효과를 파악하는 수준이 향상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의 적용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외부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금융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가 되려면, 그 영향이 공급망 안에서 명확히 귀속되어야 하며, 관련 정보가 효과적으로 요약·전달되어야 한다. ESG 지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위성 관측 데이터를 기존 ESG 프레임워크 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과 여지는 여전히 크다.  



임팩트 분석

지구 관측(EO) 데이터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기술 분야)로 제공하는 산업은 이미 자리를 잡았지만, 현재 세대의 센서들이 ESG 목표에 대한 기업 성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 가진 잠재력은 아직 상당 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환경적 요소는 EO 데이터에서 직접적으로 관찰 가능한 물리적 신호를 생성하는 반면, 사회적 및 거버넌스 요소는 그러한 신호를 생성하지 않는다. 생물 다양성이나 생태계 회복력과 같은 새로운 환경적 요소는 간접적으로만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이미지 해석과 모델 구축은 비용이 많이 들고 측정 정확도에 제약이 있다. 또한, 현재 기술로는 지구 표면의 방사선 특성이나 공간적 구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다른 환경적 영향(예: 심해 해양 서식지)은 관찰할 수 없다.


공간 기반 센서가 사회 및 거버넌스 요소를 식별하는 능력은 더 제한적이다. 일부 사회적 요소는 물리적 신호를 가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대리 측정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예: 가구의 부를 추정하기 위해 지붕의 소재를 구분하는 방법). 그 외의 요소들은 여러 층위의 데이터를 결합하여 추론할 수 있다(예: 소득 계층에 따른 주거지와 환경오염 물질 방출원의 근접성). 또한 기업의 약속과 행동을 EO 데이터 기록과 비교함으로써 거버넌스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추론할 수 있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를 식별할 수 있는 경우는 글로벌 금융 활동을 추정할 수 있을 때이다. 예를 들어보자. 금융 자산이 환경에 유해한 활동에 지원될 수도 있고,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리스크에 노출되기도 하고, 또는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 같은 금융 활동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복잡한 연결고리를 추적할 때에도 전통적인 데이터 소스(예: 세금이나 세관 기록)를 기술적으로 대체할 방법이 없다. 자발적인 기업 공시는 이러한 공백을 베울 수 없다. 성과가 우수한 기업들은 차별화된 공시를 통해 이득을 보지만, 후발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발적 기업 공시로도 이러한 공백을 메울 수 없는데,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은 공시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성과 하위 기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기록을 남겨 악의적 기업을 적발하는 데는 용이하나, 이것 역시 공시로 인한 인센티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기계 학습을 활용해 EO 데이터에서 농장이나 인프라와 같은 물리적 자산을 매핑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자산을 금융기관(예: 투자 포트폴리오)에 연결하려면 여전히 전통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전산 자원은 여러 데이터 흐름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 데이터 가용성, 즉 전통적인 관계 구축과 데이터 검색에 달려있다. 


EO 데이터의 영향력을 최대로 끌어내려면 기업이 자체 보고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국제 프레임워크와 표준은 아직 대부분 자발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이 원칙은 바뀔 수 있다. 2021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를 의무화’를 약속했으며, 유럽연합은 EU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상장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ESG 임팩트를 공개하도록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을 채택할 예정이다. 


ESG 공개 대상이 아닌 금융 포트폴리오 요소들의 외부효과가 어디에 귀속되어 있는지 파악하려면 국가 간 무역 통계, 생산 분배, 또는 전력 조합 등 집합적인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귀속을 하게 되면, 고해상도 식별력도 무용지물이 되고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투자자들에게는 ESG 영향을 줄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들이 ESG 기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 이러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 즉, 가치 기반 금융에서 중요한 자원인 지속 가능한 투자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무 의사결정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로 인해 가격도 변화한다.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경제 활동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선택이 커졌고, 그 선택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ESG 평가 기관은 이러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수행하지만, 평가가 금융 주체들이 지속 가능한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독점적인 측정 지표의 차이로 인해 보고된 지속 가능성 지표가 실제와 현저히 차이가 나며, 과학적 엄밀성보다는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표가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표는 ESG가 현장에서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보다는 기업의 프로세스(예: 공시)를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집계, 오류 전파, 선택 편향 등의 문제는 더 복잡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 우선 순위 

EO 데이터는 비용을 할당하고, 가격을 조정하며 자본을 재분배함으로써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재무적 수단들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이러한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병행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반 은행은 기업의 가치 체계를 반영하는 신뢰성과 확장성을 갖춘 ESG 지표가 필요하지만, 투자 은행은 더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EO 기반 제품을 도입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거시 경제 모델링과 금융 리스크 및 안정성 평가를 위해 경제 전반에 걸친 데이터 구조를 요구하며, 이는 탄소 저장 또는 생물 다양성 손실과 같은 가치를 포함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EO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리스크를 식별하고, 투자 방향을 전환하며, 자본 비용을 변경(예: 채무 발행 조건)하고, 지속 가능성 문제에 자본을 투입하는 새로운 금융 상품(예: 성과 연계 상품)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공간 금융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권고사항을 제시한다. 첫째, ESG 보고 프레임워크 내에서 지구 관측(EO) 데이터의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금융과 원격 탐지 분야 간의 학제적 연결을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발적 및 의무적 규제 프레임워크는 글로벌 자산 식별 및 모니터링과 같은 새로운 EO 데이터 흐름과 호환되도록 개정(또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향후 호환성을 더욱 보장하려면 모든 자산에 대한 지리 공간 좌표와 기계 판독 가능성 여부를 공시 프레임워크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과 같은 선도적인 시도에도 이러한 요건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자에게는 협력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국가 우주 전략National Space Strategy’과 같은 이니셔티브는 학제 간 교류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유된 이해와 지식을 구축하면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자는 지속가능성 관련 금융 상품에 있어 EO 데이터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갱신 빈도 증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반대로, 금융업계의 EO 데이터 상품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공간 해상도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역량을 공유하면 데이터의 한계를 간과하는 실수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귀속 데이터(특정 경제 활동이나 기업 행동이 미친 영향이나 결과를 추적하고 귀속시키는 데이터)의 활용성이 제한되면서 EO 데이터가 금융 시스템 내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능력 또한 제한되고 있다. 많은 경제 주체들 정보 공개의 확대로 인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민간 부문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금융 규제 및 감독 당국을 거쳐 공시를 의무화하려는 노력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을 뿐 아직 비상장 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우주 기반 관측과 기계 학습 기반의 패턴 인식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전통적인 경제 데이터의 질과 가용성이 사실상 책무성 중심의 금융 변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 되었다. 


귀속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업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중요한 이니셔티브에 주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UN이 소집한 ‘탄소중립 자산 소유자 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 또는 금융 시스템 녹색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가 바로 그러한 사례다. 기본적인 경제 통계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 비즈니스 리더는 투명성과 공시 규범을 만들어 글로벌 공급망을 공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빈국의 국가 통계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고 교육하여 국가별 생산지를 매핑하는 것도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며, 선도적인 기업들을 가치 중심의 자금원에 연결하여 자발적인 공개를 장려하도록 하는 더 큰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형평성과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정책 문제가 있다. 데이터를 실질적인 정보로 전환하는 역량은 고르게 분배되어 있지 않으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에서 EO 데이터의 사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모니터링과 평가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개발자들은 영향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소외된 경제 주체(예: 삼림 파괴 없는 공급망을 위한 약속으로 인해 토지 사용에 영향을 받는 소규모 농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우주 분야에서 민간 부문의 주도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은 시급하다.  


글로벌 시장 경제에서 더 나은 정보는 더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적절한 여건이 조성된다면, 우주에서 경제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현재의 혁명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더 친환경적이고 더 깨끗하며 더 공정한 세상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외부 효과가 귀속되고 지구 관측 데이터의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된다면, 공간 금융은 경제적 책임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글로벌 지속 가능성을 촉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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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FILEWOD

벤 파일우드는 런던 정경대학의 조교수 연구 펠로우이다.


MURRAY COLLINS

머레이 콜린스는 스페이스 인텔리전스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이다.


SIMON DIKAU

사이먼 디카우 생물다양성과 금융 안정성에 관한 NGFS-INSPIRE 연구 그룹의 리서치 책임자이자 글로벌 매니저이다. 


ALEXIS MOYER

알렉시스 모이어는 스페이스 인텔리전스의 ESG 및 공간 금융 책임자이다.


LUCA TASCHINI

루카 타스키니는 에든버러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기후변화 금융 분야 교수겸 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