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민주주의를
구하려면 조직화에
자금을 지원하라
2023-3
LOREN MCARTHUR
Summary. 심각한 양극화와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적 극단주의에 문제의식을 가진 비영리조직들은 커뮤니티 조직화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수십 년에 걸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믿지 않으며 이러한 경향은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이뿐 아니라 극단주의와 정치폭력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문제의 원인이 사회제도, 경제시스템, 정치문화에 깊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쉬운 해결책이 없지만, 커뮤니티 조직화에 대한 대규모 자선투자는 우리의 공적생활을 위협하는 위험한 부족주의에 대응하고, 정치적 극단주의를 부 추기는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며,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커뮤니티 조직화가 내포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기부자들은 커뮤니티 조직화를 단순히 정치적,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보지말고 미국 정치가 건강해지는 데 근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인식해야 한다.
커뮤니티 조직화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기술, 즉 다른 이들과 함께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합의를 이루는 방법, 정치 및 경제제도에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고 협상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사람들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금, 건강한 조직화는 사람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고, 그들이 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개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대면 관계 구축
필자는 2000년대 초반, 100년 넘게 미국의 주요 섬유 생산지였던 매사추세츠주의 메리맥 밸리Merrimack Valley 지역에서 8년 간 커뮤니티 조직가로 활동했다. 이 지역의 주요 도시중 하나인 로렌스는 1912년, 50여 개국에서 온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요구하며 시위했던, 그 유명한 ‘빵과 장미 파업’이 일어났던 곳이다. 그 당시 필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노조 및 종교 공동체와 협력하여 캠페인을 조직했는데, 이 캠페인은 공장 폐쇄에 맞서고, 이주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며, 지불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마련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필자는 조직가로 일하면서, 진정으로 다원주의적이고 다인종적인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러한 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통찰을 얻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체성, 정치적 입장, 신념이 실제적으로 달라도, 공동의 유익과 가치에 기반하여 관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태도이다. 오늘날 공론의 장은 온라인상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의 실천은 다름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각기 다른 전통과 역사 속에서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나와 다른 신념과 태도를 실용적으로 포용할 뿐 아니라, 연대가 가능하다는 이상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커뮤니티 조직가들은 권력 구축 방식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왔다. 20세기에 커뮤니티 조직가들이 설립한 조직은 도시수준에서 구축되었지만, 세기 말에 이르러 대부분의 미국도시는 인구가 감소하였고, 많은 도시가 파산하여 더 이상 권력과 자원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조직화단체들은 주 차원에서 권력을 구축하기 위한 모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행동하는 믿음Faith in Action과 같은 조직화 네트워크도, 워싱턴을 중심으로 순환도로 안에서 입지를 다지고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연합인 벨트 웨이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한때 선거 조직화를 기피했던 단체들도 유권자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501(c)4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정치활동과 로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국세청IRS 제 501(c)4에 해당하는 단체를 가리키며, 이러한 단체는 사회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하지만 정치적 활동이나 후원에도 일정한 비중을 둘 수 있다.
조직가들이 주 차원이나 전국범위에서 권력을 구축하는 방식이 정교해짐에 따라, 조직화를 위한 기금도 크게 증가했다. 캔디드Candid에서 조사한 재단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필자가 메리맥 밸리에서 조직화 활동을 마친 2008년, 재단들은 커뮤니티 조직화에 2억 2,700만 달러를 투자한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20년에는 그 수치가 11억 7,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권자 교육 및 등록에 투입된 자금도 2008년 3,200만 달러에서 2020년 5억 1,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편 이 수치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501(c)4 단체의 지원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부자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커뮤니티 조직화를 하는 단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런 조직화 단체에 대한 자선단체들의 투자는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거래적 관점으로 커뮤니티 조직화를 바라보며, 커뮤니티 조직화를 정책적 목표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긴다. 거래적 관점을 취하면, 민주적 기준과 관행을 발전시키는 일이나, 사회적 신뢰를 강화하는 일은 평가절하된다. 이런 일들이야 말로 효과적이고 평등한 다인종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인데 말이다.
대면관계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직하는 활동은 민주주의를 악화시키고 있는 양극화에 맞서 대항한다. 집단간의 접촉은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다수 의사회 과학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는데, 이런 집단간의 접촉이 대면관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직화 할 때 주로 일어난다. 개인적 서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직화하면 공감과 연결의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또한 새롭고 통합적인 서사가 창조되고, 확장적이고 집단적인 정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커뮤니티를 조직하여 풀뿌리 민주주의 문화를 촉진하려면, 전국으로 자원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자금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화를 위한 자원이 지리적으로 균등하게 배분되지는 않는다. 격전지인 주와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그룹들은 일시적이더라도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지만, 나머지 지역에 서는 민주적인 참여를 높이기 위한 커뮤니티 조직 활동에 대한 자원이 부족하다.
기관의 자선 활동으로 인한 자금의 급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선단체들은 커뮤니티에서 고된 모금 활동을 하기보다 부유한 기부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고 싶다는 유혹에 흔들린다. 조직가들은 기부자들이 원하는 구체적인 정책의 승리나 선거 결과 도출을 위한 단기 캠페인 진행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회원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소홀히 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경제적 불평등의 주요 요인 해결과 같이 중요한 일들이 부유한 자선가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조직화의 초점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자금 제공자를 위한 다섯 가지 권장 사항
기부자는 어떻게 조직화 활동을 통해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 여기 기부자를 위한 다섯 가지 권장사항이있다.
여러 지역에 자금을 지원하라 | 기부자들은 조직화 활동이 민주적인 문화를 구축하는 데 필수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역적 경계를 두지 말고 자유롭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치전략에 편중되어 특정지역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반민주적 신념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 을 포함해 모든 곳에서 민주적 규범과 관행이 행해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이슈에 구애 받지 말라 | 자금 제공자는 커뮤니티에 개방형으로 지원해야 한다. 즉 특정 정책 영역에서의 활동을 조건으로 투자하기보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정의한 이슈를 중심으로 조직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커뮤니티 조직활동이 민주주의 참여의 장이 되려면 그곳에서 다루어질 이슈도 그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인종 및 이념적 분열을 해소하는 조직화를 지원하라 | 자금 제공자는 분열적인 정치문화가 득세하고 있는 지역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통기반을 만들고 있는 조직화 그룹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백인노동자 중산층 커뮤니티와 유색 인종커뮤니티 사이에서, 도시와 농촌 커뮤니티 사이에서, 정치이념이 진보적인 선거구와 보수적인 선거구 사이에서 공통기반을 구축하는 그룹 말이다. 위더피플 미시간, 미네소타의 이사야와 같이 주 기반의 조직화 단체나 유나이티드 포리스펙트 같은 전국적인 노동자 조직화 단체는 농촌과 도시의 격차를 해소하는 다인종 선거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활동적인 리더와 회원들이 함께 탄탄한 기반을 책임있게 구축하고 있는 그룹에 투자하라 | 유의미한 시민참여를 촉진하는 커뮤니티 조직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반구축에 우선순위를 둔 그룹에 투자해야 한다. 즉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리더와 회원으로 구성된 대규모 유권자층 구축을 우선하는 그룹에 투자해 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즉각적인 정책적 성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투자는 이뤄져야 한다. 럿거스 대학 직장 정의 연구소의 ‘기반 구축, 운동 성장 프로그램Build the Base, Grow the Movement program’은 조직에 더 깊은 기반 구축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조직화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기부자들은 기존 조직 외에,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으나 풀뿌리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초기 조직화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조직화 단체의 재정적 독립성을 키워라 |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은 재단이 더 많은 일반 운영비 지원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한 없는 자금지원이 단체의 프로그램과 전략에 큰 유연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의 재정적 자립을 위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때 더 큰 효과가 날 수 있다. 단체가 멤버십 프로그램, 풀뿌리 모금 캠페인, 수익창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금 제공자는 대규모 자선단체에 대한 단체의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진정성있는 커뮤니티 책임성을 확립할 수 있다. 또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한 예로 진보적 활동가들이 2017년에 설립한 프로그레시브 멀티플라이어는 일종의 중개기금인데, 단체들이 스스로 모금전략을 개발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자본을 제공한다.
기부자들은 대규모 사업을 할 때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풀뿌리 조직화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일을 효율적 사고로 하려고 하면 안된다. 사실 우리에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 기부자들이 2020년 선거에만 무려 144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커뮤니티 조직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민주적 규범과 관행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이를통해 우리는 직면한 위협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회복력을 갖추고 정의롭고 번영하는 미래를 지키는데 필요한 창의적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 원문 기사 보기
LOREN MCARTHUR
아라벨라 어드바이저Arabella Advisors 의 선임 이사로 자선가들에게 정책 및 시스템 변화 전략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 최대 규모의 히스패닉 애드보커시 단체 우니도스USUnidosUS에서 시민 참여 부서를 담당했으며, 매사추세츠주 메리맥 밸리 프로젝트Merrimack Valley Project의 수석 조직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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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정치 · 기금
민주주의를
구하려면 조직화에
자금을 지원하라
2023-3
LOREN MCARTHUR
Summary. 심각한 양극화와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적 극단주의에 문제의식을 가진 비영리조직들은 커뮤니티 조직화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수십 년에 걸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믿지 않으며 이러한 경향은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이뿐 아니라 극단주의와 정치폭력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문제의 원인이 사회제도, 경제시스템, 정치문화에 깊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쉬운 해결책이 없지만, 커뮤니티 조직화에 대한 대규모 자선투자는 우리의 공적생활을 위협하는 위험한 부족주의에 대응하고, 정치적 극단주의를 부 추기는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며,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커뮤니티 조직화가 내포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기부자들은 커뮤니티 조직화를 단순히 정치적,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보지말고 미국 정치가 건강해지는 데 근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인식해야 한다.
커뮤니티 조직화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기술, 즉 다른 이들과 함께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합의를 이루는 방법, 정치 및 경제제도에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고 협상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사람들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금, 건강한 조직화는 사람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고, 그들이 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개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대면 관계 구축
필자는 2000년대 초반, 100년 넘게 미국의 주요 섬유 생산지였던 매사추세츠주의 메리맥 밸리Merrimack Valley 지역에서 8년 간 커뮤니티 조직가로 활동했다. 이 지역의 주요 도시중 하나인 로렌스는 1912년, 50여 개국에서 온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요구하며 시위했던, 그 유명한 ‘빵과 장미 파업’이 일어났던 곳이다. 그 당시 필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노조 및 종교 공동체와 협력하여 캠페인을 조직했는데, 이 캠페인은 공장 폐쇄에 맞서고, 이주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며, 지불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마련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필자는 조직가로 일하면서, 진정으로 다원주의적이고 다인종적인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러한 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통찰을 얻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체성, 정치적 입장, 신념이 실제적으로 달라도, 공동의 유익과 가치에 기반하여 관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태도이다. 오늘날 공론의 장은 온라인상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의 실천은 다름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각기 다른 전통과 역사 속에서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나와 다른 신념과 태도를 실용적으로 포용할 뿐 아니라, 연대가 가능하다는 이상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커뮤니티 조직가들은 권력 구축 방식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왔다. 20세기에 커뮤니티 조직가들이 설립한 조직은 도시수준에서 구축되었지만, 세기 말에 이르러 대부분의 미국도시는 인구가 감소하였고, 많은 도시가 파산하여 더 이상 권력과 자원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조직화단체들은 주 차원에서 권력을 구축하기 위한 모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행동하는 믿음Faith in Action과 같은 조직화 네트워크도, 워싱턴을 중심으로 순환도로 안에서 입지를 다지고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연합인 벨트 웨이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한때 선거 조직화를 기피했던 단체들도 유권자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501(c)4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정치활동과 로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국세청IRS 제 501(c)4에 해당하는 단체를 가리키며, 이러한 단체는 사회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하지만 정치적 활동이나 후원에도 일정한 비중을 둘 수 있다.
조직가들이 주 차원이나 전국범위에서 권력을 구축하는 방식이 정교해짐에 따라, 조직화를 위한 기금도 크게 증가했다. 캔디드Candid에서 조사한 재단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필자가 메리맥 밸리에서 조직화 활동을 마친 2008년, 재단들은 커뮤니티 조직화에 2억 2,700만 달러를 투자한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20년에는 그 수치가 11억 7,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권자 교육 및 등록에 투입된 자금도 2008년 3,200만 달러에서 2020년 5억 1,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편 이 수치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501(c)4 단체의 지원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부자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커뮤니티 조직화를 하는 단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런 조직화 단체에 대한 자선단체들의 투자는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거래적 관점으로 커뮤니티 조직화를 바라보며, 커뮤니티 조직화를 정책적 목표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긴다. 거래적 관점을 취하면, 민주적 기준과 관행을 발전시키는 일이나, 사회적 신뢰를 강화하는 일은 평가절하된다. 이런 일들이야 말로 효과적이고 평등한 다인종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인데 말이다.
대면관계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직하는 활동은 민주주의를 악화시키고 있는 양극화에 맞서 대항한다. 집단간의 접촉은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다수 의사회 과학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는데, 이런 집단간의 접촉이 대면관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직화 할 때 주로 일어난다. 개인적 서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직화하면 공감과 연결의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또한 새롭고 통합적인 서사가 창조되고, 확장적이고 집단적인 정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커뮤니티를 조직하여 풀뿌리 민주주의 문화를 촉진하려면, 전국으로 자원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자금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화를 위한 자원이 지리적으로 균등하게 배분되지는 않는다. 격전지인 주와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그룹들은 일시적이더라도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지만, 나머지 지역에 서는 민주적인 참여를 높이기 위한 커뮤니티 조직 활동에 대한 자원이 부족하다.
기관의 자선 활동으로 인한 자금의 급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선단체들은 커뮤니티에서 고된 모금 활동을 하기보다 부유한 기부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고 싶다는 유혹에 흔들린다. 조직가들은 기부자들이 원하는 구체적인 정책의 승리나 선거 결과 도출을 위한 단기 캠페인 진행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회원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소홀히 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경제적 불평등의 주요 요인 해결과 같이 중요한 일들이 부유한 자선가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조직화의 초점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자금 제공자를 위한 다섯 가지 권장 사항
기부자는 어떻게 조직화 활동을 통해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 여기 기부자를 위한 다섯 가지 권장사항이있다.
여러 지역에 자금을 지원하라 | 기부자들은 조직화 활동이 민주적인 문화를 구축하는 데 필수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고, 지역적 경계를 두지 말고 자유롭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치전략에 편중되어 특정지역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반민주적 신념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 을 포함해 모든 곳에서 민주적 규범과 관행이 행해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이슈에 구애 받지 말라 | 자금 제공자는 커뮤니티에 개방형으로 지원해야 한다. 즉 특정 정책 영역에서의 활동을 조건으로 투자하기보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정의한 이슈를 중심으로 조직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커뮤니티 조직활동이 민주주의 참여의 장이 되려면 그곳에서 다루어질 이슈도 그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인종 및 이념적 분열을 해소하는 조직화를 지원하라 | 자금 제공자는 분열적인 정치문화가 득세하고 있는 지역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통기반을 만들고 있는 조직화 그룹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백인노동자 중산층 커뮤니티와 유색 인종커뮤니티 사이에서, 도시와 농촌 커뮤니티 사이에서, 정치이념이 진보적인 선거구와 보수적인 선거구 사이에서 공통기반을 구축하는 그룹 말이다. 위더피플 미시간, 미네소타의 이사야와 같이 주 기반의 조직화 단체나 유나이티드 포리스펙트 같은 전국적인 노동자 조직화 단체는 농촌과 도시의 격차를 해소하는 다인종 선거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활동적인 리더와 회원들이 함께 탄탄한 기반을 책임있게 구축하고 있는 그룹에 투자하라 | 유의미한 시민참여를 촉진하는 커뮤니티 조직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반구축에 우선순위를 둔 그룹에 투자해야 한다. 즉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리더와 회원으로 구성된 대규모 유권자층 구축을 우선하는 그룹에 투자해 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즉각적인 정책적 성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투자는 이뤄져야 한다. 럿거스 대학 직장 정의 연구소의 ‘기반 구축, 운동 성장 프로그램Build the Base, Grow the Movement program’은 조직에 더 깊은 기반 구축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조직화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기부자들은 기존 조직 외에,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으나 풀뿌리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초기 조직화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조직화 단체의 재정적 독립성을 키워라 |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은 재단이 더 많은 일반 운영비 지원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한 없는 자금지원이 단체의 프로그램과 전략에 큰 유연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의 재정적 자립을 위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때 더 큰 효과가 날 수 있다. 단체가 멤버십 프로그램, 풀뿌리 모금 캠페인, 수익창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금 제공자는 대규모 자선단체에 대한 단체의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진정성있는 커뮤니티 책임성을 확립할 수 있다. 또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한 예로 진보적 활동가들이 2017년에 설립한 프로그레시브 멀티플라이어는 일종의 중개기금인데, 단체들이 스스로 모금전략을 개발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자본을 제공한다.
기부자들은 대규모 사업을 할 때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풀뿌리 조직화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일을 효율적 사고로 하려고 하면 안된다. 사실 우리에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 기부자들이 2020년 선거에만 무려 144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커뮤니티 조직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민주적 규범과 관행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이를통해 우리는 직면한 위협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회복력을 갖추고 정의롭고 번영하는 미래를 지키는데 필요한 창의적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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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벨라 어드바이저Arabella Advisors 의 선임 이사로 자선가들에게 정책 및 시스템 변화 전략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 최대 규모의 히스패닉 애드보커시 단체 우니도스USUnidosUS에서 시민 참여 부서를 담당했으며, 매사추세츠주 메리맥 밸리 프로젝트Merrimack Valley Project의 수석 조직가였다.